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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지분 매각설, 금융지주서 인수? '글쎄' 상속세 재원 마련 위한 매각 시나리오, 투자 매력도 '낮다' 평가도

이은솔 기자공개 2021-04-28 07:07:40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7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 총수 일가의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상속안 공개를 앞두고 삼성생명 지분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인 삼성생명 지분을 일부 매각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1위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곳은 금융지주사 혹은 대형 사모펀드로 한정된다. 다만 금융지주사 대부분이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경영권 확보 차원이 아닌 이상 생명보험사에 대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건 메리트가 없다는 생각을 나타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내일 이 전 회장의 상속세 납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일 이 부회장과 홍라희 전 라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이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20.76%)을 공동보유한다는 내용의 대주주 변경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삼성생명의 지분 매각설이 제기되는 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속세 부담 때문이다.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주식 지분 11조원, 미술품과 같은 기타 자산 1조원 등 12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부연납제를 활용하더라도 올해 내야 하는 상속세만 2조원 가량이다.

지배구조와 경영권 유지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부회장이 매각할 수 있는 지분은 삼성SDS 혹은 삼성생명으로 좁혀진다. 다만 삼성SDS의 경우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 전체(17%)를 매각해도 상속세 재원으로는 부족하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과거 삼성SDS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매각했다가 논란이 된 전례가 있다.

2016년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재원을 위해 삼성SDS 지분 2% 가량을 블록딜로 처분했다. 당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 기대감으로 더해졌던 프리미엄이 가라앉으며 삼성SDS의 주가는 폭락했고 소액주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건 삼성생명 지분 매각이다. 이 전 회장의 보유지분인 20.76%에 삼성물산의 보유지분 19%를 합하면 삼성생명 지분 중 지배주주 우호지분은 40%에 달한다.

이중 일부를 매각하더라도 경영권에는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상속세 마련을 위해 10%, 약 2조원 내외를 매각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생명의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84900원, 시가총액은 약 17조원이다. 이중 10% 가량을 매각한다고 가정할 때 예상 규모는 1조7000억원 안팎이다.

인수 여력이 있는 곳은 금융지주사 혹은 대형 사모펀드다. 이 전 회장이 타계한 직후인 지난해 연말 IB업계에서는 삼성생명 지분이 블록딜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이 부회장은 실제로 2015년에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버크셔 해서웨이에 삼성생명 지분 매각을 타진했었다.

생명보험업과의 연관성이 깊은 금융지주사도 잠재 인수자로 거론된다. 다만 인수 메리트가 높지 않다는 게 문제다. 10%의 지분은 경영권 확보와도 거리가 멀다. 이미 생명보험사를 갖추고 있는 지주사들은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할 제안이다.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단순히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의도라면 금융지주사의 지분과 삼성생명의 지분을 서로 교환하는 스왑 방식도 가능하다. 이 경우 지주사가 대규모 자금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번 지분매각 시나리오의 목적은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이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 삼성생명을 매각한다면 지주사의 지분이 아닌 현금을 대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금융지주사가 1조원이 넘는 현금을 생보사의 경영권이 아닌 지분 일부를 대가로 내주기는 쉽지 않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관련한 등락을 제외하고 장기적으로 생명보험은 투자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종목"이라며 "단순히 재무적투자자(FI)로 삼성생명에 투자하는 것은 크게 메리트가 없다"고 전했다.

금융지주사 중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우리금융지주다. 우리금융은 국내 4대 지주 중 유일하게 생명보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로서의 메리트가 크지 않더라도 향후 생명보험업 진출 등 그룹 내 다른 시너지효과를 감안하고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우리금융의 이전 인수합병(M&A) 방식을 살펴보면 향후 인수 가능성이 있는 매물에 일부 지분 투자를 선행하고 이후 완전인수를 추진하는 방식을 활용해왔다. 우리금융캐피탈이나 롯데카드에 대한 투자도 향후 인수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됐다. 우리은행이 삼성전자의 주거래은행이라는 점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지분을 매각한다고 해도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의 향방이나 우호적 의결권 등 세부적인 내용을 합법적인 선에서 조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이 부회장 측이 버크셔 해서웨이 측과 논의했던 지분 매각안은 이후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겨냥하는 칼로 돌아왔다. 계약 논의 과정이 투자판단에 중요한 위험 사항임에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게 문제가 됐다.

당시 이 부회장 측은 버크셔 해서웨이와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을 일정 기간 보유하고 그룹에 우호적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의 이면약정을 논의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임에도 공개되지 않았고,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주요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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