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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 수소·전기차 굴기]2세 경영 중심에 수소경제와 전기차①승계 마무리, 지배구조 새그림 완성…머티리얼즈·하이솔루스 그룹 핵심 부상

김혜란 기자공개 2021-09-15 08:03:35

[편집자주]

1967년 전선 부품 제조기업 일진금속공업에서 출발한 일진그룹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보수적인 기업이란 이미지가 강했으나 사실 조용하지만 빠르게 4차산업 흐름에 맞춰 체질을 개선했다. 2세 경영 체제 개막 전후로 전기차와 수소차 관련 업종 중심의 사업 재편이 가속화하며 그룹의 색깔도 확 달라졌다. 경영권 승계 마무리 후 신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일진그룹의 성장 스토리와 비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9일 13: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진그룹 29개 계열사 중 핵심은 단연 일진머티리얼즈다. 상장 계열사 6곳 가운데 시가총액이 압도적으로 크다. 여기에 최근 일진하이솔루스가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단숨에 일진머티리얼즈와 함께 그룹을 이끄는 쌍두마차로 떠올랐다.

두 계열사는 그룹에서 유일하게 조 단위 시총을 지닌 곳이다. 일진머티얼즈는 2011년 상장해 10년 만에 시총이 6배로 뛰어 3조5000억원(8일 종가기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지난 1일 상장과 함께 시총 3조원 대열에 합류했다.

두 회사의 부상은 '형제경영'이 성공적으로 본궤도에 올랐음을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더욱 뜻깊다.

창업주인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2010년대 초반 두 아들에게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 장남에겐 일진하이솔루스를 거느린 지주회사 일진홀딩스를, 차남에게 일진머티리얼즈를 물려줬다. 전기·전선 부품 제조업이 본류였던 일진그룹은 2세 경영체제로 넘어가면서 4차산업 흐름에 맞춰 전기·수소차 소재·부품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재편했다고 평가받는다.

시총으론 차남의 일진머티리얼즈가 앞서갔지만 하이솔루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이제 개막하는 시장인 만큼 경쟁구도를 형성한 형제가 만들어갈 성장스토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분승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 '지주사 전환'

일진그룹의 모태는 허 회장이 1968년 창업한 일진금속공업(현 일진전기)이다. 허 회장은 전자산업의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인물이다.

창업 초창기 배전금구류, 동복강선 등 전선산업의 필수 부품과 공업용 다이아몬드 국산화에 성공하며 그룹의 토대를 다졌다. 이는 훗날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성장한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공업용다이아몬드와 정밀소재 생산)의 뿌리가 됐다. 1988년엔 국내 최초로 일렉포일(동박)을 개발했는데 여기에서부터 일진머티리얼즈가 출발했다.

허 회장은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장남과 차남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 밑그림을 완성한다. 장남인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에서 경영수업을 받았고 일찌감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일진전기는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룹에서 유일하게 매출 1조원을 달성, 위상이 남다른 주력 계열사였다.

허 회장은 장남에게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 지분을 물려주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한다. 허 회장은 2008년 일진전기·일진다이아몬드를 투자사업부문과 제조사업부문으로 분할하고 각각의 투자사업부문을 합병, 순수지주회사 일진홀딩스를 만들었다. 허 부회장은 일진홀딩스 지분 약 29%를 확보했다.


◇그룹 모태 승계받은 장남, 신사업 진출로 '확장성' 승부수

하지만 이후 2013년 허 회장이 보유한 일진홀딩스 지분 15.3% 전량을 처분하는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일진전기의 일감몰아주기로 재원을 확보한 일진파트너스가 지분을 사들이면서다. 일진파트너스는 허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였다.

허 부회장은 이미 일진홀딩스의 최대주주였지만 일진전기가 2대 주주(24.6%)로 들어오면서 허 부회장의 실질적인 일진홀딩스 지분은 53.75%로 확대됐다. 증여세 납부 등의 절차를 밟지 않고 일진파트너스를 지렛대 삼아 일진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편법 증여 논란에도 허 부회장은 비교적 손쉽게 2세경영 체제를 연다. 일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탓에 법적 제재를 피해갔다.

오너십을 확보한 장남은 신성장동력을 키우는데 많은 힘을 쏟는다. 허 부회장이 미래먹거리로 점찍은 계열사가 바로 일진하이솔루스다. 일진하이솔루스는 허 부회장이 일진홀딩스 대표이사로 있던 2011년 인수한 한국복합재료연구소가 전신이다. 부친이 창업한 회사가 아니라 신사업 진출을 위해 M&A로 사들인 회사다.

한국복합재료연구소는 원래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용 연료탱크를 만들던 회사였다. 인수 이후 일진복합소재(지난 4월 일진하이솔루스로 사명변경)로 이름을 바꾸고, 이 회사가 가진 원천기술을 활용해 수소연료탱크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일진하이솔루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소차 핵심 부품인 타입4 수소연료탱크를 양산, 일진홀딩스의 미래를 견인할 신성장동력으로 급부상했다.

◇20년 넘게 동박사업 몰두…차남 허재명의 준비된 승계

2008년 지주회사 설립 당시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는 자연스럽게 지주사 울타리 밖에 있는 계열사를 승계했다. 핵심은 일진머티리얼즈였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허 회장이 1987년 세운 덕산금속이 모태다. 1988년 이전까지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일렉포일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회사다. 사실 허 대표가 일진머티리얼즈의 후계자가 되는 것은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허 대표는 1998년 일진머티리얼즈에 입사해 20년 넘게 몸담았다. 2000년에 이미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최대주주로 오르기까지 출자금은 200억원 미만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현재 지분 가치는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1년 상장 당시 5500억원대로 출발했던 시총이 10년 만에 540% 성장했기 때문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10년 매출이 3000억원 수준으로 당시만해도 형이 물려받은 일진전기(2010년 매출 1조447억원)에 크게 못미쳤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가까워진 지금은 어느 계열사 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용 일렉포일에서 2차 전지용 일렉포일로 발 빠르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꾼 덕이었다.
*일진제강 지분 7.39%는 허 대표 직접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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