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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포기한 한진家, 정석기업 반드시 팔았어야 했나 오너 일가 정석기업 지분 매각…조달 자금 상속세 1회분 상회, 다른 목적 가능성도

유수진 기자공개 2021-03-30 08:25:51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9일 13: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보유 중이던 정석기업 지분을 일제히 매각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일부, 조현민 ㈜한진 부사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전량이다. 유일하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만 처분에 동참하지 않았다.

정석기업이 매년 '고배당'을 실시해 쏠쏠한 현금 확보가 가능한 회사라는 점에서 매각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마지막 자산'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 경영권 분쟁 이슈와 무관해 자유로운 지분 처분이 가능하지만 손대지 않아왔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 중 하나로 꾸준한 배당을 꼽는다.

정석기업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최대주주등의 주식보유변동' 공시에 따르면 조 회장과 조 부사장, 이 고문은 지난 19일 일제히 지분을 정리했다. 조 회장은 보유 지분(5만6458주) 중 6분의 1 가량(9326주)을, 나머지 두 사람은 전량(5만6458주, 8만4685주)을 팔았다.


거래 가격은 주당 32만원이다. 조 회장은 30억원, 조 부사장과 이 고문은 각각 181억원, 271억원을 손에 쥔 것으로 산출된다. 이들은 같은 날 지분을 넘겼으나 거래 상대방이 파악되진 않는다. 세 사람으로부터 주식 15만469주(12.22%)를 인수한 상대방은 한진칼(48.27%)에 이어 2대주주가 됐다.

이번에 처분한 지분은 2019년 4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별세하며 상속받은 것이다. 조 전 회장의 지분 20.64%가 법정 상속 비율(1.5대1)대로 네 사람에게 나눠졌다. 실제 지분 이양이 이뤄진 시기가 2019년 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반이 채 되지 않아 정리한 셈이다.

정석기업은 부동산 임대업과 주차업을 하는 회사로 서울 한진빌딩과 인천 정석빌딩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가족회사나 다름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번 거래 전까지 주주명단엔 오너일가와 자기주식 외 △한진칼(48.27%) △이태희(8.06%) △정석물류학술재단(10%)이 올라있었다. 이태희씨는 고 조중훈 회장의 사위이자 고 조양호 회장의 매형이다.

그동안 한진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 매각 등을 실시하면서 정석기업은 건들이지 않았다. 오너일가 역시 지분을 자금 조달 수단으로 쓰지 않았다. 연부연납하기로 한 상속세 관련해선 보유자금과 급여, 한진칼 주식 담보대출을 우선적으로 활용했다.

정석기업은 과거 조 전 회장이 20%대의 지분을 보유한 채 쏠쏠한 배당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현금 창구 역할을 했다. 탄탄한 실적이 밑바탕이 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 가능한 가장 오래 전인 1999년을 제외하고 2000년부터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작년에도 매출 410억원, 영업이익 116억원, 당기순이익 88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기반으로 최근 수년간 고배당을 실시해왔다. 배당 추이를 살펴보면 2015년 주당배당금을 5000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한 이래 그대로 유지해왔다. 당기순이익이 100억원 밑으로 떨어진 2017년에만 예외적으로 2500원을 책정했다. 특정 배당성향을 정해뒀다기 보단 금액에 초점을 맞춘 걸로 보인다. 배당성향은 7~64% 사이를 오르내렸다.

조 전 회장 별세 후엔 가족들이 배당을 받게 됐다. 현재 오너일가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한진, 정석기업, 토파스여행정보, 한진정보통신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석기업은 그 중에서도 탄탄한 배당 수익이 보장되던 곳이다. 2019년 기준 한진칼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다. 주당 배당금은 토파스여행정보(1만4000원)가 가장 높지만 보유 주식수가 적어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19년 결산 기준 정석기업에서 이 고문은 세전 4억2000만원, 삼남매는 각각 2억8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같은 기간 한진칼에서 8억원(이 고문)과 10억원(삼남매)씩 받은 것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액수다. 아직 공시 전이지만 지난해엔 정석기업에서 받은 배당금이 최대 규모일 가능성이 높다. 한진칼이 무배당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매각은 꾸준한 현금 창출 수단인 배당을 포기하면서 내린 결정으로 볼 수 있다. 반드시 팔아야하는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상속세 마련 목적이라는 해석이 가장 지배적이다. 하지만 연부연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한꺼번에 지분을 처분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따라 붙는다.

매년 마련해야 하는 상속세는 이 고문 150억원, 삼남매 100억원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 고문은 이번에 271억원, 조 부사장도 181억원을 마련했다. 상속세 목적이라면 우선적으로 필요분 만큼만 정리하고 나머지에 대해 배당 수익 등을 올리는 게 더 유리하다. 이들 조달한 현금 규모를 따져볼 때 다른 계열사 지분 확보 등 상속세 외 다른 목적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정석기업 지분 매각은 오너일가 개인적인 사안이라 왜 팔았는지, 누가 사갔는 지 등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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