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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사업 중책'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경영능력 입증할까 [진격의 3세 한화]⑤2014년 보험 계열사에서 경영수업 시작, '전략부문장' 내려놓고 신사업 집중

조은아 기자공개 2021-09-28 09:31:46

[편집자주]

한화의 '3세 경영'은 이제 막 업계에서 언급되는 주제는 아니다. 태양광·금융 계열에서 존재감을 키워오던 3세들의 행보는 2010년대 후반부터 조명받아왔다. 그러다 2020년대가 시작되면서 한화그룹 3세들의 본격적인 그룹 경영 행보가 시작되고 있다. 그룹내 영역이 넓어지고 그들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한화의 투자 기조도 새로운 세대에 걸맞는 사업 위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더벨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3세 시대 한화그룹의 면면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7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형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김동관 사장이 일찌감치 그룹 후계자로 자리잡는 동안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앞으로 한화그룹에서 3세 경영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김동원 부사장도 무대 중심으로 축을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은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에너지가 합병하기로 하면서 한화에너지 지분 25%를 확보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화에너지의 그룹 내 역할이나 규모, 실적 등이 무게감이 상당한 만큼 김 부사장의 어깨 역시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나와있는 시나리오대로 김동원 부사장이 금융 계열사를 맡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영능력 역시 증명해야 한다.

◇김동원 부사장에게 쉽지 않은 '한화생명' 무대

김동원 부사장은 형 김동관 사장과 비슷하지만 다른 길을 걸어왔다. 후계자 수업에 대한 부담감이 김동관 사장보다 덜한 만큼 한때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기도 했다. 김동관 사장은 2010년 우리나이로 27살에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반면 김 부사장은 30살에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 한동안 소규모 기획사에서 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에도 달랐다. 김동관 사장은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광 사업에 몸담기 시작해 대부분의 경력을 태양광 사업에서 쌓았다. 지금도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김 사장이 키웠다는 인식이 안팎에 자리잡고 있다.

반면 김동원 부사장은 아직까지 경영 능력을 증명할 만한 뚜렷한 성과가 없다.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 다양한 보직을 거쳤으나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낸 적이 거의 없다.

김 부사장은 2014년 10월 디지털팀 팀장으로 한화생명에 입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사혁신실 부실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7년 전사혁신실이 디지털혁신실로 이름을 바꾼 뒤에는 디지털담당 상무로 근무했다. 2018년부터는 미래혁신총괄을 맡으면서 해외총괄을 겸했고 2019년부터는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와 미래혁신부문장을 겸직했다. 올해 초에는 전략부문장에도 올랐으나 최근 내려왔다.

김 부사장이 자리를 잡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김 부사장이 선 무대부터가 김동관 사장과는 달랐다. 보험업 자체가 구조적 정체기에 빠져있는 만큼 실적을 내기는커녕 방어만 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다. 저금리 장기화, 인구 고령화, 저성장과 저출산, 경쟁 심화 등 영업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김 부사장이 보험업 관련 실무경험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그동안 실적과 직접적 연관성이 떨어지는 신사업과 디지털 쪽에만 몸담은 것도 한화생명이 처한 구조적 한계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그렇다고 신사업이나 디지털 관련 사업을 펼치기 쉬운 곳도 아니다. 생명보험사는 안그래도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도 특히 더 보수적인 곳이다. 보험상품의 주기가 길기 때문에 긴 호흡의 안정적 경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품 설계와 판매, 보험금 청구 등 전 분야에서 ‘대면 서비스’가 선호되는 탓에 비대면 서비스가 중심인 디지털 부문에서도 상대적으로 변화가 더딜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김동원 부사장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를 모두 외부 환경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면서도 "보험업은 보험영업 때문에 더더욱 현장 중심의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해 젊고 경험이 짧은 경영 후계자가 와서 눈에 띄는 결과물을 보여주기가 애초에 쉽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맨 오른쪽, 당시 상무)가 2017년 1월19일 스위스에서 열린 '2017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9개월 만에 전략부문장 내려놔...다시 '신사업' 집중할 듯

이런 상황에서 김동원 부사장이 최근 전략부문장에서 물러난 일은 의미가 크다는 해석이다. 김동원 부사장은 이달 초 전략부문장에서 물러나고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직함만 갖게 됐다. 올해 초 전략부문장에 오른 지 9개월 만이다.

안팎의 주목을 받는 경영 후계자가 요직에 올랐다가 9개월 만에 내려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자칫 능력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실적과 규모 등에서 다른 금융 계열사를 압도할 뿐만 아니라 금융 계열사의 지주사 역할도 한다. 한화자산운용, 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손해사정 등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한화그룹 주력 계열사이자 교보생명과 국내 2위를 다투는 대형 생명보험사의 전략을 책임지는 자리가 김동원 부사장에게 아직까지는 버거운 자리라는 평가다.

김 부사장은 우리나이로 37살이다. 나이가 어린 만큼 경영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섣불리 큰 역할을 맡고 여러 자리를 겸직해 부담을 키우는 것보다는 김동관 사장처럼 한 분야에서라도 성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앞으로 김 부사장은 디지털 기반의 신사업 영역 발굴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오픈 이노베이션(OI)과 드림플러스(DP) 등을 활용한 사내 독립 기업(CIC·Company in Company) 조직을 적극 육성해 사업화도 꾀한다는 구상이다. OI와 DP는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있는 스타트업에게 사무공간 등을 지원하는 한화생명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말한다.

재계 관계자는 “보험업은 현재 업황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무 경험이 매우 중요한 업종인데 김동원 부사장이 전략부문장이라는 큰 자리를 맡기에는 애초부터 무리였던 구석이 있다”며 “다시 신사업과 디지털로 돌아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면서 경영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찾으라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1985년생으로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예일대학교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세인트폴고등학교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 자제들이 입학하는 곳으로 형 김동관 사장이 거쳐간 곳이기도 하다.

한화그룹에 입사하기 전 소규모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면서 한화그룹은 물론 김승연 회장의 개인적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 가운데 성격이 김 회장과 가장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한화L&C(현 현대L&C)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다보스포럼, 보아오포럼 등 국제행사에 꾸준히 참여하며 인맥을 쌓고 있다. 핀테크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19년 말 한화생명 지분을 매입해 오너일가 가운데 유일하게 한화생명 주식 30만주(지분율 0.03%)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이 높지는 않지만 오너일가의 주식 매수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부사장이 한화생명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겠다는 김승연 회장의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당시 전사혁신실 부실장, 가운데)이 2016년 3월22일 중국 하이난다오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영 리더스 라운드테이블' 세션에 참석해 세계 각국의 젊은 리더들과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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