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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家 조현식 부회장의 '오용' [thebell note]

김서영 기자공개 2021-04-01 12:52:08

이 기사는 2021년 03월 31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이 동생 조현범 사장과의 경영권 대결에서 승기를 잡았다. 조 부회장이 대표이사 사임을 담보로 감행한 주주제안에 성공해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꺾고 감사위원으로 분리 선출됐다.

조 부회장의 주주제안이 성공할지는 사실 최측근조차 반신반의하던 일이다.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의 지분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19.32%다. 최대주주인 조현범 사장은 42.90%이다. '3%룰'이 적용됐다지만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22.61% 정도였기 때문에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한국앤컴퍼니 조현범·조현식 형제의 경영권 분쟁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조현식 부회장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겠다며 주주친화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대세를 거스르긴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횡령 및 배임 혐의에도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조 사장보다는 경영권 분쟁에 책임을 지겠다는 조 부회장에 더 마음이 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주들은 오너 리스크를 겪은 최대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보다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민연금이 찬성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견제구 역할을 할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실제로 조 부회장이 제시한 기업지배구조 개편안은 획기적인 수준은 아니다.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고 했지 사내이사까지 그만두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가 곧 이사회 의장을 맡는 한국앤컴퍼니의 정관상 대표이사 사임과 동시에 8년간 이어온 이사회 의장 자격도 내려놓는다. 하지만 조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남아 이 교수에게 힘을 실어주며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복안이다.

조 부회장은 한국앤컴퍼니에 ESG위원회나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을 신설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아니다. 조 부회장의 한국앤컴퍼니는 그동안 조 사장이 몸담았던 핵심 자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보다 지배구조 개편에 소극적이었다.

한국앤컴퍼니는 지주사임에도 자회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윤리 강령을 빌려 사용해 왔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법무팀은 한국앤컴퍼니 준법지원실 업무를 겸한다. 오히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달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업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본래의 의도와 다르게 사용하는 것을 '오용(誤用)'이라고 한다. 조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을 주주를 설득하기 위한 명분으로 삼았지만 동생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는 수단에 그쳤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조 부회장은 승리감에 도취하기보다 주주가치 제고가 경영권 유지라는 목적으로 오용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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