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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수제맥주]다윗 대 골리앗 '카스·테라' 노리는 '3%'의 반란주세법 개정 '다품종·대량생산' 구축, 틈새 시장 주도권 경쟁 예고

박규석 기자공개 2021-03-25 08:11:38

[편집자주]

국내 수제맥주시장이 태동기를 거쳐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 과거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 소품종 소량생산에서 다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이 한창이다. 종량세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도입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여건도 마련됐다. 이를 기반으로 코로나시대에 무서운 속도로 가정용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수제맥주업계 현황과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3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윗과 골리앗' 보통 상대가 될 것 같지 않는 사람 또는 기업간 경쟁을 묘사할 때 쓰이는 표현이다. 양치기 소년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차돌’ 하나로 쓰러트린 것처럼 작은 힘으로도 큰 힘을 이길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재 맥주업계 역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다르지 않다. 지난해 기준 맥주시장 점유율이 3%에 불과한 수제맥주기업들이 가정용시장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제맥주업계를 대표하는 제주맥주가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미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다만 카스(CASS)와 테라(TERRA) 브랜드로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수성전도 만만치 않다. 하이트진로는 수제맥주 제조사 브루독과 유통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오비맥주는 쌀로 만든 ‘한맥’과 '올 뉴 카스(All New Cass)' 등의 신제품 출시를 통해 ‘다양성’을 앞세운 수제맥주기업들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주류 ‘종량세·OEM’ 도입, 규모의 경제 토대 구축

수제맥주기업들이 대형 맥주사와 경쟁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된 상태다. 낮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개정된 주세법의 경우 수제맥주기업이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기존 종가세(가격)에서 종량세(용량)로 바뀌면서 수제맥주기업들이 출고가를 낮추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수제맥주는 소형 양조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생산하는 일반 맥주와 달리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이 많이 든다. 높은 출고가의 영향으로 종가세 방식에서는 가격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종량세로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맥주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최근에는 수제맥주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어져 가격과 물량을 모두 잡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올 1월 동종 주류를 생산하는 기업에 위탁하는 경우에 한해 타사의 주류 위탁생산을 허용했다.

과거에는 ‘주류제조 면허’를 제조장별로 발급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형태로 주류를 제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업체는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 위탁생산을 통해 유통 물량을 늘릴 수 있게 됐다.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수제맥주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이하 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시장 규모는 1180억원으로 전년대비 47.5% 성장했다. 수제맥주협회는 관련 시장의 규모가 2023년 3700억원까지 커질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통망 확대 잰걸음…시장 양극화 해소 과제

수제맥주업계는 현재 유통망 확대를 위한 기초 체력 다지기에 한창이다. 향후 편의점 등 가정용 유통시장의 물량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시설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뜨고 있는 가정용시장이 수제맥주업계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제주맥주의 경우 올해 1분기까지 자사 양조장 시설을 2배 늘릴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맥주 생간 규모는 2000만 리터(L)로 초기 생산량 대비 6배 증가하게 된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GS25 등 국내 5대 편의점에 모두 입점한 만큼 늘어날 소비 물량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015년 진주햄에 인수된 뒤 유통 경쟁력을 강화해 온 카브루(kabrew)도 양조장 증설에 적극적이다.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2800톤(t) 규모의 시설을 구축한 데 이어 올 상반기 중에는 캔 전문 생산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국내 1세대 수제맥주 기업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 역시 오는 2023년까지 연간 4000만 리터(L)의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투자금액은 350억원 규모다. 세븐브로이맥주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등도 OEM을 활용한 생산능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와 제너시스BBQ와 같은 치킨 프랜차이즈가 수제맥주 시장에 진출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제너시스BBQ는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 등 수제맥주 전문기업과 손잡고 제품 개발에 적극나서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사 매장이 아닌 편의점과 같은 소매 유통 판매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이러한 추세가 수제맥주시장의 양극화를 초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가정용시장이 뜨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업소용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가진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제맥주업계는 ‘주류 온라인 판매’ 허용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미성년자 구매’ 등의 문제가 남아있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수제맥주시장이 주세법 개정 등으로 성장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고 시장 규모 역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다만 아직은 수제맥주 기업의 수익구조가 업소용시장으로 제한되고 ‘양극화’ 문제도 잔존하는 만큼 이를 해결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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