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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경 이사장 "조양래 회장, 발렌베리 지배구조 검토했는데···" "성년후견 신청, 건강한 지배구조 위한 조치…차녀 희원, 현 상황 우려"

김경태 기자공개 2020-11-26 09:19:19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6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가정의 평화 뿐 아니라 그룹의 건강한 지배구조, 임직원과 협력사를 위해 조양래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과거 조 회장은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 지배구조를 검토할 정도로 건강한 소유·경영 구조를 꿈꿨는데 최근 행보는 이전과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장녀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이 올해 6월26일 차남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보유 중이던 지주사 주식 25.59%(2194만2693주) 전량을 넘기며 촉발됐다. 차남인 조 사장은 기존 지분을 합쳐 총 42.9%로 장남 조현식 부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 장녀인 조 이사장은 올해 7월30일 조 사장의 주식 매입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조 회장의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조 이사장이 청구인으로 신청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은 사건본인으로 조양래 회장, 관계인으로 차녀인 조희원 씨와 조현범 사장, 참가인으로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등재돼 있다. 차남을 제외한 나머지 삼남매의 대립 구도로 경영권 분쟁이 여전한 상황이다.

조 이사장은 26일 더벨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평소에 매우 냉철하고 신중한 성격의 조 회장(아버님)이 가족과 상의도 안 하고 갑자기 이런 결정(조현범 사장에 주식 전량 매각)을 내렸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조 회장이 평소 가지고 있던 신념을 지켜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라고 심정을 전했다.

그는 과거 조 회장이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선진 시스템을 살펴봤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한때 조 회장이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을 지배구조와 승계 모델로 고려한 적이 있어 조 이사장이 사례 연구(Case Study)에 나섰다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당시 발렌베리 모델을 현실화하려면 법·제도상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며 "우리나라는 스웨덴과 상법이나 세제 체계가 완전히 달라서 발렌베리처럼 재단을 통해 오너가문이 대대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방식을 채택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고심했을 뿐 아니라 사회공헌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는 점도 성년후견을 신청한 배경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조 이사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과 관련이 있다.

그의 지분율은 0.83%에 불과하다. 다른 남매 모두 10%를 넘는 데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조 이사장은 2012년 지주사 분할 시 유상신주 취득에 참여하지 않았던 숨은 일화를 털어놨다.

조 이사장은 "당시 해외거주자라 세제상 현물출자 참여가 어려웠다"며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상속받는 것보다 조 회장이 원하는 사회공헌에 동참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는 "당시 조 회장에게 앞으로 상속할 재산이 있으면 재단에 기부해 달라고 했고 조 회장도 그렇게 하겠다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재계와 시장에서 주목하는 부분 중 하나는 차녀 조희원 씨의 입장이다. 희원 씨는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뒤 조 이사장·조 부회장과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됐다. 다만 공식적으로 자신이 가진 견해를 밝힌 적이 없다. 희원 씨는 지주사 지분 10.82%를 보유해 중요한 역할이 가능하다.

조 이사장은 "가족의 일원으로서 모두 각자의 판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동생인 희원이 역시 조 회장이 과거와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며 "다만 조 회장의 의무기록이나 추후 제공되는 건강에 관련된 객관적인 자료에 따라 상황 판단을 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그룹 임직원과 협력사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경영 승계 문제는 한국타이어의 임직원은 이만여명 뿐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수많은 이해관계자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봤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건강한 지배구조, 정도경영 등 선진적 시스템이 이번 기회에 확립돼야 한다고 했다.

조 이사장은 "한여름에 대전공장에 가본 적도 있었는데 고무를 찌는 열기에 숨이 막힐 지경인데도 묵묵히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공장 직원들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타이어의 경영 승계는 임직원과 협력사를 위해서라도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선대 때부터 내려온 가업인 한국타이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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