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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승계]'74년 한우물' 한방유비스, 증여세 시름 속 3세 경영 '닻'①1947년 국내 최초 소방기업, 지난해 최두찬 대표 지분승계…세금 부담은 과제

조영갑 기자공개 2021-09-02 08:57:50

[편집자주]

승계는 단순한 대물림이 아니다. 어떤 기업은 체질과 외형을 변모해 진화하고, 어떤 기업은 퇴보의 길을 걷는다. 기업의 생존 경쟁 속에서 승계는 거대한 분수령이다. 창업주, 혹은 2~3대 경영을 넘어 새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최선의 승계를 택해야 하는 이유다. 더벨은 오랜 업력을 쌓아온 승계기업들의 대물림을 살펴보고, 사업의 미래상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30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소방방재설계 1위 기업 '한방유비스'가 3세 경영의 닻을 올렸다. 해방 직후인 1947년 조선소방기재주식회사로 설립된 한방유비스는 1대 최금성 회장, 2대 최진 회장을 거쳐 지난해 3대 최두찬 대표가 최대 지분과 경영권을 물려받으며, 100년 기업의 토대를 닦았다.

다만 승계 과정에서 상속공제제도(증여과세특례)를 활용한 최 대표는 특례제도 적용 후에도 적지 않은 세금 부담에 시름하고 있다. 이는 회사가 보유한 자산 중 상당 부분이 '비영업 자산'으로 분류돼 세액공제에서 제외된 탓이다. 과세 과정에서 자산평가액 설정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도 원인이다. 부친의 지분을 고스란히 지키면서 3세 경영을 안착시켜야 하는 숙제가 최 대표 앞에 놓여 있다.

◇ 이승만 대통령 앞 화재진압 '한국 소방의 산 역사'

한방유비스의 업력은 대한민국 소방·방재사(史)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방재에 대한 개념이 없던 1947년 설립자 최금성 전 회장은 미군부대에서 사용하는 소화기에 착안, 조선소방기재를 설립한다. 국내 최초의 소방기업 시작이다.

이후 1957년 조선소방기재는 국내 처음으로 자동화재탐지장치를 개발한 데 이어 1959년 소화기와 소방호스를 국산화하면서 전기를 마련했다. 이 공로로 최 전 회장은 1960년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직접 화재진압을 시연하는 등 국내 소방분야의 '선구자'로 공인받았다. 1970년 정부종합청사에 국내 최초로 스프링클러 설비를 시공한 것도 조선소방기재다.

최 대표는 "당시만 하더라도 화재는 '하늘에서 내린 벌' 정도의 인식에 머물러 있었다"면서 "소방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사업 자체도 이해받지 못했지만, 조부는 뜻 있는 기술자들과 함께 회사를 설립해 소방방재 분야 한우물만 파왔다"고 설명했다.

1978년 최 전 회장이 작고한 이후 2대 최진 회장은 회사를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진화시켰다. 1971년 대연각화재 참사가 발생하면서 소방안전법 기준이 강화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최 회장은 문화공보부 연구원, 한국소방기술사회 회장 등을 지내면서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에는 소방설계에 최초로 캐드(CAD/CAM)를 도입, 자동화 설계 시스템 시대를 열기도 했다.

현재 한방유비스 매출의 절반 이상은 설계·감리 부문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말 211억원의 매출액 중 100억원 이상을 이 부문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한방유비스가 자랑하는 3차원 도면 데이터(BIM) 기반 설계 역시 최 회장의 혜안에서 출발, 최 대표가 꽃피우고 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롯데월드타워, 부산 해운대 엘씨티, 인천국제공항,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용역 등에서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2017년 최 회장의 차남 최두찬 대표가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승계가 시작됐다. 지분승계는 지난해 마무리됐다. 최 대표는 부친의 주식 6만4000주가량을 고스란히 물려받으면서 64% 수준의 지분율을 확보했다. 나머지는 회사를 함께 경영하고 있는 황현수 대표(2%)를 비롯한 임직원 몫이다. 최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매달 3~4회 정도 출근해 아들과 함께 대소사를 논의한다.
▲고 최금성 회장(가운데 사진)은 대한민국 소방업계의 선구자다. 해방 후 언론들은 앞다퉈 그의 발자취를 보도했다.
최 회장이 가업승계 국면에서 차남을 택한 이유는 그의 '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곧바로 가업에 투신했다. 2001년 회사에 입사해 소방설계, 감리업무를 익힌 후 미국으로 건너가 소방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7년 간 글로벌 소방방재컨설팅업체인 RJA(Rolf Jensen & Associates, Inc.)에 근무했다. 1976년생(45세)이지만, 업력은 21년차다.

최 대표는 "RJA 시절 두바이 버즈(Burj Khalifa)의 소방엔지니어링 업무를 담당하면서 초고층 소방설계, 컨설팅의 감을 익혔다"면서 "현재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건축물의 '성능위주설계' 업무에 전문성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성능위주설계'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설계방식으로 극도의 안전이 요구되는 초고층 건물 등에 적용된다. 한방유비스는 이와 관련 ICT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R&D를 진행하고 있다.

◇ 승계 허들에 회사 매각도 고민, 승계는 진행 중

탄탄한 업력과 전문성은 입증됐지만, 승계는 아직 '진행형'이다. 세금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가업상속제도의 증여세과세특례의 혜택을 받았다. 약 100억원의 한도 내에서 증여세를 공제받는 제도다. 최 대표는 "근속 연수가 길어 혜택을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평가가액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돼 큰 세액이 부과됐다"고 말했다.

정확한 세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십수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방유비스의 업력이 길어 적립된 이익잉여금(65억원)이 많고, 보유자산 중 비영업 목적으로 분류된 자산 비중이 커 공제기준인 100억원을 크게 넘어선 게 뼈아팠다. 영업과 관련되지 않은 자산은 모두 과세대상이다.

이 때문에 최 대표는 불가피하게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세금을 연납하고 있다. 최 대표는 "제도가 복잡하고, 생각보다 과세액이 커 매각을 생각하기도 했었다"면서 "하지만 가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엔지니어링 기업이었기에 그나마 제조업 대비 승계가 수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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