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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관 돋보기/주택금융공사]사장은 금융위, 부사장은 한은 출신 ‘공식'②금융당국-한국은행 힘겨루기, 주거안정 공공기구 두고 자리다툼

김민영 기자공개 2021-05-10 11:00:00

[편집자주]

한국주택금융공사는 금융소비자가 주택을 매매하거나 전세를 살 때 만나게 되는 금융공공기관이다. 최근엔 주택연금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일종의 ‘역모기지론’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한층 더 소비자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아직도 주금공이 어떤 기관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더벨은 주금공이 최근 몇 년 간 내놓은 감사보고서 등을 토대로 경영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6일 13: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역대 사장 면모를 보면 정부와 한국은행의 힘겨루기 양상이 보인다. 초대 사장은 민간 출신이었으나 2대부터 현재 8대 사장까지 정부 관료와 한국은행 고위직 출신이 돌아가면서 사장직에 앉았다. 현 정부 들어선 부처 중에서도 금융위원회가 자리싸움의 승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서민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설립된 금융 공공기관 수장 자리를 두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민간 출신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출신' 초대 사장 이후 정부·한국은행 출신 역임

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행정고시 35회로 주로 금융위원회에서 공직 생활을 한 정통 금융 관료 출신 인사다. 금융위 요직인 금융구조개선과장, 자본시장과장, 금융소비자국장을 역임했다. 공직 마지막엔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전임자인 7대 이정환 전 사장 역시 행시 17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현 기획개정부) 국고국장, 국무조정실 심사평가조정관을 지냈다. MB정부에서 한국거래소 이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배출한 사장 2명 모두 금융 관료인 셈이다.

현재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금융위원회가 주택금융공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후보자들을 추천 받은 뒤 그 중 한 명을 대통령에 제청한다. 이후 청와대의 추가 인사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사실상 대통령이 사장을 지명하는 셈이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위 공무원들의 의중이 반영된다.

하지만 2004년 설립된 주택금융공사의 사장 자리가 처음부터 정부 관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초대 사장은 민간 출신이었다. 정홍식 초대 사장은 1972년 주택은행에 입행해 약 30년 간 은행 생활을 한 순수 민간 금융권 출신이었다. 2004년 정권 초기였던 노무현 정부의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척결 의지에 따른 선임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도 정권 후반기 관료들의 집요함에 두 손 두 발을 들고야 말았다.

2007년 2월 정 전 사장의 3년 임기 막바지에 주택금융공사는 사장추천위원회를 꾸려 사장 공모에 나섰다. 정부의 개입이 시작됐다.

당시 사장추천위가 지원자를 재경부에 올리면 재경부는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에 추천하는 절차를 거쳤다. 재경부는 사장추천위가 추린 10명의 지원자 중 행정고시 20회의 유재한 전 재경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을 비롯해 역시 행시 13회 출신의 진병화 국제금융센터 소장, 한국은행 출신의 최창호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등 3명을 콕 집어 청와대에 추천했다. 누가 사장이 되더라도 관료나 한국은행 출신이 맡을 수밖에 없던 셈이다. 결국 2대 사장으로 유 전 사장이 낙점됐다.

유 전 사장은 1991년 재무부를 시작으로 재정경제원 국민저축과장, 재경부 금융정책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재경부 정책조정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역임한 금융 관료였다.

3대 사장은 한국은행 출신이 차지했다. 이때부터 사장 자리를 두고 정부와 한국은행의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주주 구성을 보면 한국은행도 할 말은 있다. 작년 말 기준 주택금융공사 주식은 정부가 67.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행이 32.06%를 갖고 있다. 정부 다음으로 2대 주주이자 3분의 1에 가까운 지분이 있는 만큼 인사권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는 게 한국은행 생각이다.

4대 사장은 두 달 만에 사임한 김경호 전 사장이었는데 그 역시 행시 21회로 재경부 출신이었다. 이어 취임한 5대 서종대 전 사장은 행시 25회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주로 일했다. 주택금융 공급을 주 역할로 하는 주택금융공사의 업무 특성상 건교부와도 깊은 연을 맺고 있다.

6대 사장은 한국은행 출신의 김재천 전 사장이 맡았다. 김 전 사장의 선임 배경엔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했다. 전임자였던 서 전 사장이 2014년 1월 한국감정원 원장으로 옮겨가면서 공석이 된 자리에 관료 출신들이 올 것으로 언급됐으나 그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낙하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졌다. 결국 한국은행 출신이면서 주택금융공사 부사장이던 김 전 사장이 선임됐다.

◇현 정부 들어 더 세진 영향력…잇단 관료출신 사장 배출

이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7대 이 전 사장(행시 17회)과 8대 최 현 사장(행시 35회) 모두 관료 출신이다.

현 정부 들어 한국은행이 사장 인선에서는 밀리는 모습이지만 2018년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역임한 김민호 부사장이 선임돼 체면치레는 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 1월 31일 임기가 끝났으나 새 부사장이 선임되지 않아 임기 종료 4개월이 지난 아직까지도 부사장 업무를 보고 있다. 후임 부사장도 한국은행 출신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를 두고 정부 관료와 한국은행 출신이 나눠먹기 식으로 사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선도 있다. 특히 서민의 주거안정화를 위해 대규모 출자 자금으로 운영되는 주금공의 사장 자리가 정부 측 보은인사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해 나온다. 차라리 사장직을 예전처럼 민간 출신에게 맡겨 전문성을 보다 키워야 한다는 지적 역시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 모기지론 등 주택금융을 공급하고, 국민의 노후 생활에 도움이 되는 주택연금 사업을 펴는 금융 공기관 수장 자리를 정부 관료와 한국은행이 ‘나눠먹기’ 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면서 “특히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현 정부 조차 금융 공기관과 주요 협회장을 행시 출신이 장악하는 모습에 금융권 관계자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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