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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다시 화학]채형석 총괄부회장 장남, 경영수업은 언제쯤⑥유학 마치고 그룹 입사할 듯...애경케미칼 선택할지 주목

조은아 기자공개 2021-08-23 11:24:15

[편집자주]

애경그룹이 애경유화·에이케이켐텍·애경화학 등 화학3사를 통합하기로 했다. 별다른 움직임 없이 그룹을 묵묵히 뒷받침해온 화학사업이 그룹 전면에 나선다. 왜 다시 화학을 선택했을까. 애경그룹의 변신과 비전, 그리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9일 13: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경그룹에서 3세 승계는 먼 일로 여겨졌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1960년생으로 아직 한창 나이인 데다 3세들의 나이도 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만간 승계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분 증여도 조금씩 이뤄지는 중이다.

애경그룹은 지난해 3세 승계의 포문을 열었다. 채 총괄부회장과 동생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AK홀딩스 주식을 각각 자녀에게 증여하면서다. 특히 당시 채 총괄부회장의 장남 정균 씨가 부친으로부터 25만주를 단독으로 물려받으면서 그룹 후계자로 부상했다. 당시 가치로 45억원 규모다.

정균 씨의 보유 주식 수는 2만608주에서 27만608주로 증가했다. 현재 지분율은 2.04%로 AK홀딩스의 개인 6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채 총괄부회장은 정균 씨 외에도 1986년생 문선 씨와 1990년생 수연 씨 등 2녀를 더 두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지분 증여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후계자를 공식화한 셈이다.

이에 앞서 2016년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도 손주 7명에게 보유 지분 10만주를 나눠줬다. 당시에도 정균 씨가 가장 많은 지분을 받았다. 손녀 6명이 1만3333주씩 받았고 손주 7명 가운데 유일한 남자인 장손 정균 씨는 다른 손주들과 달리 1만주 가까이 추가된 2만2002주를 받았다. 현재 정균 씨를 제외한 다른 3세들의 지분율은 0.10~1.01% 사이에 그친다.

정균 씨는 아버지에 이어 그룹을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애경그룹 3세 가운데 유일한 남자다. 아직 애경그룹에서 2세 경영이 이뤄지고 있어 전통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애매하지만 애경그룹 역시 장자 승계 원칙이 자리 잡는 모양새다. 채 총괄부회장도 일찌감치 어머니 장영신 회장을 이을 총수로 낙점됐고 전형적인 후계자의 길을 걸어왔다.

장 회장을 제외하고는 여성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 회장의 장녀 채은정 전 애경산업 부사장이 한때 경영에 참여했으나 지금은 회사를 떠난 상태다. 정균 씨의 누나인 문선 씨도 한때 애경산업에서 근무했으나 현재는 물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재직 당시에도 과장으로서 존재감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정균 씨는 1994년생으로 우리나이로 28살이다. 현재 해외에서 학업을 마무리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승계에 이어 경영수업도 시작될지 관심이 모인다. 아버지나 작은 아버지들의 사례를 볼 때 조만간 애경그룹 계열사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후계수업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사실상 유일한 후계자로서 승계에 명분이 서려면 대내외적으로도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갈 길이 멀다.

채 총괄부회장은 우리나이로 26살 때 애경그룹에 입사했다. 채 총괄부회장의 동생인 채동석 부회장과 채승석 전 애경개발 사장도 각각 1991년과 1994년, 학업을 마친 뒤 28살과 25살의 나이로 일찌감치 그룹에 몸담기 시작했다.

정균 씨가 입사할 계열사로는 지주사인 AK홀딩스와 함께 애경산업, 제주항공 등 주력 계열사들이 점쳐진다. 11월 출범하는 애경그룹의 화학 통합법인 ‘애경케미칼’도 있다.

다만 아직 나이가 어리고 실무부터 배워야 한다는 점에서 지주사는 선택지에서 뺄 것으로 보인다. AK홀딩스는 2분기 말 기준 임직원 수가 20명 수준으로 규모가 매우 작다. 그룹 전반을 총괄하는 지주사보다는 각 사업을 직접 펼치는 계열사를 순차적으로 돌면서 실무 경험을 쌓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된 점은 변수다. 항공 사업을 이끄는 제주항공, 화장품·생활용품 사업을 이끄는 애경산업, AK플라자를 운영하는 에이케이에스앤디는 모두 2020년에 실적이 부진했다. 제주항공은 영업손실 4000억원을 냈으며 애경산업의 영입이익도 무려 63% 줄었다. 에이케이에스앤디도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특히 제주항공은 경영이 심각하게 악화됐고 당분간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아 선택지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 경영 후계자들은 경영능력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실적이 좋은 곳이나 성장성이 높은 곳 등 눈에 띄는 곳에 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애경산업의 경우 애경그룹을 키워낸 핵심 계열사지만 역시나 실적이 걸림돌이다.

11월 출범하는 애경케미칼로 입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애경유화, 애경화학, 에이케이켐텍 등 3개사를 더하면 연매출 1조7000억원 규모로 5000억원대인 애경산업이나 3000억원대인 제주항공을 훌쩍 뛰어넘는다.

애경케미칼은 2030년까지 매출 4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특히 그동안 큰 투자 없이 ‘고여’ 있었다면 앞으로는 그룹 차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기도 하다. 실적이나 신사업 진출 측면에서도 성과를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애경케미칼의 전신이 되는 애경유화는 신사업으로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에너지 사업과 함께 폴리우레탄, 음극재, 태양광발전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아버지의 사례를 살펴보면 채 총괄부회장은 1985년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애경산업 생산부 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직후 5개월간 공장에서 생산현장을 몸에 익혔다. 제조업체 사장으로서 ‘생산의 중추’인 공장을 아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장영신 회장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 애경산업 영업부와 마케팅부를 거쳤고 1986년에 애경유지공업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입사 1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한 셈인데 아들은 이같은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채 총괄부회장의 아버지인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 장영신 회장이 홀로 그룹을 이끌고 있어 승계가 시급했던 상황”이라며 “지금은 그리 급한 상황도 아니고 당시보다 후계자들의 경영 승계를 향한 시선이 한층 날카로워진 만큼 채 총괄부회장의 장남도 순차적으로 단계를 밟으면서 경영 보폭을 확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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