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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조급함 앞섰나…지그재그 고밸류 논란 1조 몸값, W컨셉 등 피어그룹 거래 배수 웃돌아

조세훈 기자공개 2021-04-13 10:32:19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2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의 여성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 인수를 놓고 밸류에이션 산정이 회자되고 있다. 과거 한차례 인수를 타진할 때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베팅해 딜을 성사시켰으나 조급함이 앞서 비교적 높은 밸류에이션에 기업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그재그의 운영사 크로키닷컴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경영진 지분 일부와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을 기업가치 1조원으로 평가해 인수하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잠재적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던 지그재그는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단번에 유니콘 기업으로 올라서게 된다.

이번 거래는 카카오의 적극적 구애로 이뤄졌다. 앞서 카카오는 지그재그 인수를 제안했지만, 가격 격차로 결렬됐다. 이후 지그재그 경영진은 외부 투자유치를 염두에 두고 시장에서 태핑(수요 조사)을 해왔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경영권 매각은 '불가'라는 방침을 고수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그재그는 카카오의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몸값이 낮아 응하지 않았다"며 "올 1월까지만 해도 지속적으로 외부투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가 올 초 이커머스 분야 강화를 위해 지그재그에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면서 기류가 변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카카오가 내부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하고 10~20대 여성 사이에 인기를 끌고있는 지그재그 인수로 방향을 틀면서 협상이 빠르게 진척됐다. 경영진의 마음을 끌어내기 위해 무려 1조원이라는 몸값을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는 최근 플랫폼 업체의 가격 산정과 비교해도 최고가 수준에 해당한다. 플랫폼기업은 특성상 상품중개가 주가 되다보니 거래액(GMV)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지그재그의 지난해 GMV는 7500억원이다. 이를 기업가치와 단순 계산하면 이번 거래에서 1.33배의 GMV 멀티플이 적용됐다.

반면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 업체인 배달의민족은 훨씬 낮은 멀티플이 적용됐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2019년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면서 기업가치를 약 4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예상 GMV을 8조원으로 평가한 이 거래에서 적용된 GMV 멀티플은 0.6배다.

지그재그의 몸값은 최근 치열한 경쟁끝에 SSG닷컴(쓱닷컴)에 인수된 동일 의류 플랫폼 업체 W컨셉보다 높다. 쓱닷컴은 지난 1일 W컨셉 지분 100%를 265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W컨셉의 2020년 연간거래액(GMV)이 235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업가치 산정에 약 1.1배 수준의 GMV 멀티플이 적용됐다. 이 가격도 롯데쇼핑, CJ ENM, SK텔레콤, 무신사 등이 인수 경쟁에 나서는 등 과열된 경쟁속에 산출됐다. 수의계약 형식으로 진행된 지그재그의 가격이 이를 뛰어넘는 만큼 고밸류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카카오가 다소 무리한 베팅이라는 평가를 받더라고 인수에 뛰어든 것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완전히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2020년 기준 국내 커머스 플랫폼 점유율은 네이버 18.6%, 쿠팡 13.7%, 카카오 2.9%다.

카카오는 주로 선물 전달 쿠폰 '기프트콘', 공동구매 서비스 ‘톡딜’에 머물러오면서 경쟁 구도에서 크게 밀렸다. 올 초 나스닥 상장으로 실탄을 확보한 쿠팡과 공격적 투자 전략을 이어온 네이버 등 경쟁사의 움직임을 고려해 과감한 투자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다소 밀리자 틈새시장을 놀릴 수 있는 기업에 투자를 하고있다"며 "지그재그 몸값 1조원은 시장에서 다소 의견이 분분한만큼 향후 실적에 따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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