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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팬오션, '농업 전문가' 사외이사 선임 배경은곡물 트레이딩 사업 '힘 싣기', 벌크 이어 매출 2위 '굳건'

유수진 기자공개 2021-03-10 14:02:22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8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벌크선사 팬오션이 이사회에 농업 전문가를 합류시킨다. 통상 법률·재무 전문가를 중심으로 사외이사단을 꾸려 왔던 것과 달리 이번엔 농림 분야에 특화된 인물을 선택했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곡물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곡물 트레이딩은 팬오션의 다양한 부업 중 하나에서 '주력 사업'으로 위치를 재정립하고 있다. 최고 경영진의 의지를 발판 삼아 점점 덩치를 키우더니 매출 규모에선 벌크에 이어 확고한 2위로 자리를 잡았다. 이사회 구성원의 변화가 사업 확장 가속화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팬오션은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학수 동아시아농업협회 회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정 후보는 작년 말 개정된 상법에 따라 별도의 이사 선임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감사위원 선임 여부가 표결에 부쳐지게 된다. 이때 최대주주인 하림지주(54.7%)는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선임안이 주총 문턱을 넘으면 정 후보는 임기가 만료되는 오금석 사외이사의 자리를 채우게 된다. 현재 팬오션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4인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 명이 나가고 한 명이 들어오는 셈이어서 이사회 구성은 지금과 동일한 '7인 체제' 그대로 유지된다.


눈에 띄는 건 정 후보가 농업 분야 전문가라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팬오션은 회계·재무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 싱가포르 국적 이사 등으로 사외이사단을 꾸려왔다. 현재 이사회 멤버 중 최승환 이사는 KPMG 삼정회계법인 부대표를 지냈던 재무 전문가고 오금석 이사와 오광수 이사는 로펌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다.

싱가포르 변호사인 크리스토퍼 아난드 다니엘도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드시 싱가포르 국적의 이사 한명을 포함하도록 하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 규정에 따른 것이다. 팬오션은 2005년 국내 기업 최초로 SGX에 상장했다.

이번에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가 된 정 회장은 농림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정통 관료 출신이다. 1954년생 전북 고창 출신으로 고려대 행정학과와 원광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농업경제학 석사를 마쳤다.

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수산부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농림부 농지관리과장, 기획예산담당관, 공보관, 농촌개발국장, 농업정책국장 등을 두루 거쳤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을 지냈고 2015년부터 3년간 농협중앙회 비상임이사로 활동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한국농식품유통공사 사외이사를 지냈으며 현재는 동아시아농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법조인인 오금석 이사의 배턴을 농업 전문가가 이어받게 되는 셈이다.

이는 팬오션이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곡물 트레이딩 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팬오션은 하림그룹에 편입된 2015년 이후 곡물 트레이딩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오고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팬오션 인수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의 카길(Cargill)'이란 꿈이 있었다. 세계 1위 곡물업체로 농업을 넘어 식품업, 제조업까지 발을 넓힌 카길을 롤모델 삼아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실제로 팬오션은 하림그룹 합류 이후 전담 조직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곡물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과거 곡물 수송 경험을 살려 트레이딩 확대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식용·사료용 곡물을 국내와 중국, 동남아 등으로 판매·유통하며 트레이딩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축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과 사업적 시너지도 강화하고 있다.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하던 하림그룹은 팬오션 인수를 계기로 원료 운송비를 절감하고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뒀다.

팬오션은 작년 9월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에 위치해 있는 EGT곡물터미널 지분 36%를 인수하며 미국 번기(64%)에 이어 2대주주 자격도 갖췄다. 지분 인수는 추후 팬오션이 곡물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신규 시장 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힘이 실린 곡물사업은 견조한 매출을 기록하며 회사 내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사실상 주력으로 자리잡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매출 규모로는 벌크에 이어 두번째다. 곡물 트레이딩은 작년 2~3분기 각각 1694억원, 124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미래성장 동력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팬오션 관계자는 "정 후보는 농업 분야에 탁월한 전문성과 폭넓은 식견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며 "회사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곡물사업 분야의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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