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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 상승에 채권재분류 단행한 보험사 '난감하네' 농협생명·DGB생명·한화손보 등 채권 평가손 발생·RBC비율 하락 '비상'

이은솔 기자공개 2021-01-19 07:54:20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8일 14:3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재분류를 통해 지급여력(RBC)비율을 끌어올렸던 보험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를 단행했던 농협생명보험, DGB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등은 RBC비율 하락에 직면하게 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0개월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월 4일 0.92%, 12일 1.13%로 일주일만에 22bp 상승했다. 같은 기간 30년물 금리도 22bp 상승했다.

지난해 8월 10년물 금리 최저치인 0.51%와 비교하면 금리가 두 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성장전망이 꺾이며 지난해 상반기 동안 하락하던 금리가 지난해말부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오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던 보험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2020년 1분기 한화손보는 만기보유증권 4조2100억원을 전액 매도가능증권으로 옮기고 RBC비율을 55%포인트(p) 높였다. DGB생명은 3분기 4조원 가량을 이동시켜 RBC비율을 90%p 높였다. 농협생명도 지난 3분기 만기보유증권 31조원을 옮겨 RBC비율을 115%p 가량 끌어올렸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만기보유증권과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 쌓는다. 만기보유증권은 자산부채(ALM)관리와 이자수입 등을 위해 매각하지 않고 만기까지 장기 보유할 목적이기 때문에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장부에 반영한다. 반면 매도가능증권은 매도를 위해 매입한 채권으로 분기별로 시장가치를 따져 평가이익이나 손실이 반영된다.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옮기면 과거 만기보유증권을 매입했을 당시의 금리와 현재 금리 사이 변동에 따라 평가손익이 발생하게 된다. 금리가 떨어진 현 시점에 과거 고금리 시절 매입한 장기채를 시가평가하면 평가익이 대거 발생한다. 이 평가익은 기타포괄손익으로 반영돼 지급여력금액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RBC비율이 오른다.


보험사 입장에서 채권재분류는 RBC비율을 높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농협생명의 경우 지난해 8월 지주부터 2000억원을 증자받아 RBC비율을 6%p 높였다. 보험사의 기존 지급여력기준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수천 억원 자본확충으로는 RBC비율을 높이기 쉽지 않다. 이마저도 6년만에 받은 증자였고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은 조달금리가 3~4%에 달해 역마진이 발생한다. 그러나 채권재분류는 비용 없이 RBC비율을 수십에서 수백 퍼센트포인트 높일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본적정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 입장에서 채권재분류는 비용없이 RBC비율을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이라며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옮기는 건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거라는 전망에 배팅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지 않을 경우다. 매도가능금융자산은 금리 변동에 따라 평가손익을 매분기 회계상 반영해 금리 민감도가 높다. 금리 인상기에 채권을 시가평가하게 되면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매도가능증권을 다시 만기보유증권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국에서는 채권재분류를 허가하는 대신 매도가능증권으로 한 번 분류한 채권은 3년 동안 다시 만기보유증권으로 옮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금리 상승과 하락에 맞춰 채권을 옮기며 RBC비율을 조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말 보험사는 당시 일 년 내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던 미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보유채권을 시가평가했다. 과거에는 국내 채권 장기채가 흔치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해외 장기채를 매입해뒀고 이는 미 국채금리와 연동돼 가격이 산정된다.

당장 지난해 4분기부터는 3분기보다 오른 금리대로 채권을 평가해 가격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기조대로 미 금리가 계속 상승할 경우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는 RBC비율이 높은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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