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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요기요, 전화위복 될까

한희연 M&A부 차장공개 2020-12-30 09:50:31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9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쪽짜리 M&A가 기정사실화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배민) 인수와 관련해 조건부 승인을 최종 결정하면서다.

공정위는 한달 전 DH가 배민을 인수하려면 기존 자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를 매각하라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냈다. 심사보고서를 받아든 DH는 공정위 전원회의의 최종 결정까지 한달간 반론을 제시했으나 결과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최종 결정하자 DH는 빠르게 당국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감이지만 김봉진 대표와 손을 잡고 앞으로의 협력에 한발 더 나아간 점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국내 시장만 놓고 볼때는 아쉬운 결정이나 글로벌로 넓혀 큰 그림을 보고 이를 수용한다는 의미로 해석가능하다.

이로써 요기요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매물로 공식 등장했다.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요건을 맞추려면 6개월 안에 매각을 마무리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한달전 요기요 매각을 전제로 한 심사보고서가 나왔을 때부터 일부 원매자들은 DH를 태핑했다. 심사보고서 의견이 최종적으로 뒤집힌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요기요가 현재 공고한 2위 사업자로서 '탄탄한' 회사라는 점에는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다만 DH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 명확한 청사진을 그리기엔 고민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DH의 품에서 나오는 순간 1위 업체인 배민과 경쟁해야 한다. 물론 이전에도 배민과는 경쟁구도였다. 하지만 전에는 막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그룹의 한국 지사로서 한국업체와 경쟁했다. 매각 이후에는 처한 상황이 정반대로 바뀐다. DH를 등에 업은 배민과 단독으로 경쟁하더라도 마켓쉐어를 추가로 얼마나 더 확보할 수 있을지는 주요 투자 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배달앱 시장을 두고 쿠팡이츠나 카카오 주문하기 등 막강한 신예들이 치고 올라오는 환경 또한 부담이다.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일부 지역에서 성장하고 있으나 전국적으로는 충분한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언급하며 이번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원매자 입장에서 막강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쿠팡 등의 도전과 성장속도를 간과할 수는 없다.

결국 요기요는 '공고한 2위 사업자지만 1위와의 격차는 크고 후발주자가 매섭게 추격하는 상황'에 노출된 셈이다. 물론 카카오나 쿠팡 등 경쟁업체들이 요기요에 적극적으로 눈독들일 수도 있다. 다만 DH 입장에서 2위 사업자를 경쟁사에 흔쾌히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드라이파우더가 많은 PE로의 매각도 방법으로 거론된다. PE는 3~5년 등 일정기간 투자한 후 이를 엑시트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처음부터 엑시트 플랜을 세우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요기요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엑시트 플랜 구축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의견도 있다.

DH는 공정위가 제시한 인수 선결조건을 빠르게 이행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내년 1분기중 최종적으로 거래를 종료한다는 목표다. 딜 규모를 감안하면 요기요 매각은 단연 내년초 핫딜로 부상할 전망이다. 요기요는 2012년 론칭했다. 계획대로 매각이 이뤄진다면 요기요는 론칭 10년차에 DH라는 이름표를 떼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자회사를 떼내야 하는 DH도 유감이겠지만 매각대상인 요기요 입장에서 급격한 변화가 더욱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을 터다. 요기요 매각 딜은 이제 막 시작돼 아무도 향방을 예측할 수 없다. 비록 타의에 의해 시작된 매각이지만 요기요가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살릴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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