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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코로나19 명암]유진저축은행, 5년만에 다시 불붙은 지배구조 리스크①숱한 최대주주·사명 변경, 올해 유진그룹→KTB증권 손바뀜 눈앞

고설봉 기자공개 2021-06-08 08:49:14

[편집자주]

저축은행에게 있어 코로나19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소비 부진과 경기 침체 늪에 빠진 곳이 있는가 하면 늘어난 유동성과 대출수요 흐름에 올라탄 곳도 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불러 일으켜 저축은행 업계를 양극으로 나누는 분수령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완연히 달라진 저축은행의 상황을 각 하우스별로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1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진저축은행은 또 다시 지배구조 리스크에 휩싸였다. 창립 이래 숱하게 최대주주가 바뀌고 사명 변경을 해왔던 과거의 전철을 올해 다시 밟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그룹은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전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자 유진저축은행을 매물로 내놨다.

유진저축은행을 새롭게 인수하려는 주체는 KTB투자증권이다. 올해 내 지분 100% 매매를 완료할 계획이다. 또 다시 최대주주 변경을 겪어야 하는 유진저축은행은 업황 등 거센 변화에도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고비마다 찾아온 최대주주 변경 이슈

유진저축은행은 1972년 5월 설립된 범아무진주식회사로 출범했다. 그해 12월 할부전업 범아상호신용금고로 상호를 변경해 상호신용금고업에 뛰어들었다. 2002년 대영상호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여파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약 4년여간 부실이 누적되면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없었다. 결국 그해 11월 옛 현대증권(현 KB증권)에 인수되면서 현대저축은행으로 상호가 바뀌었다. 이후 부실을 털어내고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태평성대는 잠시였다. 2016년 다시 최대주주가 바뀌는 상황에 처했다. 당시 현대증권이 KB금융그룹에 인수되며 현대저축은행도 KB금융 산하로 편입됐다. 이미 KB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던 KB금융은 현대저축은행 매각을 결정했다.

매물로 나온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한 곳은 레미콘업을 주력으로 하는 유진그룹이었다. 유진그룹은 계열사인 유진SB홀딩스와 유진프라이빗에쿼티를 앞세워 유진저축은행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 유진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올해 유진저축은행은 또 다시 최대주주 변경을 앞두고 있다. 유진그룹이 주력인 레미콘업에서 입찰 담합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운명에 처했다.

이에 따라 유진그룹은 유진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KTB투자증권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4월 지분 30%를 넘겼다. 올해 내 나머지 지분 70%를 완전히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말이 되면 유진저축은행의 상호는 또다시 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그룹 떠나 새로운 환경 적응 '숙제'

유진저축은행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시점에 최대주주가 변경될 상황이란 게 가장 큰 부담이다. 우선 유진그룹이란 든든한 울타리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쳐왔다. 2016년 유진그룹에 편입된 이후 2017년부터 매년 성장세를 보였다.

유경선 회장이 이끄는 유진그룹은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 5조4000억원의 준대기업집단이다. 레미콘업을 주력으로 46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60위권 그룹사다. 유진저축은행을 비롯해 유진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유진저축은행은 그룹 지주사인 유진기업의 사실상 100% 증손자회사로 편입돼 안정적인 지위를 누렸다. ‘유진그룹-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SB홀딩스-유진저축은행’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통해 그룹 내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유 회장 등 오너일가의 각별한 지원도 한 몫했다. 레미콘업과 그 전후방 사업에 국한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유 회장은 금융업 확대를 꾀했었다. 유진저축은행과 유진투자증권 등을 기반으로 각종 투자업 및 사모투자 회사를 세워 금융업에 진출했다.

이에 따라 지배력 측면에서 유진저축은행은 유진투자증권보다 오너일가와 더 가까웠다. 유진기업은 유 회장 및 부인, 자녀,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 13명이 지분 32.14%를 가지고 있다. 계열사인 남부산업과 이순산업이 각각 4.6%와 1.97% 지분을 보유 중이다.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총 38.75%다. 그만큼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확고한 회사다.

유 회장 일가에서부터 시작된 지배력은 유진기업을 거쳐 유진SB홀딩스로 이어지고, 다시 유진저축은행까지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각 자회사에 대한 유진기업의 지배력이 100% 확보돼 있었다. 유진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반면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오너일가의 직간접 지배력은 30% 선에 머문다.

이처럼 확고한 오너일가 직간접 지배력을 등에 업고 유진저축은행은 승승장구했다. 탄탄한 지배구조 아래 계열사들의 전방위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진저축은행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자산총액 2조9843억원, 순이익 51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6년 자산총액 1조7202억원, 순이익 375억원 대비 자산총액은 73.49%, 순이익은 38.4% 각각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유진그룹 오너일가 및 각 계열사의 후광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훨씬 규모가 작은 KTB투자증권을 새주인으로 맞이해 새롭게 자리를 잡고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계열사들의 전방위 지원을 이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병철 회장이 이끄는 KTB투자증권은 중견 증권사다. 자산운용사 등 일부 계열사가 있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증권업에 거의 모든 포트폴리오가 쏠려 있다.

유진저축은행은 그나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금융업간 시너지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저축은행간 협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처를 창출하고 고객 다변화도 꾀할 수 있다. KTB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특화돼 있다. 부동산 PF를 기반으로 기업금융 및 프로젝트 금융으로 대출처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진저축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주주 변경 일정 등은 아직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다"며 "지배구조 리스크와는 상관없이 본업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대주주 변경과 무관하게 옛 현대저축은행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성장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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