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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한 데뷔어 KB캐피탈, 외화 여전채 지평 넓히다 [한국물 금융채시장 판도 변화]④현대캐피탈 빈자리 안착, 등급·금리 역전 성공…향후 자산성장 관건

피혜림 기자공개 2020-12-18 15:11:49

[편집자주]

한국물 이슈어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민간 금융사의 기세가 거세다. 발행시장 중심에 있는 상업은행은 물론 금융지주사와 여전사, 증권사, 보험사 등이 빠르게 조달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2020년에는 국내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동시에 시장에 진입해 다채로움을 한층 끌어올렸다. 금융사의 한국물 시장 진입과 조달 흐름 변화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7일 0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금융기관의 한국물 판도 변화를 여실히 드러낸 분야는 캐피탈채였다. KB캐피탈은 올해 첫 데뷔전에 나서 견고해 보이던 현대캐피탈의 위상을 흔들었다. 현대캐피탈은 그동안 국내 유일의 외화 여전채 주자로 자리매김했으나 최근 현대차그룹 부진 등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캐피탈은 국제 신용등급은 물론 채권 몸값 기준으로도 현대캐피탈을 뛰어넘었다. 한국물(Korean Paper) 여전채 외형을 넓힌 것과 동시에 몸값을 높이는 효과 역시 톡톡히 거둔 모습이다. 다만 국내 캐피탈사의 자산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한국물 캐피탈채 확장에는 좀더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B캐피탈, 외화채 물꼬…은행계 안정성 인정

KB캐피탈의 등장으로 현대캐피탈 중심의 한국물 여전채 조달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KB캐피탈은 2020년 첫 달러채 데뷔와 동시에 현대캐피탈보다 낮은 금리로 국제 금융시장에 안착했다. 은행계 안정성에 힘입어 현대캐피탈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결과다.

그동안 한국물 여전채 시장은 현대캐피탈의 독주와 다름없었다. 현대캐피탈은 연간 수차례에 걸친 조달로 한국물 빅이슈어로 자리잡았다. 여전사 중 한국물을 발행하는 곳 역시 현대캐피탈이 유일했다.

KB캐피탈이 등장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KB캐피탈은 올 10월 3억달러의 유로본드(RegS) 발행으로 첫 외화채 조달에 나섰다. 트랜치(tranche)는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였다.

KB캐피탈은 데뷔와 동시에 현대캐피탈을 뛰어넘었다. 당시 KB캐피탈은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미국 국채(5T) 금리에 120bp 가산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앞서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달러채(5년물) 발행 스프레드로 157bp를 형성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국제 채권시장에서는 현대캐피탈과 현대캐피탈아메리카를 동일한 채권으로 여긴다.

KB캐피탈과 현대캐피탈간 채권 가격차는 상이한 국제 신용등급 때문이었다. 무디스 기준 KB캐피탈과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은 각각 A3, Baa3로 3 노치(notch) 수준의 차이가 존재했다.

국제 신용등급 차이는 독자신용도(stand alone)과 계열의 지원가능성 양측에서 발생했다. 개별 회사 펀더멘탈을 기준으로한 독자신용도만 보더라도 KB캐피탈(Ba1)과 현대캐피탈(Baa3)은 2 노치 수준의 차이가 벌어졌다.

이에 더해 KB캐피탈은 계열 지원 가능성으로 4 노치 높은 A3 등급을 인정받았다. 'A3'는 국내 'AAA' 등급인 SK텔레콤, KT 등이 부여받고 있는 국제 등급에 해당한다. 국제 신용평가사의 경우 계열 지원 가능성을 3~4노치 이상까지도 반영하기 때문에 이같은 차이가 드러났다.

현대캐피탈 역시 그룹 지원 가능성으로 2노치 높은 등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KB캐피탈의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현대캐피탈, 이종통화 시장으로 우회

KB캐피탈의 부상이 아니더라도 현대캐피탈의 한국물 위상은 흔들리고 있었다. 자동차 업황 부진으로 관련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투심이 위축되자 달러채 시장을 기피하는 양상을 띄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2018년 3월을 끝으로 공모 달러채 딜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글로벌본드 발행을 위한 프라이싱(pricing)에 나섰으나 적정 금리가 형성되지 않자 발행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이후 이종통화 등을 활용한 외화채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현대캐피탈의 한국물 조달처는 이종통화 시장이었다. 현대캐피탈은 올 2월과 7월 스위스 역내 시장을 찾아 각각 3억스위스프랑 규모의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현대캐피탈은 10여년에 걸친 스위스프랑채권 발행 등을 통해 해당 시장에서 비교적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왔다.

현대캐피탈이 달러채 발행에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것에는 현대캐피탈아메리카의 영향도 상당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선제 자금 마련 등을 위해 올해만 65억달러의 공모 채권을 발행했다. 역대 최대 조달이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의 유동성 확보 과정에서 금리는 뛰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금리보단 자금 조달에 집중하다보니 5년물 발행 스프레드가 최대 550bp에 달하기도 했다. 이후 시장 안정화에 속도가 붙으면 유통금리와 발행 여건 등이 빠르게 개선됐으나 지난해 호황기 수준까지 회복되는 건 무리였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투자자에게 현대캐피탈아메리카와 동일시 된다는 점에서 해당 수준의 금리 조건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리 조건에 방점을 두는 현대캐피탈 특성 상 달러채 발행을 택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캐피탈사 확대 쉽지 않을 듯, 자산 규모 한계

KB캐피탈과 현대캐피탈의 2파전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KB캐피탈 이후 후속주자 등장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캐피탈사의 경우 회사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외화 조달에 나설 곳이 마땅치 않다. 공모 한국물은 통상적으로 최소 3억달러 이상 발행한다. 올 3분기말 기준 캐피탈사의 평균 총자산 규모는 5조 5185억원으로, 한 번에 3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곳이 흔치 않은 것은 물론 조달 자체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자금조달 수요 역시 변수다. 외화채 조달의 첫 관문인 기획재정부는 해외 투자와 차환 목적에 한해 한국물 발행 윈도우(window)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캐피탈사의 경우 외화채 발행 이력이 없어 차환물량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해외 투자 자금 목적이 아니라면 외화채 발행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KB캐피탈의 경우 라오스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자금 지원 등을 위해 이번 조달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사의 한국물 진입은 업계 자산 증가 속도와 맞물려 있다"며 "KB캐피탈의 등장은 캐피탈사의 한국물 조달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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