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3월 03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창구에서 가장 '핫'한 건 랩어카운트(Wrap Account·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다.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로 사모펀드 판매가 어려워지자 그 빈자리를 꿰차고 있다.랩어카운트는 직접 투자와 펀드의 장단점이 절충된 상품이다. 펀드 매니저가 고객 계좌를 마치 랩을 씌우듯 떼어내 일임받아 운용한다. 직접 투자는 개인의 종목 편향성이 반영돼 수익 변동성이 매우 높다. 펀드는 수십 수백 개 종목으로 분산 효과를 극대화한 대신 기대수익률이 떨어진다. 이들 사이에서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색깔을 내고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주식 투자 열풍에 편승해 본분을 잊은 랩어카운트가 나오고 있다. 운용역이 개인 투자자의 투자 패턴과 다를 게 없이 고객 계좌로 한두 종목에 베팅하고 있다. 증권사의 몇몇 지점에서는 바이오 등 테마 섹터의 단일 종목에 '올인'하는 계좌마저 등장하고 있다.
물론 랩어카운트는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과도한 분산 투자를 지양한 덕에 기대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그럼에도 적절한 분산 투자로 포트폴리오의 구색을 갖추는 건 고객 돈을 운용하는 전문가의 소임으로 여겨진다.
아무리 펀드 매니저일지라도 특정 테마주에 베팅하면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진다. 이들이 투자 전문가인 건 잭팟을 선별하는 재능을 타고났기 때문이 아니다. 시장과 주식의 함수를 분산(variance)으로 풀어내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전문 지식을 갖췄기 때문이다. 올인한 랩어카운트는 여느 개미처럼 잭팟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자산관리업계에서는 무리수를 두는 랩어카운트의 배경으로 수수료 체계를 꼽는다. 통상 기본 수수료가 낮은 대신 성과 수수료(목표 수익률 초과시 수취)가 높게 책정돼 있다. 신규 계좌 자체는 매력이 떨어지는 만큼 애당초 인센티브만 부풀릴 목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단연 손실은 오롯이 고객의 몫이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후유증은 아직도 여전하다. 몇몇 자산운용사의 일탈에서 시작된 사건이지만 운용업계가 최악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펀드 운용사는 물론 사모펀드를 주로 다룬 PB도 시름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자본시장에서 투자자의 신뢰가 깨지면 업계 전반이 단번에 외면받을 수 있다.
어려운 시기 그나마 랩어카운트가 효자 상품으로 선전을 벌이고 있다. 인기몰이에 편승해 과욕을 부린 펀드 매니저가 자칫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된다. 비록 법규가 가로막지 않고 있어도 평범한 원칙을 지켜 나가는 게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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