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극복하는 조선업]인재상 바뀌는 현대중공업, '포스트 권오갑' 나올까④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전환...카리스마 리더에서 기술·전략으로 변화 전망
조은아 기자공개 2021-05-21 09:34:47
[편집자주]
우리나라 산업 가운데 조선업만큼 극과 극을 오간 산업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때 세계 무대를 호령했지만 장기 불황에 접어들면서 힘을 못 쓴지 오래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2003년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던 시기와 비슷하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오랜만에 볕이 들고 있다. 다시 호황을 맞는 국내 주요 조선사들의 현 상황과 재무구조,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8일 08: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회장의 존재감은 막강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정계에 입문한 1988년 이후 30년 넘게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권 회장은 특히 현대중공업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시기 구원투수로 투입돼 구조조정과 함께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지금 현대중공업그룹의 외형을 만든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경영에 적극 참여하면서 다시 오너 경영으로 복귀를 준비 중이다. 그런 점에서 ‘포스트 권오갑’은 누가 있을까. 현재 정 부사장과 함께 미래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끌 인물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등이 꼽힌다.
이들은 권 회장과 함께 정몽준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들은 오너경영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권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시절부터 현대중공업에 몸담았다. 현대중공업이 걸음마를 막 떼던 시기부터 글로벌 1위 조선사에 오르는 전 과정을 함께 했다.
가삼현 사장과 한영석 사장 역시 현대중공업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가삼현 사장은 영업 전문가, 한영석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3명 모두 내부 출신이자 조선사의 핵심으로 꼽히는 영업과 설계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 인재상에도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표적 노동집약적 산업인 조선업을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바꾼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현장 중심의 카리스마형 리더가 인정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기술 및 전략 부문에서 전문성을 쌓은 외부인재의 영입이 활발해지고 조선업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성준 한국조선해양 부사장(사진)이 대표적이다. 김 부사장은 현재 미래기술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미래기술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업 관련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곳이다. 기반기술연구소, 에너지기술연구소, 디지털기술연구소, 생산기술연구소 등을 두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승진하면서 두 가치 측면에서 주목받았다. 외부출신인 데다 1970년대생으로 현대중공업그룹 주요 계열사 부사장 가운데 정기선 부사장을 제외하면 가장 젊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MIT에서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5년가량 근무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해 파트너까지 지냈다. 당시 조선 및 해양, 엔지니어링, 물류 등의 분야를 담당했다.
특히 정 부사장과도 BCG에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기선 부사장이 2013년 BCG를 떠나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한때 상사였던 김 부사장을 2016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선 부사장이 이끄는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 임원들의 면면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나이다. 1982년생인 정 부사장과 호흡을 맞추는 인물들로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에 태어난 인물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금석호 인사지원부문장(전무), 송명준 재무지원부문장(전무), 김종철 계열사지원부문장(전무), 김정혁 재무지원 담당(상무), 이윤석 사업지원 담당(상무보), 이성배 신사업추진 담당(상무보) 등이다. 이 가운데 정기선 부사장을 제외하면 이성배 상무보가 1978년생으로 나이가 가장 어리고 김정혁 상무와 이윤석 상무보가 1974년생이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지주에 미래위원회를 꾸리고 직접 위원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미래위원회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의 20~30대 젊은 직원들이 모여 미래 사업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내는 조직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조선소에서 직접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 인정을 받았다면 이제 전략과 기획 분야를 아우르는 인물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현대중공업그룹에서도 외부출신 인재의 영입이 활발해지고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 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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