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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광글라스가 만든 '해성그룹의 장고' [thebell desk]

박창현 벤처중기2부 차장공개 2021-01-29 07:36:24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7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성그룹 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한창이다. 지주 요건 충족을 위해 기업 분할과 현물출자 유상증자 거래가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메뉴얼이 나왔지만 '해성디에스 지분' 처리 문제 만큼은 아직도 답을 정하지 못했다.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해성그룹은 계열사 계양전기가 보유 중인 해성디에스 지분 9.62%에 대한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 계양전기와 해성디에스는 모두 지주사 해성산업의 자회사가 될 전망이다. 지주사 체제 내 자회사들은 상호 간에 지분을 보유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계양전기는 해당 지분을 반드시 팔아야만 한다.

정공법이 있다. 해성산업이 지분을 직접 매입하면 된다. 해성산업은 지주사로서 해성디에스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고 계양전기 역시 빠른 자산 처분으로 여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해성디에스가 상장사라 매매 가격 이슈에서도 자유롭다.

다만 이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해성산업이 직접 돈을 써야 한다. 최근 주가 기준으로 주식 가치만 600억원에 육박한다. 자금은 충분히 끌어 모을 수 있다. 해성산업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알아주는 부동산 부자다. 투자 부동산 장부 가격만 139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단사천 명예회장 때부터 이어져온 '근검 절약' 이미지와 팍팍한 주주 환원 정책을 경험했던 시장에서는 해성산업이 직접 돈을 주고 지분을 살 것이란 관측에 회의적이다.

대안도 있다. 분할합병 방안이 그것이다. 계양전기가 해성디에스 지분만 따로 떼어내 투자회사를 설립한 후 해성산업과 합치는 방식이다. 해성산업은 합병 대가로 계양전기 주주들에게 현금이 아닌 주식을 주면 된다. 내부 자금이 나갈 일이 없다.

하지만 분할 합병안은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얽혀있는 탓에 그룹 전체를 관통하는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위험 요인이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계열사간 합병 절차를 강행했다가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졌던 '삼광글라스' 선례도 있다.

실제 해성그룹 내부적으로도 제2의 삼광글라스 사태로 비화돼서는 절대 안된다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삼광글라스를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해성디에스 지분 처리 문제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모양새다.

후속 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면 단재완 회장과 두 자녀들은 50%가 훌쩍 넘는 그룹 지배력(해성산업)을 갖춘다. 시나리오 상 최대 65%까지 확대도 가능하다. 해성산업과 지배주주들을 동일 이익 공동체로 판단하는 핵심 근거다. 이런 상황에서 해성산업 중심의 해법은 진짜 의도와 관계없이 주주들의 반발을 살 여지가 크다.

결국 이 문제는 명분 쌓기를 비롯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해성산업, 계양전기 두 주주들이 모두 납득할 만한 그룹 전략과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면 정공법이든, 분할 합병안이든 순조롭게 거래가 진행될 수 있다. 해성그룹의 장고가 이해된다. 해성그룹은 삼광글라스와 다른 길을 걸어 갈 수 있을까. 시장의 이목이 해성그룹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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