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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존비즈온 손잡은 신한은행, 기업시장 혁신 '승부수' 이례적 이종업계 직접 지분투자, 오픈 API 등 완전한 BaaS 구축 과제

이장준 기자공개 2021-09-27 08:01:26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4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이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장에서 독보적인 더존비즈온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은행권에서 신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이종 업계에 직접 지분투자를 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리테일 부문 경쟁력을 키우고 있고, 또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뉴 노멀'로 자리 잡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서비스형뱅킹(BaaS, Banking as a Service)을 선보이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은행 시스템 전반적으로 완전한 오픈 API를 구축할지 주목된다.

더존비즈온은 23일 자기주식 보통주 62만120주(1.97%)를 신한은행에 매각했다. 이사회 결의일(17일) 전날 종가인 10만6000원에 10%를 할증한 금액으로 총 723억원 규모다.

매도자 측은 처분 목적을 사업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라고 밝혔다. 앞서 6월 양사가 디지털 금융과 기업 특화 비즈니스 플랫폼이 결합한 혁신적인 플랫폼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한 지 약 석 달 만에 이뤄진 결과다.

MOU 당시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금융 솔루션과 비즈니스 플랫폼을 결합한 서비스 개발 △금융·비금융 데이터 분석을 통한 기업 신용평가 모델 개발 및 팩토링 사업 △기업 임직원 대상 리테일 금융 서비스 △양 사의 기반고객과 R&D 역량을 집중한 기업 특화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 △글로벌 진출 등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금융 이종업종과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지분투자까지 이어진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은행권에서 비금융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일 자체가 드물었다. SK나 포스코처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 백기사 역할 수행을 위해 지분을 교환하는 수준에 그쳤다. 비금융사에 투자해도 펀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정도였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은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는 출자 제한을 따른다. 비금융주력자가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4%(지방은행은 15%)를 초과해 보유하지 못하는 것과 함께 '금산분리' 규정으로 통한다.

물론 이번에 신한은행이 취득한 지분은 전체 지분의 1.97%인 만큼 규모로만 보면 미미하다. 다만 비금융사에 직접 투자한 것 자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진일보한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신한은행이 직접 지분 투자를 감행한 건 더존비즈온이 가진 중소기업(SME)의 데이터를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더존비즈온은 ERP, IFRS솔루션, 그룹웨어, 정보보호, 전자세금계산서 등 기업 정보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시장점유율(M/S)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대로 더존비즈온 입장에서도 외환 거래를 비롯해 경쟁력 있는 뱅킹 플랫폼을 활용할 때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양사는 단순히 서로 다른 플랫폼을 연결하는 걸 넘어 하나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끈끈한 협업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생태계 조성과 관련해 플랫폼 사업을 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굉장히 강력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갖춘 더존비즈온과 전략적 협업을 하게 됐다"며 "가시적인 협력 사례도 머지않아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ICT 기업에 뱅킹을 둘러싼 대외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신한은행의 새로운 도전을 촉구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과 더불어 비대면 뱅킹 서비스가 자리잡았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언택트 문화로 전환을 가속화했다.

다만 여전히 비대면 서비스는 리테일에 치중돼있어 신한은행은 기업금융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한은행 다른 관계자는 "개인고객은 이미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는 풍부하지 않다"며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가진 더존비즈온의 기업 데이터와 금융을 결합해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지 않은 기업시장에서 혁신을 일으켜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서비스형뱅킹(BaaS)을 지향점으로 내세운다. BaaS는 은행이 제3자인 핀테크 등 비은행기관에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API를 개방하는 온디멘드(on-demand) 서비스를 의미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BaaS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유입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서비스제공업자는 신제품 출시 속도를 높이고 규제 측면의 복잡성을 해소한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글로벌 은행들은 오픈뱅킹 등으로 사업 영역을 침투해온 핀테크 등에 맞서 BaaS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키우는 상황이다. 신한은행도 국내 굴지의 ICT 기업과 손잡고 도전에 나섰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BaaS 모델이 성공하려면 은행 시스템 전반적으로 오픈 API가 구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든 은행들이 플랫폼사업자가 되겠다고 하면서 네트워크 효과를 내는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BaaS를 지향하는 추세"라며 "더존비즈온이 좋은 협업 파트너는 맞지만 은행의 인프라나 제공하는 서비스가 외부와 연동을 받아들이는 오픈 API에 맞춰져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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