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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원격현장실사, 해외 대체투자 돌파구 기대"신용철 한국기업평가 사업가치평가본부 에너지&인프라부문 부문장

이지혜 기자공개 2021-04-23 13:04:04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1일 08: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으로 치닫자 국내 기관투자자의 발이 묶였다. 해외로 실사를 나가지 못하니 대체투자 시장도 성장을 멈췄다. 문제는 외국기업만 이런 상황에 이익을 본다는 점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해외 블라인드펀드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신용철 한국기업평가 이사는 이런 상황이 안타까웠다. 사업가치평가본부의 에너지&인프라부문장으로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경쟁력이 뒷걸음질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신 이사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단지 출장을 갈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외국기업의 돈만 불려주는 상황이 안타까웠다”며 “돌파구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원격현장실사. 한국기업평가의 돌파구다. 현지의 선두권 컨설팅회사와 함께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해외 대체투자자산을 실사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1999년부터 사업성평가부문에서만 몸 담으며 23개국을 종횡무진 누볐던 신 이사다. 그런 그가 협력사 선정은 물론 성우 섭외, 자막작업까지 일일이 참여하며 공을 들이는 신사업이기도 하다.

◇“국내 투자자 경쟁력 후퇴, 두고만 보기 힘들었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참 스마트하다. 글로벌 기관과 비교해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그런데 단지 출장을 못 간다는 이유로 투자 경쟁력이 후퇴하는 건 보기가 딱하더라.”

한국기업평가가 ‘해외 대체투자를 위한 원격현장실사 방법론’을 낸 이유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2월 사업성평가부문에서 신사업에 도전했다. 현지 컨설팅 회사를 고용해 IT기기로 실시간 소통하면서 원격으로 대체투자 현장을 실사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 증권사들이 웹캠 등을 이용해 실시간 현장실사를 시도한 적도 있다. 그러나 조악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경험치나 수요도 부족해 사업화하지는 못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바라봤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1월 낸 ‘증권회사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마련’에서 현지실사를 하기 어려우면 대체절차를 마련하라고 밝히면서다. 원격현장실사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 그간의 인적 네트워크와 경험치를 활용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파악했다.

신 이사는 “돈을 벌고 싶다기보다 일단 해외 대체투자의 물꼬를 튼다는 데 의의를 둔다”며 “에너지와 인프라시설의 사업성평가는 트랙레코드와 레퍼런스가 중요한데 그간 쌓아온 경험치를 활용하면 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사업성평가 전문기관 중 1위에 올라 있다. 역사는 물론 인력까지 업계 최대 규모다. 이 과정에서 미국 오치드그룹 등 컨설팅회사와 네트워크도 확보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풍력발전사업(4개 발전단지)을 대상으로 원격현장실사를 진행하며 포트폴리오도 쌓았다.

기대는 천천히 현실화하고 있다. 아직 금융감독원 등 정부당국에서 원격현장실사에 대한 반응이 나오지 않아 신중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 19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가운데 생명보험사 등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원격현장실사를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꾸기도 했다.

덕분에 올 3월에는 첫 수주를 확보했다. 미국과 호주의 PPP(민관협력사업) 자산 4곳을 대상으로 원격현장실사를 진행해 현재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실사자산 규모는 3500억원으로 결코 적지 않다.

◇“잘 알고, 잘 하는 사업만 하겠다”

“원격현장실사가 중요한 이유는 ‘저 시설이 정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혹자는 영상 속 내용이 조작된 것일 수 있지 않냐고 묻는다. 그런데 인프라시설에 출입하려면 주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수력발전, 풍력발전 등은 국가 기간산업이니까. GPS와 5G를 활용해 실시간 소통을 하는데도 못 믿겠다면 실제로 가본들 믿을 수 있겠나?”

한국기업평가가 원격현장실사를 들고 나왔을 때 제기됐던 신중론은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것이다. 신 이사는 이 질문에 현지 정부당국 의 허가로 답했다. 현지 주무관청이 인터뷰 허가를 내준다는 것 자체가 현지 시설의 존재 근거라는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한국기업평가는 현지 컨설팅회사 인력이 GPS를 켜고 들고 들어가 한국기업평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도록 했다. 또 동네주민까지 인터뷰하며 증거를 확보, 이 모든 자료를 단 하나도 지우지 않고 보유했다. 금융감독원이 검사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증빙자료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때로 주무관청이나 시설 관리자가 드론을 띄우거나 시설에 출입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으면 연방법까지 뒤져가며 설득하기도 했다.

신 이사는 “1999년 한국기업평가에 입사한 이래 사업성평가의 에너지&인프라부문에서만 일을 해왔다. 이 업계에는 10년 주기설이 있는데 23개국을 누비며 이 주기를 두 번 경험해봤다”며 “투자자를 모시고 출장도 가봤지만 회의감이 많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는 “인프라 시설이 대부분 현지 시골에 있다보니 GPS를 켜고 버스 운전기사가 가는 데로 가는 게 전부다. 때로는 영어를 잘 못하는 직원과 함께 가서 대충 보고 올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현지 실사의 실정이 이러한데 이 절차에 목을 맬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한국기업평가가 잘할 수 있고, 잘 아는 사업만 대상으로 원격현장실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사업성평가를 진행한 프로젝트만, 미국과 유럽주요 5개국·호주·일본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활발하게 투자했던 곳으로만 원격현장실사 대상을 한정했다.

또 등 일반 부동산자산은 리스크가 클 수 있으니 발전소, 신재생에너지, 교통․운송시설 등 에너지와 인프라시설만 살펴보기로 했다.

◇“PF시장의 ‘마지막 파수꾼’”

한 회사의 한 조직에 20년 이상 몸 담기란 쉽지 않다. 조직에서 인정받아야 하고, 조직을 인정해야 가능한 일이다. 신 이사가 그렇다. 그는 한국기업평가 사업성평가본부의 최대 강점으로 ‘곤조(신념)’를 꼽았다.

신 이사는 “‘우리가 PF시장의 마지막 파수꾼’이라는 말을 들으며 일해왔다. 금융기관이 투자손실을 보지 않도록 뭐 하나라도 보고서에 더 담아야 한다고 배웠다. 설령 잔금을 받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신뢰를 잃으면 안된다는 곤조가 아직도 살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기업평가가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최고의 영업비결로 전문성을 꼽는다. 각종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교육과 세미나를 열어 산업변화를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감도 있다. 신 이사는 “사업성 검토 보고서는 한국기업평가만 본다는 애널리스트나 IB도 있다”며 “우리가 사업성 검토한 것 중에는 미매각된 대체투자자산이 많지 않다”고 웃었다.

신 이사는 개발도상국의 PF시장이야 말로 이런 신념과 전문성으로 뚫어야 할 시장이라고 믿는다. 한국이 전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서 영향력을 확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는 “선진국만 바라본다면 투자수익률이 낮을 뿐 아니라 의사결정 속도도 글로벌 금융사를 따라가기 어려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며 “현재 증권사의 총액인수 모델은 개발도상국의 인프라투자에도 적합한 만큼 이런 시장이 활성화하는 것을 보고 퇴직하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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