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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 투자, 더 이상 부자 전유물 아니다” [thebell interview]미술품 분산 소유 플랫폼 테사(TESSA) 김형준 대표 “금융권 협업 통해 스케일 업”

이돈섭 기자공개 2021-08-31 13:05:32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5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술 작품 투자는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많게는 수십억 원 단위의 미술 작품에 여윳돈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묻기도 했다. 부자들이 투자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의 수익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을 벗어나 미술 작품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 벽을 허물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테사(TESSA)라는 곳이다. 자산(Asset)의 영문 표기를 거꾸로 표기했다. 기존 자산의 개념과 접근 방식을 뒤집겠다는 의미다. 테사는 미술 작품의 소유권을 분산시키는 기술을 통해 벽을 대폭 낮췄다. 이미 1만 명에 가까운 투자자들이 분할 소유권을 확보했다. 지난 24일 테사 김형준 대표를 만나 창업 배경과 향후 계획 등을 물었다.

◇ '미술 투자의 일상화' 시대 열렸다

김 대표의 첫 직장은 SK텔레텍이다. '스카이' 브랜드를 론칭한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였다.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를 졸업하고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에서 석사를 마친 이후 자연스러운 행보였다. SK텔레텍이 팬텍에 합병되면서 적을 옮겨 상품기획 업무를 맡았다. 이후 삼성네트웍스와 이스라엘 스타트업 엑스포비를 거쳐 창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첫 창업 출사표를 던진 곳은 중국이다. 모바일 광고 서비스 회사를 세웠지만,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이어 온라인 아트 서비스 업체를 창업했지만, 이해관계자 사이가 틀어져 결국 회사를 떠났다. 결과만 보면 실패의 연속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비싼 수업료를 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김 대표가 세 번째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김 대표는 밀레니엄 세대들이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데 주목했다. 밀레니엄 세대가 투자하는 대상은 비트코인부터 음원, 한우, 운동화까지 다양하다. 투자는 생활의 일부라고 했던 혹자의 말이 정확했다. 김 대표는 밀레니엄 세대의 투자 행태가 재테크 시장의 지형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보고, 그간 사업을 보완해 담판을 보리라 다짐했다.

직전 사업에서 그는 신진 작가들과 애호가들을 연결하는 일을 했다. 하지만 신진 작가들의 미술 작품은 가치가 뛰어오른 뒤 판매가 이뤄지면 그걸로 끝이었다. 더는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자산 가치가 오르는 것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투자 개념이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블루칩 아트에 주목했다. 가격과 인지도, 의미를 인정받은 '명가'의 작품이다.

과거 경험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라는 것을 체득한 그였다. 동업자들과 팀을 꾸려 2019년 3월 테사의 모체인 아트블록코리아를 창업했다. 알음알음 국내외 투자자들을 확보해 나갔다. 현재 테사 주주명부에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세계 각국 주주들이 올라있다. 사업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주머니돈을 탈탈 털어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두 점을 매수해 왔다.

사업 내용을 대중 앞에서 설명할 수 있는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3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미술품 분할 소유권 개념은 생소했다. 모바일 앱이 준비되지 않았던 터라 카드 단말기를 구비해 놓았다.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카드를 긁고, 현금을 투자했다. 김 대표는 '바로 이거다' 생각했다.

"투자자들이 실제 분할 소유권에 투자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후엔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에 열심이었고요. 알음알음 투자를 유치한 결과 현재 테사 주주명부에는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 각국 외국인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제이커브를 그리기 시작했고요. 테사 팀 역시 20명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 스케일업 관건…금융회사 협업 논의 활발

현재 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하다. 사모 대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그 자금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작품을 구매한다.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펀딩은 할 수 없다. 작품 구매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 매매 기록이다. 블루칩 아트인 만큼 과거 매매 기록이 투명하게 남아있다. 그간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잠재적 수익률을 가늠해 매수를 결정한다.

그렇게 국내로 들여온 미술품은 1000원 단위로 소유권을 쪼개 판매한다. 최근 테사는 샤갈의 'La mariée or Les amoureux aux fleurs'라는 작품을 27억5000원에 매입해 온 뒤, 이를 1000원 단위로 나눠 275만개의 분할 소유권을 만들었다. 테사가 보유한 5만5000개 소유권을 제외한 269만5000개가 시장에 풀려 25일 현재 전체 수량의 36.13%가 판매 완료됐다.

판매가 종료된 이후에도 소유권을 사고 팔수 있다. 매수자가 매매가와 수량을 정해 올려놓으면 그것을 통째로 매입하는 식이다. 앱 유저들이 많아지면 거래가 증가해 분할 소유권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 테사는 롯데멤버스 엘포인트 모바일 앱에 서비스를 연동시킨 데 이어 현재 NH농협은행과 삼성증권 등 다양한 금융회사들과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 대표는 "테사가 지향하는 것은 플랫폼"이라며 "국내외 시장에서 유통되는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와인, 자동차 등 동산 자산을 다양하게 확보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5일 현재 소유권 보유자 수는 9925명, 분할 소유권 재거래 횟수는 7282건이다. 주로 20대 안팎의 MZ세대들이 참여하고 있다. 평균 투자 금액은 53만5000원이다.

지난해 테사가 취급한 작품은 총 4종이다. 현재까지 20여개 작품을 취급했다. 테사는 자산운용사가 관리하는 펀드의 자산가치를 가리키는 AUM(Asset Under Management)을 Art Under Management로 바꿔 부르는데, 현재 테사의 AUM은 90억원가량이다. 블루칩 아트 수익률은 최근 18년간 S&P500 대비 200% 이상의 수익률을 보였다는 것이 테사 측 설명이다.

미술품이 팔리기 전에는 대여 등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 낸다. 샤갈 작품의 경우 현재 더현대서울 측에 대여한 상태인데 2주에 2000만원 정도 수익을 낸다. 여기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하면 수익으로 남는다. 작품 보관과 매매 권리는 테사에 위임하지만 소유권자들에게는 비토권이 주어진다. 전체 소유권자의 51%가 비토권을 행사하면 액션을 저지할 수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스케일 업이다. 지금은 개인과 법인 등 직접 접촉해 자금을 당겨오고 있지만 앞으로는 안정적인 매입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대표는 최근까지 더블유자산운용 측과 아트펀드 설정 방안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재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모든 자산에 대해 투자 기회를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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