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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아모레퍼시픽그룹 견제기능 무력화 '오너=경영=이사회' 일원화②서경배 회장,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의장 겸임…비주력 계열사도 사내이사직 유지

최은진 기자공개 2020-11-25 08:35:33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0일 10:0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주사 SK㈜의 이사회 의장에서 자진해서 물러나면서 재계는 오너와 이사회의 분리를 본격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너가 사내이사 중 한명으로 이사회에 참여할지라도 의장으로서 권한을 휘두르진 않겠다는 상징적 의미였다.

사외이사 제도를 통해 '경영자=이사회'라는 공식을 깬 지 20년만에 다시 '오너=이사회'라는 관행이 화두가 됐다. 국내 재벌그룹 대부분은 오너가 경영자이기 때문에 경영과 이사회의 엄격한 분리를 위해선 오너의 전횡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

오너·경영자·이사회, 투명경영을 위해선 기업경영의 세가지 역할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동시에 서로를 감시·감독해야 한다. 오너와 경영자가 단일화 된 상황이라면 이사회에서라도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하자는 게 시대적 과제이다.

◇대표이사=의장 정관 명시, 수십년간 전체 이사회 컨트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오너인 서경배 회장이 경영은 물론 이사회까지 전체를 장악하는 구조다. 감시·감독은 고사하고 적절한 균형을 논할 수도 없다.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물론 이사회 의장까지 담당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계열사의 사내이사까지 자리하면서 빈틈없이 챙긴다.


서 회장은 주력 회사인 지주사 아모레G와 핵심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이사직을 20여년 전부터 수행했다. 아모레G는 태평양 시절인 1997년부터, 아모레퍼시픽은 지주사로 전환 후 분할설립한 2006년부터 맡았다.

이사회 규정이 개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사수는 3인에 불과했고 창업주인 고(故) 서성환 회장과 함께 서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던 만큼 사실상 오너일가가 경영자이자 이사회였다.

이사회 규정이 개정되고 사외이사 제도가 자리잡은 지금까지도 이 기조는 이어진다. 현재 서 회장이 직책을 맡고 있는 곳은 5곳이다.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에뛰드·아모스프로페셔널은 사내이사직으로 겸직한다. 아모레G 밑에 9개 계열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의 이사회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아모레G는 그룹의 모기업 역할을 하는 지주사이고 아모레퍼시픽은 그룹전체의 자산 및 매출에서 55%를 차지한다. 서 회장이 사내이사로 활약하는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그룹 자산의 90%, 매출의 64% 비중이다. 사실상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서 회장이 직접 조율하고 있는 셈이다.


서 회장은 단지 이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게 아닌 의장으로 군림한다.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 정관에는 '이사회의 의장은 이사회의 소집권자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규정상 이사회의 소집권자는 대표이사다. 결과적으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이라는 근거를 마련했다.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은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지만 의장은 늘 서 회장 몫이었다.


사내이사로 자리하고 있는 이니스프리·에뛰드·아모스프로페셔널의 이사회는 누가 의장을 맡고 있는 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비상장사로 사외이사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 회장이 수행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직접 의장을 수행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힘의 논리로 서 회장이 의사결정권자일 수 밖에 없다.

◇소위원회 추가, 표면적 독립성 확보…최종 의결은 오너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서 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사외이사 조차 내부출신 임원이나 그의 측근인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견제기능도 무력화 한다. 서 회장이 시스템이고 시스템이 서 회장인 구도가 수십년간 유지됐다.

이런 구도 하에서는 그 어떤 시스템이 추가된다고 해도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창업주 작고 후 서 회장 시대에서 이사회 진화가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서 회장 중심의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이유다. 오너가 경영을 하고 이사회 의장까지 잡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어느 누가 반대의견을 내더라도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현재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의 이사회에는 경영·감사·사외이사후보추천·리스크관리·내부거래·보상위원회 등 6개의 소위원회가 있다. 최근 2년간 위원회 수를 두배나 늘렸다. 안건을 세부적으로 구분하고 사외이사들이 먼저 심의토록 해 투명성 및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서 회장이 들어가 있는 위원회는 경영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 두개 뿐이다. 나머지는 사외이사 및 서 회장과 공동 대표직을 수행하는 인물이 담당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서 회장이 경영과 관련된 사안만 관여할 뿐 나머지 안건에 대해선 독립성을 보장한 것처럼 보인다. 특히 내부거래나 사외이사추천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위원회에서 빠지면서 오너의 영향력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췄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서 회장이 위원회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관련 안건이 서 회장의 손을 거치지 않는 건 아니다. 서 회장이 참여하고 있는 경영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의결권한까지 있지만 나머지 위원회는 심의권한 밖에 없다. 관련 안건이 먼저 심의 대상으로 사외이사 등에게 올라간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의장인 서 회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더욱이 서 회장이 들어가 있는 경영위원회에서 경영상 중요한 안건이 다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외이사도 없이 위원회가 운영된다는 점은 다소 의문점이 남는다. 경영위원회에는 서 회장과 공동 대표이사 단 둘뿐이다. 위원회 자체에 의결권한까지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 심의나 표결없이 경영진의 결정만으로도 처리가 가능하다. 대규모 투자나 차입 등 기업에 중대한 의사결정이 견제가 안되는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그 어떤 위원회가 이사회에 추가되더라도 무늬만 투명화일 뿐 서 회장의 영향력이 견제되기는 어렵다. 서 회장이 이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참여하더라도 의장직을 사외이사에 넘기거나 위원회 권한을 강화하는 선에서 그나마 영향력을 줄일 수 있을 뿐이다. 경영과 이사회에서 서 회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근본적인 대안이 없는 한 경영 시스템의 진화는 망상에 불가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몇 개의 위원회를 두느냐보다는 어떻게 운영하는 지가 의사결정 투명화에 더 중요하다"며 "최대한 오너와 경영진의 입김대로만 움직이지 않는 견제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오너가 경영진으로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엔 최소한의 영향력만 발휘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재계에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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