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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공정경제 트래커]롯데, 재계 유일 '사익편취' 규제 밖...日 거래도 못 막는다①총수지분 20% 미만, 일본홀딩스 지배 호텔롯데·알미늄 등에 수천억 매출

최은진 기자공개 2021-04-01 08:16:48

[편집자주]

2010년대 초반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경제민주화'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현재 '공정경제'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재계에 더 날카로운 칼날이 드리워졌다. 특히 유통업계는 중소상공인과 상생이 필요한 영역으로 공정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상위권 대그룹과 달리 여전히 구태 흔적이 역력한 유통기업들은 이제 비로소 변화를 준비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유통기업들의 공정거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30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핵심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면서 연간 100억~200억원의 연봉을 챙긴다. 국내 재벌그룹 오너 가운데 단연 연봉킹이다. 롯데그룹이 주주배당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만큼 신 회장이 한국서 현금 융통을 할 수 있는 통로는 급여 말고 달리 길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겨냥하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는 급여나 배당의 영역은 아니다. 개인회사를 설립하고 그룹의 일감을 몰아줘 총수가 우회적으로 사익을 챙기는 방식을 감시한다. 그런 측면에서 신 회장이 미미한 지분으로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데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도 많지 않기 때문에 규제 '사정권'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정위의 힘이 뻗치지 않는 일본 사업까지 영역을 넓혀 보면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다. 신 회장이 일본에서 어떤 형태로 급여 등을 수령하고 현금을 조달하는지 알려진 게 없지만 한국 계열사가 일본 계열사에 주는 내부거래가 상당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총수 지분율 20% 미만, 상위권 대그룹 중 유일하게 규제 회피

최근 전면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일가가 지분율 20% 이상을 보유한 상장 및 비상장 계열사와 이들이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들을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사익편취 개정안에 속하는 규제 대상 대기업 계열사는 기존 210개에서 598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법 시행은 올해 말 예정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법개정 후에도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가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개편된 후 신 회장이 보유한 유의미한 지분율이 상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상위권 대그룹 가운데 사익편취 규제에서 제외되는 곳은 롯데그룹이 유일하다.

한국 롯데그룹에서 신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롯데지주·롯데물산·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롯데케미칼 등이다. 그러나 어느 곳도 신 회장의 지분율이 20%를 넘어서지 않는다.


지배력의 정점인 롯데지주에서 차지하는 신 회장의 지분율은 13.04%에 불과하다. 친족이 보유한 지분까지 합치더라도 20%를 넘지 않는다. 신 회장이나 일가 개인이 소유한 지분보다는 '롯데알미늄·롯데홀딩스' 등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으로 신 회장의 일인체제가 지탱되고 있는 셈이다.

롯데지주는 물론 계열사들도 사익편취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게다가 롯데지주가 핵심 계열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익편취 대상에 들더라도 경쟁 대그룹처럼 전 계열사가 사정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많다고 볼수도 없다. 롯데케미칼을 제외한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 등 핵심 계열사의 내부거래는 대략 연간 2000억~3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각각 전체 매출액의 대략 3~9% 수준이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연간 200억원 이상, 전체 매출액의 12% 이상 내부거래를 문제 삼는다.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해당 기준에도 포함되지 않는 셈이다.

◇日 계열사가 韓 지배력 기반…롯데알미늄 거래 '중심'

공정위의 사익편취 규제에서 자유로운 롯데그룹이지만 실제 사익편취가 있는 지 여부는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공정위의 사정권이 미치지 않는 일본 롯데그룹을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미미한 지분율로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배경에는 일본 롯데그룹이 있다. 한국 지배의 정점인 롯데지주 지분을 약 20%가량 보유하면서 신 회장의 지배력을 뒷받침 한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그룹에 대한 지분율 역시 미미한 수준이지만 '종업원 지주회'라는 주요주주를 포섭하면서 공고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이한 형태의 지배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견고한 지배력 아래 놓여있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에서 수취하는 급여나 배당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 롯데그룹 만큼 현금 융통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키 위해 한국이 아닌 일본 은행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눈여겨 볼 대목은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의 내부거래다. 특히 한국 롯데그룹이 일방적으로 일본 롯데그룹에 매출을 일으켜주는 대규모 내부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 계열사끼리의 내부거래가 아닌 일본 계열사를 통로로 삼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국 롯데그룹은 물론 국내서 사업을 하는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까지 일본과의 거래관계가 적지 않다. 우선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와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 간 거래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으로 롯데쇼핑이 1007억원, 롯데제과가 480억원, 롯데칠성음료가 2092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롯데제과는 별도로 일본의 제과사업 주체인 ㈜롯데에 기술교류 지원료로 매년 1억여원의 로얄티를 제공한다.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인 호텔롯데의 경우 일본 계열사와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총 796억원의 내부거래를 했다. 연간 400억원 가량의 내부거래를 해왔다는 예년 수준을 감안하면 지난해 두배가량 늘었다.


이처럼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와 거래는 한국서 드러난 것만 총 5000억원을 웃돈다. 규모가 작은 계열사 거래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등에서 필요한 제품 포장지 등을 롯데알미늄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일감몰아주기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 그 어떤 곳도 사익편취 규제에 들어가지 않는데다 공정위가 일본 롯데그룹까지 들여다 볼 수 없다는 환경적인 특성상 신 회장이나 롯데그룹은 규제 밖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정위 역시 규제 대상에 속하지 않는 이상 롯데그룹은 물론 내부거래를 들여다 볼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과거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던 서미경 여사가 최대주주인 유기개발이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등 롯데그룹 계열사의 점포 내에서 식당 및 매점 등을 운영해 사익을 챙긴다는 비판을 받고 모두 철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 돼야 규제 사정권에 속하지만 롯데그룹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당연히 내부거래를 들여다 볼 여지가 없기 때문에 규제 바깥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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