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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SK하이닉스]SK그룹 편입 후 후퇴한 지배구조 등급①의사결정 최정점 '박정호 SKT 대표'…이사회 의장 재분리, 그룹 가교 역할

김슬기 기자공개 2020-11-23 07:10:54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7일 14:3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편입 후 평가가 극적으로 변했다. 2012년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했을 때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이야기했다. 과도한 부채로 모그룹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지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는다. 과거 생존을 고민하던 하이닉스가 SK그룹 편입 후 공고한 메모리반도체 강자로 거듭났다.

반면 지배구조 평가는 정반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2011년 A+였던 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 등급은 2020년 현재 A로 하향조정됐다. SK그룹 편입 전 하이닉스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소위원회와 사외이사진을 거느리고 있었다. 당시 회사 정상화와 매각을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

SK그룹 편입 후 하이닉스의 이사회는 그룹의 입맛에 맞게 재편됐다. 최태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며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쳤다. 2014년부터는 이사회 의장, 대표이사 겸직 체제로 회귀했고 2019년이 되어서야 다시 분리됐다. 현재 이사회 의장은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로 모회사와의 연결고리가 더욱 강력해졌다.

◇선제적 대표·이사회 의장 분리 단행

SK하이닉스는 반도체산업의 굴곡진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83년 현대전자 시절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고 1999년 LG반도체를 인수하면서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모기업인 현대그룹의 경영난과 반도체 불황 등으로 인해 그룹에서 분리,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꿨다.

하이닉스로 사명을 변경한 뒤 2001년 10월 워크아웃 , 2005년 워크아웃 조기졸업 등을 거쳤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과 업체 간 경쟁으로 인해 2008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나 2010년 치킨게임의 승자가 됐고 재무개선을 이뤘다. 이후 본격적인 매각을 추진했고 2012년 SK 품에 안겼다.

SK그룹 편입 전인 2010년 3월 하이닉스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결정을 내린다. 2007년부터 하이닉스의 대표를 맡았던 김종갑 씨가 이사회 의장으로, 대표이사직에는 권오철 씨가 담당했다. 그해 11월 아시아 기업지배구조 협회가 선정한 기업지배구조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2011년부터 ESG 등급을 발표한 KCGS는 하이닉스에 대해 E(환경)·S(사회)·G(지배구조)에 대해 모두 A+로 책정, 통합등급 A+를 부여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에도 통합등급을 비롯해 E·S·G 전 영역에서 A+를 받았다.

SK하이닉스로 재탄생한 후 지배구조는 오히려 후퇴했다고 평가받는다. 2012년 2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가 결정하던 이사 보수 지급 여부와 금액 결정 조항을 삭제, 대표이사 전결사항으로 변경했다. 그해 인사위원회, 전략위원회, 경영위원회 등 소위원회가 사라졌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기조를 유지하기는 했다. 최 회장이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하성민 당시 SK텔레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최태원·하성민 투톱 체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최 회장이 2013년 1월 계열사 출자금 465억원을 국외에서 불법으로 썼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2014년 2월 징역 4년형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2015년 8월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당시 KCGS는 등급 정평을 하며 "최태원 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최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의 지배구조 등급이 하향조정됐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이 지배구조 상 리스크로 평가받았다.

◇'박성욱 리더십' 5년여간 대표이사·의장 겸직

이때를 기점으로 SK하이닉스의 이사회는 다시 재편됐다. 2014년 4월 최 회장은 등기이사직에서 빠졌고 하 의장 역시 의장직을 내려놨다. 2013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까지 겸하게 됐다.

그는 현대전자, 하이닉스 반도체 등을 거친 인물로 엔지니어 출신 CEO로 유명하다. 그룹의 위기에도 SK하이닉스의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그는 2019년 3월 22일 사내이사 사임때까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했다.

실적 고공행진에도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큰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14~2016년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암흑기였다. 이사회 제도 후퇴와 오너 리스크, 2015년 이천 공장 신축 현장에서 협력사 직원 3명이 질식, 사망하는 사고 등으로 악재가 겹쳤다. 2014년~2016년까지 통합등급은 B+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2016년 이후 이사회 체제에 다시 변화가 감지됐다. 그해 3월 사내이사, 사외이사 외에 기타비상무이사를 둬 그룹과 소통의 폭을 넓혔다. 박정호 당시 SK㈜ 대표이사, 현 SK텔레콤 대표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 왔다. 2018년 3월에는 이사회 내에 지속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사회적가치를 비롯한, ESG 현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했다. 여기에 선임사외이사제도를 도입, 이사회 운영에 대한 평가권을 부여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부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이사회 의장에는 박정호 기타비상무 이사가 선임됐다. SK하이닉스 측은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모회사인 SK텔레콤과 SK그룹의 가교 역할을 하고,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그를 선임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의장은 1989년 그룹의 모태가 되는 선경에 입사해 30여년간 SK와 함께 성장한 인물로 SK그룹의 핵심이자 최 회장의 복심으로 불린다. 현재 SK텔레콤 대표이사와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장, ADT캡스와 라이프앤시큐리티홀딩스, SK브로드밴드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고 있다. 다만 겸하고 있는 자리가 많기 때문에 무게감에 비해 SK하이닉스 집중도는 떨어진다.

SK하이닉스에 대한 KCGS의 평가는 2020년이 되서야 A로 평가됐다. 하지만 10년전인 2011년 A+ 등급엔 한걸음 못 미친다.

재계 관계자는 "박정호 대표는 SK그룹 내에서도 강한 발언 등으로 눈에 띄는 인물"이라며 "최태원 회장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며 신뢰관계를 형성해 온만큼 발언권도 세고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보탤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최 회장의 복심인 그가 SK하이닉스에 있는 이유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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