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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앞둔 이재용, 정공법 택해도 앞길은 첩첩산중 계열사 지분 향방 시나리오 난무…사법리스크·보험업법 뇌관은 여전

김혜란 기자공개 2021-04-27 08:17:37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6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 오너 일가가 이번 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 상속에 대한 세부안을 공개한다. 상속세 신고·납부 시한이 오는 30일로 다가온 데 따른 것이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이 전 회장의 삼성 계열사 지분이 어디로 가느냐다. 재계 안팎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주식 배분이 이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대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삼성물산 법인 증여, 공익법인 출연 등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세금을 내고 주식을 받는 정공법을 취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그러나 오너 일가가 이 회장 재산을 상속한다고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포기한 만큼 기존 오너 중심 의사결정 체제를 대체할 영속적인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장기 과제로 남는다.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상태인 데다 여전히 사법리스크와 보험업법 개정 등 뇌관이 남아 있어 지배구조 개편 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핵심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이 회장이 남긴 재산 중 그룹사 지분은 삼성전자 보통주 4.18%와 우선주 0.08%, 삼성물산 2.86%, 삼성생명 20.76%, 삼성SDS 0.01%이다. 이에 대한 상속세는 11조366억원으로 확정된 바 있다.

최대 쟁점은 법정상속인 중 누가 더 많은 지분을 상속받느냐, 13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어떤 방식으로 조달해 부담하느냐이다. 오너일가는 그동안 여러 대안을 놓고 고민해왔다.

법정 상속 비율대로 주식 지분을 나눈다면 배우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전체 상속 지분의 3분의 1을, 자녀인 이 부회장과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나머지 3분의 2를 나눠 갖게 된다. 홍 전 관장이 상속받지 않고 세 자녀만 지분을 나눠 갖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직·간접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이 회장 주식 상당수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로 사실상 삼성물산이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소유 구조 속에서 지배구조 개편의 키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 향방에 있다. 삼성물산 지분의 경우 이미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고 상속가액이 약 6000억원 정도로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진다.

삼성전자 지분의 경우 이 전 부회장이 전부 물려받는 것도 가능한데, 이 경우 이 부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 부담이 커진다. 이 회장 주식 재산 중 80% 이상이 삼성전자 주식으로 주식상속세만 9조650억원에 달한다. 이를 연부연납방식으로 5년에 걸쳐 나눠서 납부한다면 이달 말 상속세의 '6분의 1'인 약 1조5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 유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는 삼성SDS 지분(9.2%)이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는 주식 중 일부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거란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SDS·생명 등 계열사 지분 매각 이뤄질까 촉각

일각에선 삼성전자 지분을 오너가 직접 상속받지 않고 삼성물산에 증여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4.18%를 삼성물산에 넘기면 이 부회장의 직접 지배력은 약해지더라도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이 5.01%에서 9.19%로 확대돼 실질 지배력은 더 키울 수 있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상속세 부담도 대폭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삼성물산이 자산수증이익에 대한 법인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재무적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간접소유에 따른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지난해 5월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여론 부담이 큰 방법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세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법정 상속인이 지분을 상속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의 대주주인 만큼 지분 전부나 대부분이 이 부회장에게 상속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특수관계인이 금융회사 지분을 매입하려면 금융당국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3세 중에선 이 부회장만 유일하게 특수관계인으로 등재돼 있어 절차상으로도 이 방안이 가장 유리하다.

만약 상속인들에게 지분분산이 이뤄지더라도 현재 1대 주주인 이 회장의 지분이 20.76%로 삼성물산(19.34%)보다 많아 삼성물산이 1대 주주로 올라서고,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지배구조는 더욱 공고해진다.

삼성생명 지분 매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만큼 이 회장 지분 20.76% 중 절반인 10%가량 매각해도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상속 이후…영속적인 거버넌스 체제 구축은 장기과제

당초 상속과정에서 삼성물산 지주사 전환 등의 지배구조 변화도 예상됐지만,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돼 동력을 잃은 데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도 진행 중으로 최종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 결과, 보험업법 개정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 큰 변동이 올 수 있다.

특히 뇌관은 보험업법 개정이다. 현재 여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보유 주식 가치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바꿔 평가하자는 게 골자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3%'룰을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 총 6.58%를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우호지분 18.63%가 12%로 크게 떨어질 수 있단 뜻이다.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있는 계열사는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시장에선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43.4%)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해 재원을 마련해 두 보험사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논의도 또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6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장기적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 도입이 필요한데 지주사 전환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보유지분이 총자산의 50%가 넘으면 강제로 지주회사로 전환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삼성전자 지분을 30%까지 확보해야 해 추가로 막대한 부담이 생긴다.

이처럼 여러 대내외적 변수 탓에 이 부회장이 먼저 움직여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험업법 개정안 유예기간도 최장 7년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은 수년에 걸쳐 논의될 장기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배구조 분야 한 전문가는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복잡한 고도의 수가 있을 수도 있고 심플하게 갈 수도 있다"며 "삼성의 경우 지금은 수를 세우고 밑그림을 그려놓은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이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포기하고 이사회 책임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등의 정공법을 택한 만큼 앞으로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도 정공법을 모색하되 장기간 보폭을 길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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