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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재평가 문턱에서의 성장통 [thebell note]

최석철 기자공개 2021-06-23 13:07:48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2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엔 스팩(SPAC)이다. 가상화폐와 공모주 투자 열기가 스팩으로 번졌다. 수많은 스팩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이례적인 진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본연의 가치보다는 돈이 돈을 쫓는 투기수단으로 전락한 결과다.

지난 1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따상상상’에 성공하며 주가가 8780원까지 치솟았다. 삼성스팩4호는 5월 말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그 이후에도 주가가 1만원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다.

이 밖에 한화에스비아이스팩과 삼성스팩2호, 하나머스트7호스팩, 하이제6호스팩, 유진스팩6호 등 다수의 스팩이 눈에 띄는 주가 급등락세를 기록했다.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리며 공모가 2000원 내외에서 주가가 형성되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한창 벗어난 흐름이다.

스팩은 상장의 도구가 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정해진 자본규모에 걸맞은 합병대상을 찾지 못하면 공모가 2000원에 일부 이자를 더해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청산되는 투자처다.

가상화폐 자금 유입, 밈(Meme) 투자, 정치 테마주 등 스팩 주가의 비정상적인 흐름을 설명하는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는 이유다. IPO 대어를 기다리는 유동자금의 일시적 '쉼터'라는 '가설'도 나온다. 물론 그 가설 중에 스팩 본연의 가치를 언급하는 사례는 전무하다.

스팩을 향한 시장의 관심이 반가우면서도 IB 실무진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스팩주의 과열 현상은 합병기업을 찾는다는 스팩 본연의 목적보다는 투기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아울러 이런 스팩주의 과열 현상은 국내 스팩 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별다른 합병 이슈 없이 주가가 널뛰는 것은 오히려 적당한 합병대상을 찾는데 큰 어려움을 가져온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0년여만에 유가증권시장에 스팩을 상장시켰다. 또 한동안 스팩합병 트렉레코드가 없었던 증권사 다수가 올해 신규 스팩상장과 스팩합병에 각각 도전하는 해이기도 하다.

스팩이 대형 딜 수임에 불리한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 공백을 메워주는 수단을 넘어 미국처럼 주요 상장 통로로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주가 급등락으로 스팩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될까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스팩은 '긁지 않은 복권'이 아니다. 스팩의 성과는 하우스와 발기인이 얼마나 우량한 합병기업을 선정하고 합병비율을 어떻게 산정하는가에 달렸다. 일반 IPO와 마찬가지로 IB의 역량이 핵심 경쟁력인 셈이다.

어쩌면 국내 스팩 시장이 한단계 도약하는 과정에서 겪어야할 필수적인 시행착오일 수도 있다. 향후 시일이 지난 뒤 이번 주가 과열 현상이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통'으로 기록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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