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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기업구조조정 리뷰]90년대 도입 지침서, 20년째 '바이블'이었다①IMF 이후 15년 '경험·사례·정책·제도' 집대성, 구조조정부 대외비 자료로 전수

고설봉 기자공개 2020-11-27 07:44:03

[편집자주]

산업은행은 한국 기업구조조정의 중추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기업 정상화를 주도하며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의구심을 산 경우도 있다. 실질적인 가치만 따져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인지 의문을 키운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을 두고 최근 산은이 보여준 문제들은 다시금 과거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 과거사를 토대로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4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12월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위기는 2020년 11월 현재까지 해소되지 않았다. 사실 보다 깊이 들어가보면 근본적인 위기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순항하던 아시아나항공을 부실의 늪에 빠뜨렸다. 10년 넘게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KDB산업은행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무려 11년이 지난 뒤인 2019년 4월, 산업은행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꺼내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경쟁사인 대한항공과의 합병으로 사태를 일단락 시키려고 했지만 여러 잡음과 문제점이 노출됐다.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 실패는 산업계와 금융권에선 산은의 기업구조조정 능력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를 키운 계기가 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이 지난 19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합병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비단 아시아나항공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업들의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대다. 산업은행의 기업구조조정 사령탑으로서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국이다. 기업구조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산은의 역량과 정책에 따라 개별 기업은 물론 그 기업이 속한 산업군 자체의 미래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정작 산은의 기업구조조정 원칙과 제도는 여전히 1990년대 말에 멈춰서 있는 상태다. 산은은 기업구조조정에 있어 지난 세기 외부에서 받아들여 발전시킨 정형화된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여년 전 수립해둔 구조조정 방법론을 실무자에서 실무자로 전수해 지금도 기업구조조정 현장에서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구조조정 해법, 백서 통해 '선임자→후임자' 전승

산은이 2014년 초 발간한 ‘기업구조조정과 KDB-외환위기 이후 15년을 중심으로’란 책은 현재도 산은 기업구조조정 실무자들 사이에서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1998년부터 2013년까지의 산은이 수행한 기업구조조정 사례를 집대성한 백서다. 산은 기업구조조정부에서 집필했다. 1부와 2부로로 나뉜 책은 1부 512페이지, 2부 593페이지 등 총 1105페이지 분량으로 구성돼 있다.

집필을 총괄한 산은 기업구조조정부는 "본 책자는 실무자가 업무에 참고하기 위한 용도로 작성된 것"으로 출간 목적을 분명히 했다. 다만 "본 책자에 기술된 내용은 이 은행의 공식적인 의견과는 무관하며 실무자들의 개인적인 의견이 기술되어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무자들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간된 만큼 내용 또한 상세하고 방대하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촉발된 기업구조조정의 과정과 결과를 사례집 형태로 묶었다. 산은 기업구조조정부에서 추진했던 기업구조조정 업무 관련자료 및 사례가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또 산은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근간으로 삼고 있는 정책과 제도를 설명하고 있다.

책 초반부에는 기업구조조정의 개념이 정의돼 있다. 이 정의를 바탕으로 산은은 실무자들이 현업에서 가져야 하는 기업구조조정 원칙과 수행해야할 과제를 제시한다. 또 기업구조조정을 사업구조조정과 재무구조조정, 기타조직 및 인력구조조정과 비용 및 수익구조조정 등으로 나누고 각 사례에 맞는 구조조정 방법을 설명한다.

산은은 백서에서 “기업구조조정이란 기업의 시스템이나 조직을 새로운 방법으로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업구조와 체질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기업을 재구성, 개조, 개혁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또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해 기업이 장기 전략적인 관점에서 다각화된 업종을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의거해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경쟁력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전문화해 나가는 과정이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이라며 “단순히 문제가 발생한 기업을 대상으로 사후적 당면문제를 해결하는 인원감축, 경비절감 등은 단편적·단기적 측면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산은이 발간한 기업구조조정 백서 표지.

◇1998년 설계 구조조정 원칙·제도, 2020년에도 '그대로'

이런 정의를 바탕으로 산은은 기업구조조정의 5대 추진과제와 3대 추진원칙을 세웠다. 이는 1998년 정재계 간담회를 통해 마련된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원칙과 과제를 기반으로 실무진은 강력한 기업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실무진이 수행해야 하는 5대 추진과제는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상호채무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핵심역량 집중 △지배주주 및 경영자 책임성 확립 등이다. 또 3대 추진원칙은 △기업 투명성과 국제적 정합성 확보로 경쟁력 제고 △금융기관 주도적인 기업구조조정 추진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다.

이러한 5대 추진과제와 3대 추진원칙은 이후 산은의 기업구조조정 핵심 기조로 자리잡는다. 현재도 이러한 기조는 산은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때마다 명분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명분을 기반으로 산은은 기타 채권은행 및 해당기업의 저항을 뿌리치며 구조조정의 키를 쥐고 있다.

산은은 백서에서 “금융기관이 채권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한다”며 “이해관계자간 적정한 손실부담과 기업개선작업을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말한다.

산은이 기업구조조정을 진행할 때 활용하는 제도와 방법론도 1998년부터 현재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1998년 도입된 기업구조조정협약의 문제점을 보완해 2001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이 제정된다. 산은은 이에 근거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한시적으로 제정됐던 기촉법은 일몰시한이 계속 연장되고 일부 개정을 거듭하며 현재도 시행 중이다.

산은은 백서에서 “기업구조조정협약은 자율적인 합의도출 어려움, 일부 금융기관 무임승차 문제 등 이기주의 발생, 부실기업 판정기준 미흡, 대상기업의 회계분식 및 오류 발생 등 문제점 노정”을 이유로 기촉법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이 기촉법이 제정된 뒤 산은은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일정한 형태의 구조조정 방법론을 완성했다. 크게 재무구조조정, 사업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관리 측면에서 정비된 이 방법론은 현재도 산은 내부에서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

산은은 재무구조조정을 위해 채권 상환유예, 출자전환, 금리 재조정, 신규자금 지원, 계열사간 보증채무 해소, 재무할인변제 및 채권 반대매수청구권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 사업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기업분할, 사업부 매각, 계열사 정리, 부동산 매각, 유가증권 매각, 유상증자 및 대주주 사재 출연, 인력구조조정 등을 진행한다.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관리를 위해 산은은 경영진 퇴진 및 전문경영인 선임,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을 통한 경영진 교체, 경영관리단 파견, 경영평가제도 등을 도입한다.

산은 관계자는 "백서의 유무와 관계없이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업무관련 연수, 내부 워크샵, 외부 유관기관 업무협의 등을 통해 업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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