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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시스템 점검]비금융 대기업, 사외이사는 있는데 추천시스템은 없다①후보군 현황 공개 비금융기업 중 포스코 유일…베일에 싸인 후보추천 경로

이우찬 기자공개 2021-07-05 09:50:29

[편집자주]

기업경영 감독,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한 사외이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외이사 후보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고 추천·선임되는지는 기업마다 사실상 베일에 싸여 있는 상황이다. 후보군 관리, 추천 경로 공개 등을 요구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과 달리 비금융 기업은 사외이사후보 추천 시스템이 자율에 맡겨져 있다.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후보추천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8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체적인 사외이사후보추천 체계는 없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대응한다. 외부 서치펌을 이용하거나 영입하고 싶은 인사가 있으면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방식이다."

재계 40위권 비금융 대기업집단 한 관계자의 솔직한 전언이다. 이 기업은 정관에 사외이사 관련 조항이 없고 이사회 사무국을 비롯해 사외이사 지원조직도 없다고 한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선임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결정되는데, 어떤 경로로 추천받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사회 중심 경영, 대주주 견제 등 ESG 경영 환경에서 사외이사가 가지는 중요성이 작지 않지만 후보군을 관리, 선임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은 불투명한게 현실이다.

◇기업경영 감독의 파수꾼 '사외이사'

사외이사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대주주를 포함한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감독하는게 도입 취지다. 상장법인은 총 이사 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자산 2조원(별도 재무제표 기준) 이상 상장사는 총 이사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사외이사제도 취지를 고려하면 독립성을 확보한 회사 외부 인물을 선임하기 위한 절차적 투명성이 중시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사외이사후보 추천, 선임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를 공개하지 않는다. 민영화를 거친 포스코가 사외이사 후보군을 관리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전 단계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을 운영한다고 공개한 게 한 발자국 앞선 모습이다.

사외이사후보 추천 시스템의 절차적 투명성은 사외이사제도의 왜곡과 관련해 꾸준히 요구되고 있다. 사외이사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이사회 경영, 지배주주 일가의 경영을 위한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지적과 맞물려서다. 회사 출신 인물이 사외이사로 선임되거나, 장기 재직하며, 총수 등 지배주주 일가와 학연·지연 등으로 얽힌 무늬만 사외이사라는 지적이었다.

상법은 이 같은 퇴행을 막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 상황이다. 동일한 성(性)으로만 구성된 이사회를 배제하고, 6년 이상(계열사 포함 9년) 장기 재직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등 사외이사 관련 제도의 변화가 그 예다. 모두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사외이사제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관리하는 절차적 투명성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7년 8월 출범. 출처=각 사 사업보고서

◇형식 뿐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현행 상법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기업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설치해 사외이사후보를 추천하도록 규정(2009년 개정 시 도입)하고 있다. 상법 542조의8에는 상장회사의 사추위 설치·구성(과반수의 사외이사)에 대한 의무가 명시돼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추천위원회(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상설화해 사외이사(사내이사 포함) 후보군을 관리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금융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은 따로 사외이사후보 관리 현황을 공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추위를 상설화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사외이사 후보 선임 수요에 맞춰 단발적으로 운영하는 경향을 보인다.

KCGS의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운영실태' 보고서를 보면 2016~2018년 자산규모 2조원 이상 비금융 상장회사는 연 평균 1.17회의 사추위를 개최하는 데 그친다. 대부분 회의도 정기주주총회 직전인 2, 3월에 집중된다. 자산규모 10위권 대기업집단 소속 주요 기업을 보면 최근 5년(2016~2020년) 사추위 개최 횟수는 평균 1.6회에 불과하다.

미국, 영국의 경우 연간 3회 이상의 후보추천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으며, 영국 기업지배구조 규준은 추천위원회 활동을 연차보고서에 공시하도록 권고한다.

S&P 500 기업의 이사회 현황을 매년 발표하는 'SpencerStuart'의 보고서에 따르면, S&P 500 기업은 2018년 기준 평균 4.6회의 이사후보추천위원회(Nominating committee) 회의를 개최했다. 지난해에도 4.5회 이사후보추천워윈회가 개최됐다.

비금융 기업 중 사외이사 후보군 현황을 공개한 곳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포스코도 구체적인 후보추천 경로는 공개하지 않는다. 출처=포스코 2020 기업시민보고서

◇베일에 싸인 사외이사후보 추천 과정

자산 2조원 이상 비금융 상장사 대부분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사업보고서 등에서 "독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사추위를 통해서 사외이사후보를 추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산업계, 금융계, 학계, 법조계 등으로 나눠 사외이사 후보 풀을 관리하는 금융회사와 다르다. 금융사는 후보 추천 경로도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물론 공공적 성격이 강하게 요구되는 금융사의 경우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근간으로 사외이사후보군 관리, 후보추천 경로 등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금융사는 금융위원회 고시인 금융회사 지배구조감독규정 5조5항에 따라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후보 풀을 공개한다. 추천 경로 또한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후보자 추천 경로에 대한 지침, 작성을 따른다.

반면 비금융기업은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사외이사후보군 관리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 기업은 한국거래소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에 맞춰 매년 지배구조 관련 내용을 보고하는데, 이 보고서에는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현황, 후보 추천 경로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융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과 달리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금융 이외 전체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고서"라며 "사외이사 후보 풀 관리, 후보 추천 경로 등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후보추천 사유, 후보 상세 이력, 독립성 확인 내용, 겸직 현황 등 예시로 사외이사후보 추천의 독립성,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후보를 추천하고 선임하는 프로세스가 없으면 오너일가와 관계가 얽혔는지, 독립성이 낮은 사외이사가 추천됐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것"이라며 "기업지배구조 투명성을 질적으로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시스템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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