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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호황 중견해운업계]선복량 1위 고려해운, '동남아 강자' 굳건③근해상선 통합 '불참', 노선 감축 없이 호황 누려...양분된 지배구조 '10년째' 지속

김서영 기자공개 2021-08-18 07:49:47

[편집자주]

해운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예기치 못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선사와 벌크선사는 올들어 사상 최대치 실적을 경신하며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더벨은 각기 다른 사업구조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견해운선사들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3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로 창립 67주년을 맞은 고려해운은 '100년 기업'을 목표로 순항 중이다. 동남아 노선에 주력하는 고려해운은 인트라 아시아(Intra Asia) 선복량 국내 1위 자리를 수년째 지키고 있다. 과당경쟁 속에서도 원가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며 35년 연속 영업흑자를 달성하며 기초체력을 키워왔다.

고려해운은 2018년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다른 근해상선과의 통합 없이 '마이웨이'를 택했다. 통합에 뒤따르는 노선 감축 없이 호황 속 실적 확대를 오롯이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경영인과 창업주로 양분된 지배구조가 1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신속한 경영 판단과 사업 실행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동남아 '절대강자', 지난해 영업이익 1623억원...'올해 더 뛴다'
고려해운의 동남아 노선도 (출처: 고려해운)

1954년 창립한 고려해운은 동남아 노선을 주력으로 하는 대표적인 근해선사다. 중국 상하이, 홍콩,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을 기항지로 현재 42개의 동남아 노선을 운영 중이다.

고려해운의 전체 선복량은 지난해 말 기준 15만8800TEU로 세계 14위에 해당한다. 장금상선과 흥아라인 통합법인의 선복량(9만2314TEU)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가운데 인트라 아시아 선복량은 10만3748TEU로 전체 선복량의 65.3%를 차지한다.

동남아 운임 지수가 뛰면서 고려해운도 수혜를 받았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동남아 노선 운임은 지난해 10월 135달러에서 그 다음달 728달러로 한 달 사이 5배 가까이 급등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구촌 공장'으로 여겨지는 동남아는 각국으로부터 원재료를 수급받아 완제품을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미주와 유럽을 중심으로 공산품 물동량이 증가하자 동남아 생산공장의 가동률이 높아졌고, 선진국 시장으로의 운송이 활발해진 것이다. 미주 노선으로 선박이 몰리면서 완제품을 실어나르지 못하게 되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동남아 운임도 상승했다.

동남아 노선의 운임 상승은 고려해운의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고려해운은 지난해 말 35년 연속 영업흑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영업이익률에 등락이 있었으나 해가 갈수록 매출이 증가하면서 꾸준히 성장했다. 이번 해운호황으로 영업이익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고려해운은 영업이익 1623억원을 기록해 455억원이었던 전년 영업이익 대비 무려 256.7%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8.3%로 나타나 작년과 비교해 5.9%포인트(p) 뛰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고려해운 관계자는 "고려해운은 비상장 기업으로 정확한 영업실적 수치는 밝힐 수 없으나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지난해 한 해 영업이익을 웃도는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근해상선 통합 불참 '주목'...'한 지붕 두 오너' 평형구도 지속

고려해운이 호황을 맞자 2018년 한국해운연합(KSP)이 주도했던 근해선사 통합 논의가 회자됐다. 국내 대표적인 근해선사로는 고려해운과 장금상선, 흥아해운이 있었다. 동남아 지역에서 비슷한 사업기반을 영위하는 이들은 2010년대 후반 동남아 운임이 낮아지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졌다. 이에 중복 노선을 정리하는 등 근해선사 통합 움직임이 일었다. 이때 장금상선은 흥아해운의 컨테이너선 사업부를 인수해 통합법인 흥아라인을 설립했다.

다만 당시 고려해운은 근해선사 통합 계획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인수합병(M&A)에 동참하지 않았다. 올들어 유례없는 해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시점에서 업계에서는 고려해운이 근해선사 통합에 나서지 않고 독자 노선을 택하길 잘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고려해운 관계자는 "당시 고려해운과 나머지 두 개 선사는 겹치는 노선이 많은 탓에 통합 후 시너지가 1+1이 2가 되는 것이 아니라 1.3 정도에 그치는 수준으로 파악됐다"며 "고려해운은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고 재무구조도 탄탄해 통합 필요성이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통합 후 노선이 줄었다면 지금과 같은 호황을 누리기 제한적이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근해선사 통합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해운 지배구조는 다른 기업과 다른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창업주 일가와 전문경영인 일가로 지배력이 양분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고려HC가 지분 42%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이동혁 전 회장은 40.87%의 지분율을 보유한 2대 주주로, 고려HC와의 지분율 차이는 1.13%포인트(p)에 불과하다.

고려HC는 2012년 신태범 KCTC 회장과 1대 전문경영인인 박현규 전 사장의 두 아들인 박정석 회장과 박주석 이사가 출자를 통해 설립한 법인이다. 이들 형제는 고려해운의 2대 전문경영인인 셈이다. 또한 박 회장은 신 회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이 전 회장은 고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장남으로 현재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들은 고려HC가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지분율 변화 없이 평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불확실한 지배력 탓에 경영 판단이 빠르고 추진력 있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근해상선 통합에 대한 고려해운의 입장이 하나로 모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분율이 큰 차이 없이 팽팽한 상황에서 주주 변동이나 지분율 희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라며 "이원화된 지배구조 탓에 근해상선 통합을 두고 양측 의견이 갈렸고, 무엇보다 지분율 희석 우려가 통합 불참의 이유로 본다"고 밝혔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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