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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현대카드의 '혁신'은 어디서 나오나

이장준 기자공개 2021-04-29 07:44:49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8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카드에는 '혁신적'이라는 수식어가 유독 많이 따라붙었다. 슈퍼콘서트 등 문화 마케팅을 처음 도입했고 참신한 카드 디자인과 광고를 끊임없이 선보였다. 정태영 부회장도 떼놓고 볼 수 없다. 그가 SNS를 소통 창구로 적극 활용하면서 '트렌드 세터' 이미지를 각인시킨 영향도 한몫했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정 부회장이 지난달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면 어렴풋이나마 고충이 느껴진다. "큰 비전? 아니 혁신의 동력은 '공포'였다고 실토했다. 누구나 원대한 드리머(dreamer)가 되고 싶다. 하지만 매일 사업에 매달리다 보면 공포가 더 실용적인 감정이다."

이미 수년 전 그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먹거리가 줄어들자 '흰 머리'가 나기 시작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본업 외 사업으로 눈을 돌리면 어땠을까. 이미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이 자동차금융을 전담하는 데다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었다. 결국 기존 카드업을 고도화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갈증은 누구 못지않았을 것이다.

고심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다. 카드사와 파트너사가 상품의 기획부터 운영, 마케팅까지 과정을 함께 진행하는 상품을 말한다. 수익과 비용도 나눠 갖는 끈끈한 유대관계가 특징이다.

2015년 국내 1호 PLCC인 이마트 e카드를 선보였다. 당시엔 개념 자체가 생소했고 당장 수익성에 도움이 되겠냐며 안팎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현대카드는 굴하지 않고 뚝심 있게 제휴처를 넓혔다.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무신사, 네이버 등 각 업권에서 영향력이 뚜렷한 기업 10여 곳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PLCC 효과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현대카드는 포화된 카드업계에서 가장 많은 신규 회원을 확보했다. 회원 증가는 신용판매 증대에 그치지 않고 대출서비스 이용으로 이어진다. 충성 고객이 많아지면 추후 본격화될 '데이터 전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나아가 파트너사와 협업 모델인 '도메인 갤럭시(Domain Galaxy)'도 구축할 예정이다. 데이터 동맹으로 뭉친 하나의 은하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뜻한다. PLCC를 시작으로 금융과 데이터, IT 등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기업으로 진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지켜본 경쟁사들도 최근 부랴부랴 PLCC 제휴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하지만 한참 전부터 파트너사를 늘려온 현대카드의 선점 효과를 따라잡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28일 현대카드는 이사회를 열고 신임 각자대표를 선임한다. 약 14년간 이어진 단독대표 체제는 마무리되지만 정 부회장은 신사업 발굴 등 장기 전략을 세우는 역할에 집중할 전망이다. 그는 앞으로도 사업에 시달리며 적잖이 공포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여전히 현대카드가 보여줄 혁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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