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주가, 이상 급등…해결 방안은? [스팩시장 12년, 활성화 방향]③기관투자자 중심 운영 필요…'위험 사전 고지 의무화' 도입 목소리도
남준우 기자공개 2021-08-11 08:48:08
[편집자주]
국내에 스팩 제도가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다. 그 동안 시장 상황은 많이 변했지만 제도는 태생 초기 그대로다. 최근 스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현실성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내 스팩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시장의 의견과 당국의 입장을 살펴보고 방향을 제시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9일 08: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스팩 열풍이 심상치 않다. 상장 직후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따상상상'을, 한화플러스제2호스팩도 '따상' 기록 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개인투자자에게는 희소식일 수도 있지만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본질가치는 변함없이 시가총액만 커지면 피합병법인 주주 지분 희석 문제 때문에 합병이 힘들어진다. 기업 인수·합병이 주 목적인 스팩의 본질이 깨진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최근 스팩 주가 이상 급등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관투자자 기반이 취약한 국내 스팩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꼽았다. 전문 기관투자자 참여를 늘려 스팩 본연의 목적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폰서·일반투자자, '이해상충' 존재
스팩 투자자는 스폰서와 일반투자자로 이원화된다. 스폰서는 공모 전부터 스팩 지분을 취득한 주주로 국내에서는 발기인과 혼용해 사용한다. 기업인수를 위한 경영진을 구성하고 딜소싱을 통해 기업인수실패 위험을 부담한다.
국내에서는 스폰서로 참여하는 발기인 중 1인 이상은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의 집합투자증권을 제외한 지분증권 투자매매업자일 것을 요구한다. 이에 스팩을 만드는 증권사를 비롯해 벤처캐피탈, PE 등이 함께 참여한다.
일반투자자는 스팩 주식공모에 참여하거나 이후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를 의미한다.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해당된다. 국내에서는 주로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이 스팩 기관투자자로 참여한다.
우량 비상장 회사를 발굴해 합병에 나선다는 부분에 있어서 스폰서와 일반투자자의 이해관계는 같다. 다만 스폰서는 할인된 가격으로 지분을 취득해 합병 실패 위험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합병 조건보다 성사 여부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국내 스폰서의 경우 공모가의 절반인 주당 1000원에 스팩 지분 혹은 전환사채(CB)에 투자할 수 있다. 스팩 스폰서가 비우량 기업과 합병하거나 고평가해 합병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 수준으로 떨어져도 두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일반투자자는 합병 이후에도 공모가 이상의 주가를 유지할 수 있는 우량 기업을 물색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점에서 일반투자자의 역할은 스폰서와의 '이해상충'을 견제해 합리적인 합병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 물량, 개인으로 넘어가는 추세
문제는 기관투자자에서 개인투자자로 스팩 지분이 넘어가면서 투기성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스팩은 발기인 물량 등을 제외하면 보통 400만주 안팎이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이중 70~75%는 기관투자자, 25~30%는 개인투자자 물량으로 설정한다.
삼성머스트스팩5호의 경우 전체 상장 주식수(481만주) 중 유통가능 물량이 400만주다. 이중 300만주는 기관투자자, 100만주는 개인투자자 물량이다. 상장 이후 현재까지(6일 기준) 기관투자자 매매 물량은 약 300만주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 거래 물량은 일일 최대 2000만주 이상인 날도 있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스팩 주식 매매 흐름을 보면 기관투자자 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넘겨 받으면서 기관투자자 지분율이 공모 직후보다 다소 하락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개인투자자 '머니 게임'…투기성 유발
개인투자자 비중이 커질수록 머니 게임(money game)을 유발해 투기화될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스팩 본연의 목적인 우량 기업 합병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만 노리게 되기 때문이다.
스팩은 주가가 높아질수록 합병이 힘들어지는 역설을 지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합병을 위한 스팩 공모주의 마지노선은 주당 2700~2800원이다. 이를 넘기면 비상장법인의 주주들이 주가 희석 우려 때문에 상장을 피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시가총액 100억원짜리 스팩과 500억원짜리 피합병법인이 있다면 합병 후 시가총액은 600억원이이다. 지분율 100%의 주주는 합병 후 6분의 5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스팩 주가가 10배로 급등해 시총이 1000억원이 되면 피합병법인 대주주 지분율은 3분의 1 수준까지 낮아진다. 스팩 가격이 높아질수록 합병 후 지분이 많이 희석되기 때문에 다른 스팩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기관투자자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 기관투자자로 스팩 일반주주가 구성된다면 주주총회에서 기업인수 여부에 관한 투자 결정에 있어서 이해상충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에게 스팩 투자 위험성에 대해 알리는 '사전 고지 의무화'를 도입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지점 영업을 통해서 스팩 상품을 권유할 때 제대로 된 위험을 고지하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스팩 주가가 오를수록 합병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을 인지할수 있도록 서명이나 글을 쓰게 해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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