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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업 키파운드리]노후팹의 부활, 전화위복된 8인치 전략②아날로그 반도체 양산기술 개발로 입지 구축…신성장동력 마련은 과제

김혜란 기자공개 2021-08-31 07:10:11

[편집자주]

키파운드리는 유독 주주 손바뀜이 빈번했던 비운의 기업이다. 국내외 사모펀드가 인수와 매각을 반복한 탓에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8인치 웨이퍼 생산시설의 몸값이 크게 뛰면서 단숨에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올해 들어 SK그룹의 인수 추진 소식도 시장에 알려졌다. 키파운드리는 격동기를 끝내고 한 단계 성장을 위한 도약을 준비 중이다. 키파운드리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고 점프업을 위한 성장전략은 무엇인지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7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키파운드리는 국내 유일 순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을 표방한다. 과거 종합반도체기업(IDM)인 매그나칩 반도체에 속해 있었으나 지난해 9월 독립했다. 비교되는 DB하이텍의 경우 자체 반도체 칩 설계도 하고 있어 엄밀히 말하면 순수 파운드리는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종합반도체회사(IDM)로 손꼽힌다.

키파운드리는 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격동기를 보내며 투자가 지체됐다. 여러차례 분사의 아픔을 겪으며 회사 규모는 점차 줄었다. 하지만 오히려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었다. 대규모 투자금을 들여 무리하게 12인치 파운드리로 전환하기 보다 8인치(200mm) 웨이퍼(반도체를 만드는 원판) 기반 사업에 집중하며 공정기술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순수 파운드리의 이점을 내세워 국내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들과 신뢰를 쌓았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과 함께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8인치 웨이퍼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키파운드리의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고 그만큼 키파운드리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8인치 특화전략으로 틈새시장 공략

반도체 웨이퍼는 6인치에서 8인치, 12인치에서 15인치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를 사용해 고객사가 설계한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이미지센서 등을 위탁 생산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2010년 전후로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8인치에서 12인치 공정으로 대거 옮겨갔고, 8인치 파운드리 시장엔 소수 플레이어만 남았다. 잦은 대주주 변경에 시달리던 키파운드리는 현실적으로 12인치 공정으로 전환이 어려웠다. 결국 기존 8인치 사업에 집중하면서 아날로그 반도체 특화로 사업 방향을 전개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1,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까지 구식 8인치 라인도 일부 운영하고 있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는 물론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CPU(중앙처리장치) 등 시스템 반도체를 12인치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고 있다.

8인치가 레거시(구형)라고는 하지만 12인치와 구별되는 특징과 장점이 분명하다. 고부가가치 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이 적합하지만, 수익성이 낮은 PMIC, DDI, 차량용 반도체는 초미세공정이 필요하지 않고 다품종 소량생산이 필수적이다.

8인치 파운드리는 웨이퍼 1장당 반도체 생산량은 적지만 12인치 보다 생산단가가 낮다. PMIC 등 아날로그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입장에선 생산비용이 적게 들고 다품종을 소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8인치 기반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게 유리하다. 대세가 12인치로 넘어가도 자연스럽게 8인치 틈새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사진:키파운드리
파운드리 사업의 성패는 고객사가 설계한 반도체에 최적화된 공정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이 있느냐에 달렸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에 전념하면서 양산기술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했고 1700여건의 특허를 갖춰 고객 기반을 넓혀갈 수 있었다.

특히 전력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신호 제어를 위한 Bipolar 공정, 디지털 신호 제어를 위한 CMOS 공정, 고전력 관리를 위한 DMOS 공정을 하나의 칩에 구현한 BCD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키파운드리는 여기에서 나아가 BCD에 NVM eFlash를 접목한 BCDN 기술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 저장 기술(NVM)까지 추가한 것이다.

고객사로는 LX세미콘, 어보브반도체 등 국내 팹리스 외에 북미지역 팹리스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키파운드리 전체 매출의 70%이상이 국내와 북미, 유럽 지역 팹리스에서 나오고 나머지가 중국 등 아시아인 것으로 전해진다.

◇호황 너머 지속가능한 성장이 과제…밸류업 전략은

지난해부터 8인치 파운드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키파운드리에도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며 노트북, TV 등 디스플레이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5세대 이동통신(5G), 전기차 시장 확대 등 4차 산업혁명은 이제 막 본격화하는 전 세계적인 산업의 큰 흐름이기 때문에 당분간 파운드리 호황이 이어질 거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생산능력 확대, 신사업 진출, 사업 다각화 등 밸류업 전략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 생산능력 관련해선 현재 8만2000장 수준을 내년 초까지 9만2000장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성장 전략 중 하나로 사업 다각화도 고민해야 한다. 노후화된 8인치 팹을 언제까지 계속 끌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8인치 공정도 언젠가는 12인치로 넘어가게 된다. 최근 8인치 파운드리 업계에서 신사업 분야로 고민하는 화두는 질화갈륨(GaN)과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전력 반도체 사업이다.

GaN, SiC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Si) 대비 고전압, 고전류, 고온에서 동작이 가능해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꼽힌다. 키파운드리는 지금은 8인치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칩을 제조하고 있지만, 전력 반도체 생산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GaN, SiC 생산라인 도입을 사업 다각화 전략 중 하나로 고민할 수 있다.

GaN과 SiC의 경우 이제 6인치에서 8인치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 물론 GaN과 SiC 반도체 라인을 구축하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지만, 전력반도체 생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있다.

키파운드리와 비교되는 DB하이텍 역시 GaN과 SiC 반도체 라인 구축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는 대규모 투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얼마나 실탄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8인치 파운드리는 지금이 고점"이라며 "결국에는 12인치로 넘어가거나 현재 8인치가 첨단공정인 SiC 반도체 시장 진출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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