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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그랜트 속속 도입하는 SK 계열사, 이해상충 이슈는 이사회 경영 앞세운 SK이노, 소송 합의 보상 차원?

박상희 기자공개 2021-05-03 10:25:24

이 기사는 2021년 04월 30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에서 ESG를 가장 먼저 경영 화두로 제기한 SK그룹이 계열사 별로 사외이사에 스톡그랜트를 부여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외이사와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책임 경영의 일환이라는 게 SK그룹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 본연의 기능은 견제 및 관리감독에 있는데 스톡그랜트 부여로 주주가 되면 이해상충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SK는 올해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한 스톡그랜트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지주사인 SK㈜가 선발대였다. SK㈜는 이달 8일 사외이사 총 5인에게 1인당 주식 89주를 부여한다고 공시했다. 이달 5일 SK㈜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사외이사 1인당 약 24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SK하이닉스는 29일 사외이사 총 6인에게 1인당 200주의 스톡그랜트를 부여한다고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도 사외이사에게 스톡그랜트를 부여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톡그랜트(주식 보상)란 '주식을 부여한다'는 의미로, 특정 대상자에게 회사의 주식을 직접 주는 인센티브 방식이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특정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라면 스톡그랜트는 회사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무상으로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 사이에서 보편화 된 성과보상 제도로 상여금 및 퇴직금을 주식으로 지급한다.

국내에선 지난 2월 한화가 주요 임원 성과보상 방식으로 이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 기업이 경영진에게 인센티브로 스톡 옵션이나 스톡그랜트를 지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사외이사에 스톡그랜트를 지급하는 건 드문 경우다.

국내 기업은 사외이사의 보수를 평가와 연동하지 않는게 불문율처럼 자리 잡았다. 평가결과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면 독립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 보수는 직무수행 책임과 활동에 투입하는 시간에 대한 기본급으로 구성된다. 사내이사를 위한 장기성과 인센티브제도는 있지만 사외이사에게는 적용하지 않는게 일반적이었다.

SK그룹의 사외이사 스톡그랜트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경영진과 주주 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이사회 일원인 사외이사도 스톡그랜트를 통해 주주가 됨으로써 주주가치에 보다 부합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이른바 책임경영론이다.

한편으론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당초 취지가 경영진의 견제, 관리·감독 기능에 있다는 점에서 사외이사가 주주가 되면 이해상충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가장 중요시한다. 미국 교직원퇴직연금기금 TIAA-CREF(Teachers Insurance and Annuity Association-College Retirement Equities Fund)의 경우 기업지배에 관한 정책문서(TIAA-CREF Policy Statement onCorporate Governance)에서 "이사회는 과반수 이상이 독립성을 갖는 사외이사로 구성되어야 하며, 독립적인 사외이사란 당해회사에 정규적으로 용역을 제공하는 자는 제외되는 등 특수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거래관계가 있는 특정회사의 인물은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스톡그랜트 부여는 단순히 거래 관계에서 비롯되는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주주가 된다는 의미다. 경영진은 많은 경우 주주와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독립성을 담보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사안에 따라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주주가 되면 그런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사외이사 제도가 발달한 이유는 주주자본주의에 제동을 걸기 위한 측면도 컸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원장은 "사외이사에 스톡옵션이나 스톡그랜트를 부여하는 것을 일률적으로 좋다 나쁘다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해당 제도가 어떻게 고안되고 활용되는지를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이 재임 기간 동안 보상을 노리고 단기성과에만 함몰되는 것처럼 사외이사도 스톡그랜트와 맞물려 단기적인 주가 부양 이슈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스톡그랜트는 재직하는 동안 타인에게 양도 혹은 담보 제공 등 처분이 불가능하다"면서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톡그랜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최근 LG에너지솔루션(LGES)과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 소송 합의가 마무리 됐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SK이노베이션은 '독립적인' 이사회 경영이 자리잡고 있어 경영진이 임의대로 합의 규모나 방식을 정할 수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돼 있고,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합의가 난항을 겪을 때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한 확대 감사위원회 개최 결과를 이례적으로 외부에 공개하기도 했다. 배터리 소송 합의에 사외이사를 위시한 이사회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김종훈 의장이 합의금 규모가 터무니없이 높다면 합의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주주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면서 "사외이사에 스톡그랜트를 부여하는 것은 책임경영 의지를 고취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송 관련 배임 등 혐의 발생 가능성을 감안해 사외이사 위주의 독립된 이사회 경영을 앞세웠다"면서 "최근의 사외이사 스톡그랜트 도입 검토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이 마무리 된 이후 도입됐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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