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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사 센트로이드의 저력 [thebell note]

조세훈 기자공개 2021-05-24 08:12:29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1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승부사 기질은 기업가 정신의 필수 덕목이다. "이봐, 해봤어?"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어록이다. 정 회장이 1970년대 초 국내에 조선소를 짓겠다고 했을 때 모두 반대하거나 비웃었지만 결국 현대중공업이라는 세계 최대 조선업체를 일궜다.

월가에서 이름을 날린 스티븐 슈워츠먼도 대단한 승부사다. 변변한 일거리조차 없을 때 사상 최대 규모의 블라인드펀드 조성이라는 역발상을 통해 블랙스톤을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운용사로 키워냈다. 물론 뛰어난 실력과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물이지만 무모할 만큼의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찬란한 역사도 없었을 것은 자명하다.

최근 국내 PEF에도 보기 드문 승부사가 등장했다. 30대 젊은 대표와 운용인력이 6년 전 의기투합해 설립한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집안 배경이 탄탄하거나 경력이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투자은행(IB)업계의 비전을 보고 과감하게 독립을 결정한 청년 창업가에 가깝다. 누구나 그렇듯 첫 출발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바이아웃 투자를 지향했지만 기회가 쉽사리 오지 않았다. 항공기부품사 켄코아에로스페이스, 미국 핀테크업체 소파이 등의 잠재력을 먼저 알아보고 소수 지분 투자로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2019년에는 골프업계의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골프장 인수에 나섰다. 골프장 운영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를 영입한 후 대우건설이 보유한 파가니카CC 인수를 추진했다.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됐으나 딜이 지연되면서 끝내 거래가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신생 PEF로는 감당하기 버거운 유무형의 비용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에 포기는 없었다. 오히려 바이아웃 투자를 적극 공략했다. 코오롱그룹의 카브아웃 딜인 코오롱화이버와 웅진그룹의 계열사 웅진북센을 인수하며 투자자(LP)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말에는 프리미엄 대중제 골프장인 사우스스프링스CC를 최고가를 경신하며 인수했다. 9홀 증설, 물류센터·골프빌리지 건설로 수익 모델을 짜내는 역발상으로 거래를 성사시켰다.

승부사 기질은 세계 3대 골프용품업체인 테일러메이드 인수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6년 간 총 투자금액이 4000억원 남짓에 불과했지만 2조원에 육박하는 메가딜에 과감히 나섰다. 실사 비용만 최소 20~3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모두 터무니 없는 도전이라 비웃었지만 결국 경영권 인수를 확정지었다. 한 PEF 대표는 "같은 기회가 왔더라도 쉽사리 인수에 뛰어들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들의 배포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국내 젊은 승부사가 앞으로 어떤 역사를 써 나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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