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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기업구조조정 리뷰]아시아나-한진 조합, '대우조선해양 빅딜' 재조명⑥관리체제 22년만에 경쟁사와 합병수순…산은 관리 '여전', 완전한 독립 '불투명'

고설봉 기자공개 2020-12-10 07:57:30

[편집자주]

산업은행은 한국 기업구조조정의 중추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기업 정상화를 주도하며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의구심을 산 경우도 있다. 실질적인 가치만 따져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인지 의문을 키운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을 두고 최근 산은이 보여준 문제들은 다시금 과거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 과거사를 토대로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8일 16:3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과 인수·합병(M&A) 계약을 맺은 2019년은 KDB산업은행 관리 체제에 편입된 지 햇수로 22년이 지났던 시점이다.

이전 과정을 보면 1998년 대우그룹 시절 산은 관제에 편입된 후 대우중공업에서 분할 신설 과정 등을 거쳤다. 이후 십수년이 흘러 2014년 해양플랜트 부실이 표면화되자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하며 매각 절차를 본격화했다.

다만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을 대우그룹 품에서 떼어내 집중 구조조정을 하던 시기 동안 줄곧 매각에 집중해왔다. 현대중공업이란 새주인을 만나 마침내 매각을 성사시키기까지 꼬박 20년 넘는 세월을 보낸 셈이다. 허송세월을 보냈을 때와 달리 경쟁업체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매각하는 빅딜(Big Deal)을 택했기 때문에 마침내 거래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정작 딜이 마무리된 이후 시장에선 상반된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빅딜이 추진된 배경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특정 기업집단에 경쟁사를 넘기는 결정에 대해선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금에 와서는 대우조선해양 M&A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산은이 국내 조선산업 전반을 끌어안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을 넘기는 구조조정 방식을 택한 현재 모습과 지극히 닮은 양상이다.

◇대우그룹 무너지며 '산은 자회사' 대우조선해양 탄생

대우조선해양은 정부 차원에서 대우그룹이 산은의 관리체제에 편제되며 탄생한 기업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 부실로 촉발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옛 대우중공업이 분할돼 탄생한 회사 중 한 곳이 대우조선해양이다. 탄생부터 매각까지 대우조선해양을 지탱한 건 산은이다.

실제 산은과 공공기관(자산관리공사, 금융위원회 등)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율은 항상 50% 넘게 유지돼 왔다. 산은이 꾸준히 단독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됐다. 산은의 지분율은 2000년 67.4%에서 2016년 82.5%를 정점으로 2020년 9월말 현재 55.7%다.


이런 특성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에서 산은은 늘 무게감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구조조정 초창기 채권은행 외에도 다양한 채권자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해외 채권자들과의 협상 등을 주도하며 구조조정 기틀을 다졌다.

사실 대우조선해양은 자체 사업역량 및 영업력 등을 고려하면 부실기업이 아니었다. 산은이 진단한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옛 대우중공업의 부실 원인도 외부에 있었다. 옛 대우중공업이 실질적인 대우그룹의 자금창구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 부실의 진원지였다.

산은은 2015년 발간한 ‘기업구조조정과 KDB-외환위기 이후 15년을 중심으로’란 책(이하 백서)에서 “대우중공업은 고유 사업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의 기업이었으나 대우그룹에서 주력하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 및 계열회사 지원 등 비고유 사업에서의 실패로 부실화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부실화의 원인을 찾은 산은은 즉각적으로 옛 대우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을 분리하며 구조조정 첫 단추를 뀄다. 2000년 10월 옛 대우중공업을 3개 회사로 분할해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종합기계를 신설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신설과 동시에 위크아웃을 통한 정상화 과정을 밟았다.

채권단이 기업개선작업을 착수한 후부터 조선부문의 경영실적은 괄목할 만큼 호전됐다. 내적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비능률 요소를 제거하는 등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외적으로 계열사 지배에서 벗어나 독자경영의 기반을 구축해 대외신뢰도가 높아졌다.

또 조선 경기회복과 선가상승으로 수주실적이 증가해 상선수주량이 늘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상반기 경영실적이 대폭 개선되는 등 경영정상화 성과를 냈다. 이에 따라 그 해 8월 23일 워크아웃 조기 종료가 결정됐다. 이후 조선경기 활황으로 지속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M&A 무산과 다시 시작된 위기, 산은 책임론 대두

대우조선해양 정상화가 진행된 뒤 산은은 출자전환 등으로 보유하게된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M&A에 시동을 걸였다. 초기에는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한화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한화가 최종 인수후보로 결정됐다.

다만 6조500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인수비용에 대한 한화의 자금조달력이 문제였다. 한화는 분할매수 등을 요구했지만 산은은 실현 가능한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상황이 악화하면서 2009년 1월 22일 딜이 깨졌다. 산은은 거듭 재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M&A 무산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다시 암흑기를 걸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꾸준히 버텨주던 해운경기가 악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수주잔고도 줄었다. 해양플랜트사업부문 등에서도 손실이 지속되면서 결국 악화일로에 빠졌다.

2015년 7월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3조318억원의 적자를 발표했다. 해양플랜트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봤다. 2000년 정상기업으로 거듭난 뒤 15년여 만에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당시 시장에서는 산은 책임론이 불거졌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채권은행으로서 산은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몇 년에 걸쳐 부실이 누적되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데 대한 시장의 배신감이 컸다.

산은은 결국 다시금 국고를 지원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에 나섰다. 2015년 10월 4조2000억원 규모 지원을 통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 계속 커졌다. 그동안 누적된 부실은 산은의 자금지원으로 일부 해소했지만 경기불황에 따른 미래 부실에 대응해야 했다.

해를 넘겨 2016년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은 계속됐다. 정부에서도 조선 3사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했다. 산은과 수은은 대우조해양선에 2조8000억원 규모 추가 자본확충을 했다. 당시도 산은은 국가기간산업이란 점을 들어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산은은 백서에서 “기업개선작업의 기본취지는 기업이 부실화되었으나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경우 채권금융기관들이 법적수단 등을 통해 채권을 일시에 회수할 경우에는 사회적 비용이 크고 오히려 회수율이 낮아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회사를 정상화시켜 채권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고 말한다.


◇22년만에 M&A 성공? 산은 관리체제 '진행형'

대우조선해양 정상화에 수십년동안 산은이 택한 해결책은 경쟁사에 회사를 넘기는 방안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 현물출자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2008년 한화그룹이 인수자로 뛰어들었다가 이를 포기한 지 10여년 만의 일이었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보유 지분 55.7%(5973만주)를 조선합작 법인에 현물출자하고, 1조2500억원 규모의 조선합작법인(한국조선해양) 우선주와 보통주 600만주를 받는다. 산업은행은 한국조선해양의 지분 7%를 갖는다.

현대중공업지주의 한국조선해양 지분은 30.9%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중공업(신설법인)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을 수평으로 지배하는 구조다.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지주와 산업은행이 조선합작법인을 공동 경영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몸값을 100% 지불하고 살수 있는 회사가 없다는 점을 10여년의 경험 끝에 산은이 깨우쳤다"며 "고용을 유지하면서 산업구조재편이란 측면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재 추진하는 M&A는 여러 측면에서 잡음을 내고 있다. 10조원 넘는 세금을 투입해 정상화한 기업을 헐값에 경쟁사에 넘겨준다는 비난도 있다. 또 실질적으로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을 넘어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까지 끌어안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딜 구조를 보면 산은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그룹을 모두를 끌어안고 관리하는 체제가 구축됐다"며 "조선업 경기가 다시 악화하거나 2015년 빅배스 상황이 만들어지면 추가로 더 많은 세금이 투입될수밖에 없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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