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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SRI채권 전망]민간 ESG채권 성장 일등공신, 정부 정책 보조①우량 크레딧 뒷받침…코로나19 대응 사회적·지속가능채권 발행 활발

이지혜 기자공개 2020-12-09 13:49:04

[편집자주]

2020년 원화 SRI채권 시장은 코로나19 사태에도 폭풍 성장했다. 공공기관이 앞에서 끌었다면 뒤를 받친 건 금융사였다. 신한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민간기업 SRI채권 발행의 물꼬를 튼 이래 카드사, 캐피탈사까지 가세해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2021년에도 문재인 정부의 뉴딜정책에 보조를 맞춘 금융사의 발행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SRI채권 수급 요인을 점검하고 팽창 여력 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8일 0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사가 원화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시장을 이끌고 있다. 첫 민간기업 발행의 물꼬를 튼 것도,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끄는 것도 공기업을 제외하면 금융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SRI채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 않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업종의 기업을 상대하는 데다 정부 정책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그룹은 시중 유동성이 흐르는 ‘혈관’ 역할을 해왔다.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분야에서부터 중소기업 지원 등 사회적 가치 창출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각종 금융활동을 벌인다. 더욱이 사회책임투자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도 한 몫했다.

금융사의 역할은 앞으로 SRI채권 시장에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판 뉴딜정책이 2021년 본격화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흔들렸던 내수 경제가 다시 회복기를 맞고 그린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전기차 등 친환경사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사의 투자와 자금조달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3년째 성장 거듭, 시장 ‘주축’

8일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채권 플랫폼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원화 SRI채권을 발행한 민간 금융사는 모두 13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이 75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발행했고 뒤를 이어 KB금융지주가 5000억원, 현대카드가 4500억원, 현대캐피탈이 4300억원 순으로 발행량이 많았다. 이들이 발행한 SRI채권 규모는 모두 3조9800억원이다.

지난해보다 민간 금융사의 발행량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SRI채권을 발행한 민간 금융사는 6곳으로 모두 1조2400억원에 그쳤다. 현대캐피탈이 이 가운데 5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발행했고 나머지 기업들은 규모가 1000억~2000억원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이 역시 2018년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2018년 SRI채권을 발행한 기업은 모두 세 곳으로 이 가운데 민간 금융사는 신한은행뿐이었다. 신한은행은 당시 녹색채권을 2000억원 규모로 찍었다.

전체 SRI채권 시장에서 민간 금융사 비중이 적지 않다. 규모는 전체 SRI채권 발행총액인 52조3625억원에 비하면 7.6%에 그친다. 그러나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사회적채권을 제외하면 비중이 45.5%에 달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모든 채권을 사회적채권으로 발행하는데 올해 발행 규모가 43조6225억원에 이른다.

카드사와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발행량이 늘었다. 지난해에도 우리은행 한 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발행사가 모두 캐피탈사와 카드사뿐이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다만 신규 발행사로 부산은행이 합류한 데다 KB금융지주가 금융지주사 가운데 처음으로 SRI채권을 발행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정부 정책, 사회적·지속가능채권 발행 확대 유인?

민간 금융사들이 SRI채권 발행에 적극적인 이유가 정부 정책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민간 금융사의 SRI채권 발행의 핵심 요인”이라며 “금융사는 업종 특성상 정부 정책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코로나19 대응과 친환경 정책을 우선과제로 선정하면서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발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SRI채권을 발행한 민간 금융사 중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대응을 자금 조달 목적으로 내세운 곳이 많았다. 특히 사회적 채권 발행사가 그렇다. 올해 사회적채권을 찍은 민간 금융사는 롯데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 3곳이다. 이들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고 자금 사용 목적을 설정했다.

지속가능채권의 인기도 크게 높아졌다. 코로나19 피해 대응과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속가능채권은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의 성격을 둘다 띠는 채권이다. 조달자금을 친환경과 사회적가치 창출 분야에 둘다 투입할 수 있다.

지속가능채권 발행규모는 모두 2조8300억원이다. 녹색채권이 6500억원, 사회적채권이 5000억원 규모인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녹색채권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올해는 지속가능채권이 압승을 거뒀다.

◇한국판 뉴딜, 발행 확대 불 붙일까

2021년 SRI채권 발행시장에서 민간 금융사의 존재감이 한층 부각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한국판 뉴딜정책이 본격화하면 금융사의 위상과 존재감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력사업이 정해져있는 일반 제조기업과 달리 금융사는 다양한 기업을 상대하기에 자금 조달과 투자의 폭이 유연하고 넓다”며 “한국판 뉴딜 정책이 본격화하면 민간 금융사의 SRI채권 발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 KB, 우리, 하나, 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2021년부터 본격화하는 한국판 뉴딜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70조원을 투자와 대출 등 형태로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민간 금융사가 SRI채권의 투자기관이자 발행기업으로서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달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단기적으로 SRI채권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오히려 공급이 부족할 가능성도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투자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21년에는 일반채권보다 SRI채권을 발행할 때 조달금리가 더 내려가는 금리메리트가 생길 수도 있다.

그동안 SRI채권은 글로벌 시장과 달리 금리 메리트가 없어 조달유인이 적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내년에는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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