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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 SRI채권 등장, 시장 투명성 흐릴까 인증보고서 공개, 발행 공시 의무 없어…관리·감독 사각지대 확대 우려

이지혜 기자공개 2021-08-26 08:00:58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4일 16: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발행이 늘고 있다. 공모 SRI채권에 비하면 규모가 여전히 적지만 추세가 상당하다. 공모채의 호황이 사모채 시장의 팽창을 유도하는 경향이 많다. SRI채권 시장도 이런 기류를 이어갈 수 있다.

투자자와 발행사의 이해도 맞물린다. 투자자에게 사모채는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ESG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채울 수 있는 투자처다. 간편하고 빠른 조달을 원하는 발행사에게 사모 SRI채권이 매력적일 수 있다.

문제는 사각지대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모채는 상장되지 않는다. 외부 공시 의무도 없다. 사실상 SRI채권을 집계하는 국내 유일의 플랫폼인 한국거래소에도 잡히지 않는다. 자칫 SRI채권 시장의 투명성을 흐릴 수 있다.

◇사모 SRI채권 등장

24일 SRI채권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와 회계법인 등에 사모 SRI채권 발행을 문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미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사모 SRI채권을 인증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사모 SRI채권은 인증 보고서가 외부에 공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현재까지 마스턴투자운용이 유일한 것로 파악된다. 마스턴투자운용은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자산관리업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자산운용사다. 6월 말 지속가능채권으로 200억원을 조달했다.

인증보고서의 깊이는 다르다. 한국기업평가는 공모 SRI채권 인증보고서를 낼 때 해당 채권의 개요와 평가 요지, 발행사의 개요, 조달자금의 사용처, 기대효과, 발행사의 ESG경영 내재화 정도까지 상세하게 다룬다. 그러나 마스턴투자운용의 SRI채권 인증보고서는 두 페이지 정도의 요약본만 공개됐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발행사의 요청에 따라 SRI채권 인증보고서를 외부에 공시하지 않거나 보고서 내용을 간추릴 때도 있다”며 “사모 SRI채권은 대부분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외부에 인증보고서를 공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행규모 아직은 ‘미미’, 사각지대 확대 우려도

사모 SRI채권 발행사례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 들어 공모채 시장이 유례없은 호황을 누리면서 사모채 시장도 덩달아 팽창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공모채 확정금리가 개별민평금리보다 낮게 책정되는 사례가 늘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사모채 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렸다.

이는 사모 SRI채권 시장이 확대될 단초가 될 수 있다. 현재 SRI채권 시장은 AA급 등 우량 기업이 발행하는 공모채와 AAA급 공기업이 발행하는 공사채가 주를 이루고 있다. 비교적 높은 금리로 SRI채권 등 ESG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채우려는 투자자에게 사모 SRI채권은 매력적 투자처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국내채권의 위탁운용자산에 ESG투자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영향이 적잖을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 사모 SRI채권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SRI채권 시장의 사각지대가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사모 SRI채권은 공모채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 등장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부작용까지 작을 것으로 낙관할 수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사모채는 투자자가 제한되고 발행 이후 일정기간 전매가 제한된다. 또 사모채의 비중이 증가하면 공모채 시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데다 회사채 시장의 정보효율성과 투명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이는 사모 SRI채권도 마찬가지다.

SRI채권업계 관계자는 “사모채는 비상장채권으로 규제나 감시를 받지 않아 투명성이 떨어진다”며 “SRI채권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이기에 자금 관리, 사후보고 등 투명성이 매우 중요해서 자칫 사모채의 부작용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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