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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백화점 업고 '한샘과 동행' 통했다 '한샘리하우스' 등 체험형 리빙매장 확보, IMM PE 신뢰 'LX하우시스' 제쳐

이효범 기자공개 2021-09-14 07:24:56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3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이 한샘 인수전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는 가운데 이번 딜(Deal)은 올들어 강화된 협업과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쟁자가 있긴 했지만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롯데쇼핑과 협력에 손을 들어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롯데그룹 후광효과를 비롯해 계열사와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였던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쇼핑이 한샘 인수전에 SI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이달 초다. 당시 조회공시를 통해 롯데쇼핑은 "IMM PE에서 검토 중인 한샘 경영권 인수와 관련하여 신설 PEF에 출자를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멘트에 녹아있진 않지만 롯데쇼핑은 SI 참여를 사실상 확정지은 상태였다. 일본에서 경영활동을 하고 있었던 신동빈 회장의 입국을 앞둔 시기로 그의 결재만 남겨뒀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이에 앞서 투자를 위해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는 얘기다. 이번 SI 참여는 롯데쇼핑 기획실을 중심으로 추진됐으며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에서도 함께 검토를 실시해왔다.

통상 롯데지주가 주도하는 M&A 딜은 계열사들과 무관한 이종의 기업을 인수하는 대규모 딜이다. 이번 딜은 롯데그룹 입장에서 투입하는 자금이 3000억원에 그친다는 점에서 롯데쇼핑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는 신 회장에 보고하기 위해 이번 딜에 관여하는 수준이었다.

롯데쇼핑이 딜 참여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건 IMM PE가 한샘 주주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양해각서를 체결한 시기는 지난 7월이다. 다만 IMM PE가 한샘 주가를 훌쩍 상회하는 수준에서 인수를 결정하면서 주식을 담보로 한 인수금융은 쉽지 않았다. 대신 롯데그룹을 비롯해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 등에 투자의향을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대형 유통사들이 가구, 인테리어 관련 계열사를 두고 있었던 것과 비교해 롯데그룹 에서는 관련 업종의 계열사가 없었다. 이는 롯데쇼핑과 한샘이 이번 딜에 앞서 활발한 협업을 실시해왔던 배경이었다. 판매처가 필요한 한샘과 다른 유통사들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롯데쇼핑의 전략적 협업이다.

사실 2017년만 해도 롯데쇼핑은 이케아와 협업을 더욱 활발히 했다. 이케아 광명점 바로 인근에 롯데쇼핑이 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장했고 고양점에서는 이케아와 함께 입주하는 복합매장 형태를 선택했다. 한샘은 오히려 신세계그룹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추세였다.

롯데쇼핑은 그러나 올해부터 한샘과 손잡고 전국의 백화점 점포에 ‘한샘디자인파크’, ‘한샘리하우스’ 등 다양한 체험형 리빙 매장을 확대했다. 그동안 해외 유수의 리빙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고급화 전략을 추진했던 가운데 한샘과 협업으로 리빙시장 공략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한샘디자인파크는 한샘의 모든 제품과 역량을 보여주는 집합체다.

한샘 관계자는 "롯데가 2020년을 전후해 리빙 시장 확대에 나서면서 점차 한샘과 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샘 역시 신세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매장을 늘리는 추세에서 올들어 롯데의 적극적인 확장 전략과 맞물려 롯데 유통채널에 매장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 측은 "최근 홈 인테리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한샘의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고, 상품, 컨텐츠, 집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번 IMM PE의 경영권 인수 PEF에 출자를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쇼핑은 내부에서 향후 유통채널에서 대세가 될 키워드로 리빙, 가전, 명품, 골프 등 4가지를 꼽고 있다. 한샘과의 협업 그리고 SI 참여는 최근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전략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리빙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2019년 영국의 프리미엄 리빙 편집샵 ‘더 콘란샵’을 도입해 강남점에 첫 선을 보였다. 올해 6월에는 동부산 관광단지 오시리아 테마파크에 롯데쇼핑 최초의 리빙 전문관 ‘메종동부산’을 오픈했다. 올해 8월 신규 점포인 동탄점에 더 콘란샵 2호점도 열었다.

순항할 줄 알았던 롯데쇼핑의 SI 참여는 LX하우시스의 등장으로 한때 안갯 속에 빠지는 듯 했다. 신 회장의 일본 롯데 경영으로 롯데쇼핑의 최종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LX하우시스가 SI로 참여하겠다는 공식적으로 의사를 표명했다. 한샘 SI 자리를 두고 롯데쇼핑과 LX하우시스의 경쟁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그러나 애초에 IMM PE는 롯데쇼핑과 이어온 교감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딜에서 롯데쇼핑이 우선매수권을 갖게 됐다는 점도 주효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는 M&A를 실시한 적은 거의 없다. 최근 중고나라 인수 역시 SI로 참여했지만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IMM PE 입장에서도 향후 엑시트 길을 열어둔 것이라는 점에서도 롯데쇼핑을 전략적 투자자로 삼은 배경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특성상 경영권을 확보하지 않는 인수를 추진하는 전례가 거의 없다"며 "우선매수권이 없었다면 롯데가 투자를 실시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한샘의 대주주 중 하나인 테톤캐피탈파트너스가 IMM PE에 실사자료를 제공하지 말라는 취지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롯데쇼핑도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SI 참여 전제조건 중에는 특수목적법인(SPC)과 한샘 주주간 주식매매계약 체결 및 거래종결 조건도 포함돼 있다. 이번 가처분소송이 법원에 인용될 경우 롯데쇼핑의 SI 참여 역시 재검토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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