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리스크관리 달인 박지홍 GVA자산운용 대표메자닌 첫 편입 안다크루즈 책임운용역…변동성 관리 철저, 기관투자자 매료
양정우 기자공개 2021-04-01 12:33:41
이 기사는 2021년 03월 30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지홍 GVA자산운용 대표는 처음 책임운용역에 오른 뒤부터 투자 레터(letter)로 소통에 나선다. 펜대를 잡고 많은 편지를 썼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글의 제목이 '탄(자신에게 유리하게 섞어놓은 패)'이다. 소위 타짜가 타깃을 현혹할 때 탄으로 2등패를 주듯 잭팟이 어른거리는 딜이 가장 위험하다는 지론을 담았다.이 레터를 가슴 한켠에 품은 건 투자에 대한 박 대표의 관점이 정확히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펀드매니저로서 리스크 관리를 가장 중시하는 철학이 녹아있다. 헤지펀드에 처음으로 메자닌(전환사채 등)을 담는 시도로 안정성을 끌어올린 게 바로 그다. 현재 운용 중인 펀드엔 150여 개에 달하는 자산을 담아 분산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박 대표(사진)는 하우스의 실적도 1등보다 2등을 추구한다. 이익 목표가 높을수록 리스크에 좀 더 베팅해야 한다. 이런 무리수가 누적되면 결국 수익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자산운용업이 마라톤이라면 차라리 2등을 계속 사수하는 게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성장 스토리 : 대기업 사원서 커리어 체인지, 최대 헤지펀드 운용 경력
1977년생 박지홍 대표는 대원외국어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거쳐 대기업인 신세계에 입사했다. 첫 직장에서 2년여 간 고객 서비스 업무를 맡다가 2005년~2006년 불어닥친 주식 광풍을 목격한다. 단지 재테크 차원에서 살펴보기 시작한 게 주식과의 첫 대면이었다.
그 뒤 '커리어 체인지'를 시도할 정도로 주식과 투자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워낙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어서 단숨에 주식 투자에 매료됐다. 초보 투자자 때는 온갖 주식 서적을 탐독했고 여느 개미 투자자처럼 시행착오도 거쳤다. 그러다가 투자를 평생 직업으로 선택했고 퇴사를 결정했다. 그 길로 카이스트 금융MBA(FMBA)에 지원했으며 CFA 차터홀더(charterholder)에 도전했다.
이 시기를 되짚을 때마다 박 대표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정희석 본부장과의 인연을 떠올린다.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던 정 본부장은 당시 자산운용사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박 대표가 투자 공부에 매진할 당시 가이드 역할을 맡은 게 정 본부장이다. 그 덕에 전문 투자자로서 안정 궤도에 빠르게 진입했다. 이제 박 대표는 헤지펀드 하우스의 수장으로, 정 본부장은 공모펀드 명가의 핵심 매니저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 카이스트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나설 시점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금융가가 뒤숭숭했던 시기 첫 거처로 삼은 게 로버스트투자자문이다. 2012년까지 근무하면서 선물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비롯해 다양한 옵션과 상장사 주식을 다뤘다. 주로 고유 자금을 운용하는 하우스여서 투자 영역에 제한이 없는 게 특징이었다.
박 대표는 "로버스트투자자문에서 일할 당시 실무를 가장 많이 스터디했다"며 "대형사에 취업하면 보통 주식, 채권, 파생 등 한 섹터에 몰두하지만 다양한 자산과 투자 전략을 경험한 게 큰 자산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 뒤 멀티 펀드(multi strategy fund)를 전문적으로 운용하고자 안다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4년부터 헤지펀드운용 본부장을 역임하면서 메인 펀드인 '안다 크루즈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이하 안다 크루즈 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았다. 이후 2016년 헤지펀드 운용사를 창업하는 용단을 내렸다. 주식은 물론 메자닌, 파생, 헤지 등으로 운용 영역을 크게 확장한 GVA자산운용(이하 GVA운용)을 설립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 철저한 리스크 관리, 하방변동성 제어 초점
박지홍 대표의 투자 철학은 GVA(Global Value Arbitrage)운용의 사명에 그대로 녹아있다. 아비트리지는 이론상 무위험(risk-free) 차익거래를 뜻한다. 지역과 시장 간 동일 상품의 가격 격차를 활용해 리스크없이 이득만 얻는 전략을 말한다. 아비트리지를 간판에 내건 건 그 전략만 쫓겠다기보다 그만큼 리스크를 적극 회피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펀드매니저로서 흔들리지 않는 대원칙은 단연 리스크 관리다. 무엇보다 치명적 실수를 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딜 한건에 폐업할 수 있는 게 헤지펀드 하우스다. 고객의 자산을 지킬 뿐 아니라 임직원이 생업에 오래 종사할 수 있는 길이다.
큰 손실의 가장 큰 원인은 집중 투자다. 이 때문에 GVA운용은 광범위한 분산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산 내 종목별 분산은 물론 자산 유형별 분산도 주식, 메자신, 파생 등으로 다채롭게 시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펀드 규모 대비 분산 투자의 강도가 가장 높은 하우스로 꼽힌다.
치명적 실수의 또다른 원인은 성장 여력이 이미 가격에 반영된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다. 산업과 기업, 경영진이 아무리 군계일학인 주식이어도 일단 가격이 비싸면 경계하고 있다. 물론 당연시할 수 있는 평범한 진리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인 헤지펀드 하우스와 화려한 이력의 펀드매니저가 절제라는 덕목을 고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박 대표는 "성장성이 매우 높은 주식이어도 투자 타이밍을 놓쳤다면 절제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영역으로 시각을 확대하면 언제나 저평가된 투자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변동성지표(VIX)가 역사적 저점일 때 헤지 수단으로 발굴한 것도 이런 원칙을 지켰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만큼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는 지양한다. 네이키드 숏 셀링은 예측한 대로 수익을 낼 수도 있으나 실패시 큰 손실을 떠안기 때문이다. 주식 롱 포지션의 경우 대략 큰 손실이 마이너스 40~50%, 잭팟은 텐베거(수익률 1000%)까지 가능하다. 반면 숏 포지션은 극단적 수익률 예상치가 정반대다. 오히려 손실이 10배에 달할 수 있다.
◇트랙레코드1 : 박스피에 빛난 안다크루즈, 메자닌 편입 최초 시도
박지홍 대표는 안다자산운용에 몸 담을 때 안다 크루즈 펀드의 책임운용역으로서 유명세를 탔다. 당시 국내 최대 단일 헤지펀드(3100억원 안팎)였다. 2014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운용하면서 38.2%의 누적 수익률(운용펀드 기준)을 달성했다.
이 시기 코스피는 '박스피'로 불리면서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이 지속됐다. 이런 여건 속에서 안다 크루즈 펀드는 메자닌 투자라는 활로를 발견했다. 이전까지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주식 롱숏 전략이 대세였다. 하지만 이 펀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메자닌을 자산으로 편입하는 강수를 둔다. 결과적으로 안다 크루즈 펀드가 크게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멀티 펀드의 시대가 열렸다.
박 대표는 기억에 남는 딜로 IS동서의 메자닌을 꼽았다. 그 당시는 국내 건설사의 해외 부실 수주 우려가 고조된 시점이다. IS동서를 비롯해 건설 섹터 전반이 투자자에 외면 받았다. 하지만 메자닌의 리픽싱(refixing) 조건은 물론 IS동서가 개발하는 부산 용호동 주상복합 프로젝트에 후한 점수를 줬다. 시장의 가격 왜곡쪽으로 결론을 내린 결과 2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성과를 냈다.
박 대표는 "국내 메자닌은 리픽싱 특약 덕에 매우 매력적 자산"이라며 "투자 매력이 높다는 건 결국 저평가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서 메자닌 투자를 처음 시도했듯이 시야를 넓혀 가격이 왜곡된 자산을 찾는 데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2 : 기관 투심 잡은 포트리스-A, 코로나19 때도 플러스 수익률
박지홍 대표가 GVA운용에서 거둔 최고의 트랙레코드는 대표 펀드인 '지브이에이 Fortress-A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600억원, 이하 포트리스-A 펀드)'다. 총 150여 개의 종목에 투자하면서 분산 효과를 극대화했다. 2017년 5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68.86%로 집계됐다.
포트리스-A 펀드가 거둔 가장 값진 성과는 변동성이다. 론칭 이후 시장보다 낮은 변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쇼크로 국내외 시장이 흔들렸을 때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대박 수익보다 변동성 관리에 사활을 거는 기관 투자자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박 대표는 "시장이 저조할 때는 하락 폭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시장이 호황일 때는 상승 폭을 웃도는 게 포트리스-A의 운용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목표를 달성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시장수익률을 훨씬 넘어서면서도 변동성까지 낮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트리스-A 펀드의 실제 지표는 당초 고안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운용 기간 동안 코스피가 수익을 낸 달에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거뒀고 손실을 낸 달에 전부 마이너스 성적을 기록했다. 이 펀드의 겨우 코스피 월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 4%일 때 마이너스 1.5%를 거뒀고 플러스 4%일 때 3% 수준을 기록했다.
그는 "투자 기관에 약속한 게 중위험, 중수익"이라며 "만일 중위험, 중수익을 내세웠는 데 수익률이 마이너스 20%면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운용 펀드에서 기관 비중이 70~80%일 정도로 기관 투자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 GVA운용 마지막 퍼즐 '해외 진출'
박지홍 대표는 앞으로 GVA운용이 해외로 상품을 수출하는 빅픽처를 그리고 있다. 국내 헤지펀드 하우스의 재원과 전략이 뛰어난 만큼 수출 경쟁력도 충분한 것으로 판단한다. 국내 시장에서 토종 헤지펀드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향후 해외 진출이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본다. 사명에 글로벌이란 단어가 담긴 배경이다.
그는 "지난해 포트리스-A 펀드는 아시아 헤지펀드 어워즈의 멀티 부문에서 파이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며 "해외 시장에 하우스 실적을 제공하며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발생 전엔 싱가포르에서 잠재 고객과 미팅을 가졌고 종식 수순을 밟으면 논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잘 알려진 독서광이다. 워런 버핏 등 세계적 투자가의 저서를 탐독한 건 물론이다. 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해 근심에 휩싸일 때는 이들 거장도 조롱 당한 때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위안을 얻으면서도 스스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는지 시장이 왜곡된 것인지 곰곰이 따져본다. 최근엔 글로벌 CEO에 대한 인문학 저서 3권을 동시에 읽고 있다.
박지홍 대표는 자산운용업계에서 몇 안되는 사회학과 출신 수장이다. 사실 사회학과 인문학은 정답이 없는 학문이다. 하나뿐인 답안을 찾는 게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에 대한 해석과 시각을 내놓는 데 주력한다. 박 대표는 성공 확률이 높은 2등패를 쥐더라도 또다른 관점에서 리스크를 엿보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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