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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의 경제학]반도체·M&A 키 쥔 이재용, 총수 역할론 부각④미중 반도체 패권다툼, 2차전지 경쟁 심화…대외적 역할 부재

김혜란 기자공개 2021-06-17 07:14:35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고개를 들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권 말기 때마다 항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기업인 사면 논란은 국민 대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근거로 하고 있다. 더벨은 그간 사면 조치를 받은 기업인들의 전후 행보를 통해 재벌 사면의 경제·산업적 효용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5일 11: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을 뒷받침하는 명분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패권다툼이 격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사면론을 찬성하는 쪽은 총수 공백 사태가 길어질 경우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을 중심으로 한 국가 반도체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서 명실상부 세계 1위 기업이다. 하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선 대만 TSMC와의 격차가 크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TSMC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55%로 삼성전자(17%)를 압도한다. 비메모리인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도 삼성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약 171조원을 투자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미국 마이크론의 추격, 인텔의 파운드리 재도전 등 경쟁사들은 끊임없이 삼성전자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 TSMC도 올해부터 4년간 약 144조원이라는 역대급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삼성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강한 리더십을 가진 오너 경영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배경이다.


총수는 현지 재계와 협력관계를 만들어가며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등 그룹의 글로벌 사업을 지원하는 데서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반도체는 국내 수출에 절대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이 반도체가 국가안보 문제가 된 상황에선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도 중요하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다져온 미국과 중국의 정·재계 네트워크와 정무적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파운드리 발주처가 밀집한 미국과 반도체 최대 소비국인 중국 사이에 낀 삼성은 전반적으로 글로벌 사업 전략을 다시 짜는 등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대규모 '외교적 투자'를 감행하며 경제 외교를 톡톡히 수행했음에도 그 후광을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을 대신해 "170억달러(약 19조원)의 파운드리 투자를 통해 양국 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4대그룹 전체 투자규모 44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총수 부재 상황이 삼성전자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번 미국 투자 발표로 당장은 삼성전자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에서 한 축을 맡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황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미·중 패권다툼은 점점 심화되고 있어 언제 삼성전자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 모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여한 뒤 EUV(극자외선)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투자 문제는 일단락 지었다고 해도 인수·합병(M&A)이 여전히 과제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M&A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총수 부재로 의사결정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파운드리 증설은 이 부회장 구속수감 전인 작년에 이미 검토됐던 문제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대규모 M&A를 오너 없는 상황에서 진척시키긴 어렵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지금까지 대형 M&A에 나서지 못했다. M&A 시장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 초 3년 안에 대형 M&A 성과를 내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라며 "삼성은 반도체 설계 능력이 부족해 그 분야나 전장 포트폴리오를 보강하려 매물을 계속 탐색해왔는데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추가적 M&A 성과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이 세계적으로 경쟁을 벌이는 분야는 반도체 뿐만이 아니다. 삼성SDI는 전기자동차(EV)에 필수소재인 차량용 배터리 시장에서도 삼성은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다. EV 배터리 장착량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 간의 생산능력(Capa) 확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포문을 연 곳은 중국이다. CATL은 지난해 11조원, 올 초에는 5조원 규모의 추가투자 집행을 선언했다. 2025년까지 캐파가 400기가와트시(GWh)에서 660GWh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업체들도 이에 맞서 증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캐파를 2023년까지 120GWh에서 260GWh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헝가리 이반차 지역 3공장 건설에 1조2700억원을 투자, 캐파를 2025년까지 125GWh+알파로 늘리기로 했다. 삼성SDI는 양적 경쟁보다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나 손 놓고 있으면 추월당할 처지에 놓였다.

삼성 전직 임원은 "삼성은 각 분야 사장이 그때 그때 의사결정이야 내리겠지만 과감한 투자 결정은 절대로 할 수 없다"며 "대외 활동을 통한 사업지원 역할도 중요한데 김 부회장이 현재는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체제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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