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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택소노미, 녹색채권 대안 찾기 '불 지폈다' 연말 발표 전망, 지속가능채권·SLB·트랜지션본드 주목

이지혜 기자공개 2021-08-04 08:12:18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3일 07: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금융 분류체계)가 강도높게 제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업계도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전통 제조기업이나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이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데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환경오염업종이라는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이들은 녹색채권을 적극 활용해왔다.

지속가능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SLB, Sustainability-Linked Bond), 트랜지션본드(Transition Bond)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명목상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 지속가능연계채권과 트랜지션본드는 저탄소화를 목표로 삼은 기업이라면 발행할 수 있기에 녹색채권의 유력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들도 완벽하진 않다. K택소노미를 충족시키지 못한 프로젝트로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면 그린워싱 논란을 비껴가기 어렵다. 지속가능연계채권과 트랜지션본드는 국내에서 아직 낯선 개념이다. 금융당국과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크기에 아직 발행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

◇K택소노미 연말 발표? 업계 반발 '여전'

2일 SRI채권업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이르면 올해 10월, 늦어도 연말까지 K택소노미를 제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환경부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 산업 각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일단 연말까지 K택소노미를 발표하고 나서 이에 맞춰 녹색채권 가이드라인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택소노미는 녹색금융이 무엇인지 한국의 실정에 맞춰 제시하는 분류체계를 말한다. 에코앤파트너스이도씨가 환경부에서 용역을 받아 작성하고 있다. 에코앤파트너스이도씨는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 등에 지속가능발전 관련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임대웅 UNEP Finance Initiative 한국 대표파트너가 대표다.

환경부는 K택소노미를 올해 6월 말이나 7월 초 발표하려고 했다. 그러나 초안이 나오자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환경부는 의견수렴을 거듭하고 있다. SRI채권업계 관계자는 “환경부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금융당국은 녹색금융 활성화를, 산업계에서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우선하기에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 쟁점으로 하이브리드카 금융지원이나 환경오염물질 저감장치, LNG(액화천연가스)발전 등이 꼽힌다. 하이브리드카는 엔진과 모터동력을 조합해 구동하는 자동차를 말하는데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유해가스 배출량이 적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도 내연기관을 활용하기에 녹색금융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 의견이 충돌한다.

유럽연합은 2026년 이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차량 외에는 지속가능한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이브리드카를 녹색 경제행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석탄화력발전소 등의 환경오염물질 저감장치나 LNG발전도 마찬가지다. 저탄소경제로 전환하려면 화석연료 발전과 관련된 경제행위를 녹색활동으로 인정하면 안 된다는 주장과 탄소중립은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선이 충돌한다.

업계 관계자는 “연비가 좋다고 화석연료 관련 경제행위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며 “화석연료 관련 경제행위를 녹색금융으로 인정한다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논란에서 벗어날 수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녹색채권 발행 감소 전망

환경부는 K택소노미가 발표된다고 녹색채권 발행이 줄어들 이유는 없다고 바라본다. 그러나 업계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다르다. 녹색채권 발행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K택소노미를 충족하지 못해도 ICMA(국제자본시장협회)의 녹색채권 원칙 등을 충족한다면 이런 점을 기재해서 녹색채권으로 발행하면 된다“며 ”다만 어떤 녹색채권을 진정한 녹색채권으로 인정할지는 투자자에게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SRI채권 인증·검증기관은 현재 K택소노미에 따르면 녹색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채권은 현재 발행된 것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바라본다.

한국거래소의 사회책임투자채권 플랫폼에 따르면 2일까지 상장돼 있는 녹색채권의 40% 이상이 정유화학, 석탄화력발전사가 환경오염물질 저감장치 등을 설치하고자 발행했거나 카드·캐피탈사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관련 금융지원에 쓰기 위해 발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5조원이 훌쩍 넘는 규모다.

SRI채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존의 설비에 환경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설치하는 등 현재 영위하는 시설을 기반으로 친환경적 투자를 하기를 바란다”며 “그러나 K택소노미를 충족시키려면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신규 투자를 진행해야 하기에 향후 녹색채권 발행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SLB·트랜지션본드, 대안될까

K택소노미 발표가 지연되자 그 시간 동안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인증·검증기관은 물론 증권사까지 골몰하고 있다. 녹색채권을 대체할 SRI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가장 유효한 방안으로 여겨진다.

녹색채권의 대안으로 현재 지속가능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 트랜지션본드가 거론된다. 지속가능채권은 SRI채권의 일종인데 사회적 프로젝트와 녹색 프로젝트에 조달자금을 모두 쓰는 채권을 말한다.

지속가능채권은 명목상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등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녹색채권으로 연착륙하려면 회색지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당국도 인정하고 있다”며 “규제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있지만 지속가능채권이 이런 역할을 맡을 것으로 바라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SRI채권 인증업계 관계자는 “지속가능채권도 녹색채권과 교집합이 있기에 K택소노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자칫 그린워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사전에 정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 달성여부에 따라 금융조건이나 구조적 특성이 달라질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트랜지션본드는 녹색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 두 채권은 글로벌 시장에서 SRI채권 격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등 국내 금융당국이나 투자자에게도 SRI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이들이 제시한 ESG 목표가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SRI채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사와 증권사에서 지속가능연계채권과 트랜지션본드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선뜻 발행하겠다고 나서는 곳은 아직 없다”며 “자칫 그린워싱 논란만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눈치만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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