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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대한항공, 주주는 뒷전? 3년 연속 전항목 '미준수'핵심지표 중 주주권익 보호 소극적, 이사회·감사제도는 개선

유수진 기자공개 2021-06-07 11:24:46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3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에도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가운데 주주 관련 항목을 전혀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해 공시하기 시작한 2019년 이래 3년 연속 '미준수'다. 매년 개선을 약속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진 않는 모습이다.

물론 대한항공이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준수에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등 이사회와 감사제도 관련 내용은 과거 대비 진일보했다. 유독 주주권익 보호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이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2020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주주권리 관련 내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공시 의무가 생긴 첫해(2019년) '미준수(X)'로 표기한 네 가지 항목 모두 여전히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24조의2는 상장사들이 지배구조 관련 내용을 보고서 형태로 작성해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여 현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이전까진 자율에 맡겼으나 2019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의무가 됐다. 직전 사업연도(1~12월)를 기준으로 삼되 주주총회 등 상반기 발생 이슈도 시점을 명시해 함께 적는다.

가이드라인도 제공한다. 주주와 이사회, 감사기구에 대해 열 가지 핵심원칙을 정해두고 준수 여부를 기재하도록 한다. 그 중 주주 관련 내용은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전자투표 실시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 연 1회 이상 주주 통지다.


대한항공은 올해 네 가지 항목 모두에 '미준수'라고 응답했다. 지난해, 심지어 재작년과도 동일한 답변이다. 3년 동안 주주 관련 핵심원칙을 실천하지 않고 있은 셈이다. 각 내용을 살펴보면 주주의 주요 권리인 주총 참석과 배당 관련 개선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업들은 주주가 주총에 최대한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충분히, 시의적절하게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모범규준은 상법상 기준(2주)보다 강화된 4주 전 주총 개최 사실을 통지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소집공고일과 주총일 사이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2019년에는 정기 주총 22일 전 소집공고가 이뤄졌지만 2020년은 18일, 2021년은 15일 전으로 줄었다. 가이드라인과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 측은 보고서에서 "결산 일정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4주 전 통지'에 미치지 못했다"며 "추후 준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자투표와 서면투표 등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잡으며 다수의 기업들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했지만 동참하지 않았다. 대신 의결정족수 총족 등을 위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고 있다. 이 경우 대리인이 위임장을 들고 주총장에 출석해야 한다.

전자투표 도입을 통한 주주 의결권 행사 기회 보장은 과거 KCGI가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제안한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주총을 매년 집중일에 개최하는 것도 주주권익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하나의 요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 일정 등을 고려하느라 11일에 주총 소집공고를 실시하게 됐다"며 "상법상 소집공고 후 최소 2주 이후에 주총을 실시해야 해 불가피하게 집중일에 개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들의 최대 관심사인 배당도 마찬가지다. 주주환원정책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주주들에게 안내하지 않고 있다. 항공기 투자 등 지속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투자 계획, 사업실적과 재무현황 등을 고려해 배당을 실시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가이드라인만 정해둔 상태다.

이는 보이콧 재팬과 코로나19 등으로 항공업황이 크게 악화되며 배당 실시가 요원해진 탓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의 가장 최근 배당은 2018년으로 보통주 250원, 우선주 300원씩 지급했다. 당시 별도 기준 당기순손실(-1204억원)이 났는데도 9079억원 흑자였던 직전년(2017년)과 동일한 규모(24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후 2년 연속으로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내며 더 이상 배당을 지속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등 이사회 관련 항목에서는 과거보다 진일보를 이뤘다.

다만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의 경우 한진칼처럼 겸직이 아예 불가능하도록 정관을 수정한 것이 아니다. 현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정관에는 이사회 결의로 이사 중 의장을 선임한다고 돼있다.

내부 감사기구인 감사위원회 역시 매 분기 독립적으로 외부 감사인과 대면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경영진이 참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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