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8월 17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 월드컵 개최국 브라질은 8강서 혈투 끝에 콜롬비아를 2대 1로 꺾고 준결승으로 향했다. 카나리아 군단으로도 불리는 브라질의 상대는 전차군단 독일. 만만찮은 전력이지만 전문가들은 개최국이자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의 우세를 점쳤다.맞대결 결과 브라질은 역대 월드컵 준결승 역사상 가장 큰 점수 차, 7대 1로 독일에 패했다.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이 경기에서 득점하며 브라질의 축구 영웅 호나우두의 월드컵 최다골 기록까지 빼앗아갔다. 축구사에 기록된 '미네이랑의 참사'의 전말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당시 통용하던 데이터로는 브라질의 몰락을 설명할 수 없던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볼 점유율, 슈팅, 유효슈팅 수 등 굵직한 수치는 오히려 브라질이 앞섰다. 축구가 아무리 통계로 설명하기 어려운 스포츠여도 용납할 수 없는 괴리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지표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젊은 나이에 은퇴한 독일 국가대표 선수 출신 슈테판 라이나르츠는 미네이랑의 참사 후 18개월 간 축구 경기 데이터를 분석해 '패킹(packing)'이라는 통계 개념을 꺼냈다. 패스나 드리블을 통해 상대를 제친 선수의 수를 집계한 수치가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접근법이었다.
양팀의 패킹 기록은 독일 선수들이 압도적으로 브라질 선수를 앞섰다. 라이나르츠는 더 나아가 유로2016 대회 경기마다의 팀별 패킹 수치를 뽑았다. 총 51경기 중 34경기에서 패킹이 높은 팀이 승리했다. 패킹이 적은데 승리한 경기는 3차례, 무승부는 17차례였다.
패킹의 등장으로 미네이랑 참사의 첫 진실을 마주한 축구계의 패러다임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패킹은 물론 옳았지만 이 하나론 모든 경기를 다 설명하진 못하자 패킹을 뒷받침할 기대 득점값, 슈팅 대비 득점 전환율 등의 다른 지표들도 등장했다. 현재 이 지표들은 경기 분석과 함께 세계 축구 이적시장에서 선수 몸값을 매기는 근거로도 채용된다.
옛부터 쓰이던 검증 방식으론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미네이랑의 참사와 K-바이오는 묘하게 닮았다. 빅데이터 분석 영역에서는 거리가 먼 양 산업의 비교도 충분히 허용 가능하다. 기존 틀로는 볼 수 없던 진실,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산업 간 크로스오버가 갖는 거부감은 극복할 요인이다.
더벨이 신약개발 테마, MZ세대 바이오 벤처캐피탈리스트, CI(Corporate Identity)를 교체한 회사 등을 정교하게 들여다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한 데 모으는 일은 고되다. 그러나 우리는 확신한다. 이 노력이 쌓여 태산을 이룰 때 전통적인 지표에 숨어 있던 바이오 '옥석'과 '악마'를 모두 가려내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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