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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투자심사역의 '이직 갑질'

이광호 기자공개 2020-11-23 08:05:55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0일 07: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투자 업계의 일상을 담은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초기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가상의 공간 '샌드박스'에서 펼쳐지는 청춘들의 이야기에 업계가 주목하는 분위기다. 극 중 스타트업 '삼산텍'을 이끄는 서달미(배우 배수지) 대표와 함께 등장하는 한지평(배우 김선호) SH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에 관심이 쏠린다.

한지평 심사역은 삼산텍의 성장을 돕는 '키다리 아저씨'로 등장한다. 서달미 대표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지원책을 강구한다. 투자계의 고든 램지라 불리며 날카로운 독설을 내뱉는다. 특히 슈퍼카와 한강뷰 고급 아파트를 자가로 소유한 성공한 남자의 표본으로 나온다. 벤처투자 시장이 활황을 맞으면서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인 심사역의 면면이 드러나고 있다.

다소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실제로 벤처캐피탈 업계에선 억대 연봉이 즐비하다. '신의 직장'을 넘어 '신이 숨겨둔 직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수십억원에서 1000억원대에 달하는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업계에 입성만 하면 몸값이 쑥쑥 올라간다.

벤처캐피탈 업계는 시장 규모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심사역들은 마음만 먹으면 더 좋은 조건으로 이동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 같은 현실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운용인력이 이탈할 경우 신규 펀딩 과정에서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볼모 삼아 자신의 하우스에 '갑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리한 연봉 인상 요구가 대표적이다. 심사역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성장에 따른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무작정 연봉을 올려달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원하는 금액을 맞춰주지 않으면 다른 하우스로 이동한다며 사실상 협박을 한다는 것이다. 태업 문제도 발생한다. 갖은 핑계를 대면서 사실상 투자 활동을 미루는 경우다.

대표들은 전혀 손을 쓸 수 없다고 토로한다. 어쩔 수 없이 심사역의 이름만 빌려달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빈자리를 급하게 채워도 경력 불인정으로 인해 운용보수를 삭감당하거나 페널티를 부여받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다. 미운털 박힌 인력을 붙잡아둘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각 하우스와 주요 유한책임출자자(LP)들은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제도를 고쳐서 될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라는 직업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나날이 커지는 만큼 직업윤리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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