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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옥죄기 파장]'증가율' 기준 대출규제에 저축은행 업계 '양극화' 우려④자산규모 따라 신규 취급량 비례적 증가…'빈익빈 부익부' 심화 전망

류정현 기자공개 2021-08-30 07:25:09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7일 15:3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 몇 년 사이 가계대출 물량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부정적 시선이 해소됐고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의 자금수요도 컸기 때문이다. 올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증가율을 기준으로 가계대출을 규제하면 대형 저축은행에 유리해져 업계 내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울러 당국이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규제를 발표해 경영계획에 혼란을 가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지 개선·코로나19 맞물려…지난해 가계대출 ‘급성장’

금융감독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가계대출금 총액은 33조4639억원이다. 2020년 같은 기간 26조8526억원을 기록했을 때보다 24.62% 증가했다.

지난해는 특히 증가세가 가팔랐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전년 동기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10% 안팎에 머물렀는데 올해는 20%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는 점에서다. 2018년 이후 줄곧 20조원 수준이었던 가계대출 총액도 올해 3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긴급한 생활 자금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코로나19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인 만큼 저축은행이 해당 자금 수요를 대부분 흡수할 수 있었다.

최근 업계 전반에 걸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이미지가 개선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저축은행 사태로부터 꼬박 10년이 흐르며 저축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나아진 것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청년 세대를 흡수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출처=금융감독원 통계정보시스템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저축은행은 가계대출 주요 관리 대상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올해 5월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취약계층의 자금수요가 늘 것으로 판단한 금융당국이 별다른 지침을 내리지 않았는데 약 1년 만에 규제가 부활한 것이다.

그로부터 3개월 후인 이번 달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가계대출 물량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아예 저축은행이 내줄 수 있는 신용대출 한도를 정하면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23일 회원사에 가계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제한할 것을 당부했다. 이보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했는데 이에 따른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저축은행에도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당국 규제에 ‘양극화’ 우려…하반기 수익 ‘어디서 찾나’

문제는 일련의 가계대출 규제가 자칫 대형저축은행과 중·소형저축은행 간 격차를 더 벌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동기 대비 21% 수준으로 제한했는데 지난해 자산 규모에 따라 올해 영업할 수 있는 대출 물량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자산규모 기준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SBI저축은행이 지난해 취급한 가계대출 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조1059억원이다. 정책금융상품 액수도 포함돼 정확한 수치를 산출할 수는 없지만 올해 늘릴 수 있는 가계대출 증가액은 대략 1조722억원이다.

반면 업계 10위권에 머물고 있는 JT친애저축은행은 2440억원 정도다. SBI저축은행이 JT친애저축은행보다 4배 넘게 많은 가계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일부 저축은행은 이미 상반기에 21% 증가율을 모두 채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대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신규 취급여력을 늘리거나 마지못해 기업대출을 취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작년 자산 대비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지 말라는 건데 대형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며 “그렇지 못한 곳은 채권매각 등으로 여력을 만들거나 기업대출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과 심사체계, 영업방식 등이 전혀 달라 단기간 내에 관련 인프라와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대출 물건 당 티켓사이즈도 큰 탓에 부실이 발생할 경우 리스크도 크다. 이에 따라 평소 기업대출을 준비하지 않았거나 중·소형 저축은행처럼 아예 여력이 없는 곳은 당장 하반기 수익성 확보가 막막한 실정이다.

당국의 규제 발표가 지나치게 갑작스럽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올해 5월 '2021년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발표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이미 1월을 기점으로 새로운 사업연도를 개시한 지 한참이 지난 시점에서 연간 증가율을 규제하면 올해 계획을 다시 재설정해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계획을 세우기 전에 규제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신호라도 줘야 이를 반영하는데 전혀 없었다”며 “하반기 경영계획을 급하게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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