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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법 시행 1년]SAFE 투자 활성화 '아직'…"성과 평가는 시기상조"④표준계약서 등 보급시 확산 전망…법 시행 효과, 장기적 관점 필요

양용비 기자공개 2021-09-10 11:45:38

[편집자주]

지난해 8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이 시행된 이후 1년이 흘렀다. 벤처투자의 문턱을 낮추고 체계적인 투자환경을 구축해 민간주도의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는 취지라 벤처생태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법이다. 더벨은 벤처투자법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벤처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7일 11:0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처투자법) 시행과 함께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새로운 투자법이 도입됐다.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이다. 후속투자에서 결정된 기업가치에 따라 초기 투자자들의 지분이 결정되는 투자 방식이다.

SAFE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초기기업에 적합한 투자방식이다. 예컨대 후속 투자가치에 대한 할인율 20%를 적용해 스타트업에 8억원을 투자했을 경우 향후 기업가치가 100억원으로 결정되면 80억원을 인정해준다. 이때 8억원을 베팅한 투자자는 A사의 지분 10%를 확보하게 되는 구조다.

정부가 벤처투자법 시행을 계기로 SAFE를 도입한 것은 창업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벤처캐피탈업계에서도 SAFE를 초기기업 평가가치 논쟁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겼다. 1년이 지난 현재 SAFE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장점 뚜렷한 SAFE, 아직은 준비 단계…“선례 나오면 급증”

아직까지 벤처캐피탈업계에서 SAFE 방식을 통해 투자를 단행했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해당 방식을 통한 투자가 미미한 셈이다. 오히려 은행권에서 SAFE를 통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인 아크에 SAFE 방식으로 투자했다. SAFE 도입 이후 첫 사례로 남았다. 올해 5월에는 기업은행이 필터 제조 스타트업인 씨에이랩에 SAFE 방식으로 베팅했다.

SAFE는 스타트업과 투자사 모두에게 장점이 뚜렷한 투자 방식이다. 투자사가 지분에 투자하는 만큼 스타트업 입장에선 메자닌 발행으로 인한 이자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창업자는 사업 초기 투자 유치로 지분이 과도하게 희석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기업가치 산정 작업이 빠진 만큼 빠른 투자 의사 결정이 가능해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투자사의 입장에선 초기기업의 가치를 섣불리 산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투자할 때 기업가치를 두고 벌이는 논쟁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그간 투자업계에선 기존 산업군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기업이 나타날 경우 기업가치 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 벤처캐피탈업계의 SAFE 투자는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다. 다만 장점이 뚜렷한 투자 방식인 만큼 사례가 축적되면 SAFE 투자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대부분 와이컴비네이터의 계약서를 표준으로 삼아 SAFE 투자에 나선다”며 “우리나라도 SAFE의 표준계약서가 나온다면 활용도가 커져 투자 사례들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SAFE는 정부가 시장의 수요보다 빠르게 대처해 도입한 것”이라며 “아직 투자하는 곳을 찾아보긴 힘들지만 SAFE 투자로 인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처투자법 성과 평가는 시기상조…큰 줄기에서 봐야”

업계에선 1년을 맞이한 벤처투자법에 대한 평가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아직 큰 변화를 체감할 순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벤처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조항들이 충분히 삽입돼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선 펀드 관리가 벤처투자법 시행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창업투자조합과 한국벤처투자조합(KVF)이 벤처투자조합으로 일원화된 영향이다. 법 시행 이전까진 벤처조합이 이원화된 탓에 조합의 특성마다 운용 전략을 달리 짜야 했다.

앞선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기존에는 조합에 따라 결성, 총회 절차, 투자 의무 비율 등이 달리 적용돼 번거로운 측면이 강했다”며 “벤처투자법 시행으로 제도가 통합되면서 펀드 운용이 한층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 한도가 사라지고 투자 제한 업종도 크게 줄어든 만큼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반은 충분히 마련됐다는 평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벤처투자법 시행 이전 업계가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업계가 원하는 것들을 충분히 수정, 보완하면서 큰 줄기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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