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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를 위해 IB는 매번 좌절한다 [thebell note]

이경주 기자공개 2021-01-15 13:09:03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4일 08:0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PO(기업공개) 빅딜이 그만 좀 나왔으면 좋겠다. 한 달 새 몸무게가 8kg 빠졌다." 최근 국내 대형 증권사 IB(투자은행) 임원으로부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푸념을 들었다.

그야말로 쉴 틈 없는 격전의 연속이었다. 작년 추석연휴를 반납하고 크래프톤 주관경쟁을 치렀더니 한 달여 만에 카카오뱅크가 초대장을 날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사상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이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이외에도 쏘카와 야놀자 등 대어급이 줄줄이 나왔다.

딜이 많으면 좋은 것 아닐까. 그렇지 만은 않다. IB만의 애환이 있다. 하나 같이 수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초대형 IPO들이다. 말단사원부터 대표까지 혼연일체가 돼 준비했다. 입찰제안서 작성부터 프레젠테이션(PT) 준비까지 밤낮 없이 각고의 노력을 들였다.

그런데 결실은 승자에게만 돌아간다. 패자가 받는 보수는 없다. 신상필벌이 확실한 증권가다. 작년 연말인사에서 누군가는 승진하고 누군가는 떠났다.

월급쟁이가 다 그렇겠지만 IB는 유독 피말리는 경쟁 속에서 살고 있다. 고3 수험생이 1년에 한번 치르는 수능에 비견되는 중압감을 딜마다 느낀다고 한다. 승자는 한 두 곳이기에 기쁨보단 절망을 맛볼 때가 더 많다.

물론 보상도 있다. 주관한 딜이 성공해 발행사와 시장으로부터 인정 받았을 때 얻는 쾌감은 특별하다. 그간 느낀 고통을 모두 날려버린다. 이 맛에 좌절에 대한 두려움에도 또 다른 딜에 도전할 수 있다. 이 마저 없으면 IB업무를 감당하기 힘들다.

2021년 사상 최대 IPO 시장이 열린다. 평년의 4~5배에 이르는 20조~30조 공모가 예상된다. 그만큼 IB들 간 수없이 많은 혈전을 치렀다는 의미다. 가장 빛나는 아이디어와 전략을 제시한 하우스가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한 번 쯤은 IB들이 자본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얼마나 고초를 겪는지 전하고 싶었다. IPO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엔 분명 IB들의 지분이 있다. 그들의 경합 덕에 IPO가 더 정교해 질 수 있었다. 승자는 물론 패자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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