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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그룹 왕관의 무게감, 구형모 경영 능력은 [MZ세대 경영인 분석]'지흥' 10년 만에 매각, 승계 재원 확보…구본준 회장 아래서 첫 본격 경영수업

박상희 기자공개 2021-09-30 07:46:28

[편집자주]

전체 인구의 약 33%인 MZ세대는 사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기업 구성원의 60%가량을 차지한다. MZ세대와의 소통이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재계 총수가 3~4세로 넘어가면서 오너 경영인들도 젊어지고 있다. 총수 자제 중에는 밀레니얼 세대인 1980년대생 대표이사 사장부터 1995년생인 신입사원 Z세대까지 MZ 세대가 포진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디지털로 무장한 MZ세대 경영인들의 행보는 과거 세대와 어떻게 다른지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7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가(家) 4세인 구형모 LX홀딩스 경영기획담당 상무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 중에서도 운이 좋은 편이다. 아버지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하면서 LX그룹을 물려받을 운명이기 때문이다. 장자승계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가문의 전통을 감안하면 딱히 경영권을 둘러싼 경쟁자도 없다.

1987년생인 구형모 상무는 MZ세대에 속한다. 5월 공식적으로 출범한 LX그룹이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그룹 광고의 표어는 ‘상상한 모든 미래, LX로 연결되다’이다. LX그룹은 1951년생인 구본준 회장의 시대에서 1987년생인 구형모 상무로의 전환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 상무는 올 5월 LX그룹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며 MZ세대 오너 경영인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지분 소유권 승계가 마무리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아직 구본준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간 지분 맞교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경영권 승계에 앞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것도 선행돼야 한다. 구 상무는 LX그룹으로 독립하고 나서야 부친인 구본준 회장 아래서 본격적으로 경영 수업을 받게 됐다. LX그룹의 왕관을 쓰게 될 구 상무가 견뎌야 할 무게는 얼마만큼일까.

◇LG전자서 실무 익혀...경영 수업, 구광모 회장과 닮은 듯 달랐다

구 상무는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했다. 2014년 4월 LG그룹을 대표하는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에 앞서 8년 전인 2006년 구광모 회장 역시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LG가 4세 가운데 LG그룹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인물은 구 회장과 구 상무 단 2명뿐이었기에 그룹 안팎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구 상무의 부친인 구본준 회장은 당시 LG전자 부회장 자격으로 형인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보좌하고 있었다.

구광모 회장과 구 상무 모두 LG전자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있었다. 구 회장은 현장중심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LG그룹의 전통을 감안해 LG전자에서 근무할 때 창원공장에서 수 개월간 근무했다. 이후 그룹 지주사인 ㈜LG로 자리를 옮겼다. ㈜LG는 주요 계열사 관리 및 전략 수립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다.

반면 구 상무는 입사 이후 LX그룹으로 적을 옮길 때까지 줄곧 LG전자에서만 근무했다. 지주사에서 근무하지도 않았고, 공장 근무 경험도 없다.

LG그룹이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른다는 점에서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을 물려받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따라서 구 상무는 중장기적으로 부친인 구본준 회장과 별도 사업 영역을 개척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구 상무의 경영 수업이 기획과 전략, 신사업 발굴 등에 집중됐던 이유다.

구 상무는 LG전자에 입사해 본사에서 경영전략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LG전자 신사업개발담당, 전략기획팀 등을 거쳤다. LX그룹에 합류하기 직전까지는 LG전자 일본법인에 근무하며 신사업 개발을 담당했다.

◇지주사에서 계열사 신사업 담당, 한샘 M&A 고배 '아픈 교훈'

구 상무는 5월 단행된 첫 LX그룹 인사에서 LX홀딩스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선임돼 서울 LG광화문 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LG전자에서는 차·부장에 해당하는 책임 직급이었으나 LX홀딩스로 옮기면서 임원으로 전격 승진했다. LX그룹을 움직이는 핵심 경영진의 일원이 된 셈이다.

구 상무는 LX그룹에 합류하기 이전 LG전자에만 7년간 몸담았지만, 당시 LG전자 부회장이던 아버지 구 회장 밑에서 직접적으로 경영을 배울 기회는 없었다. LX그룹 출범 이후에야 부친 아래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게 된 셈이다.

구 상무는 LG전자 입사 이후 줄곧 기획 전략가로서의 길을 걸었다. 특히 신사업 발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LX그룹에서도 그간의 커리어를 살려 경영기획담당을 맡고 있다. 최고전략책임자(CSO)인 노진서 부사장이 그의 직속 상사다. 노 부사장은 ㈜LG 경영전략기획팀장 전무를 지냈다. 구 상무가 LG전자에서 일하던 시절에도 상사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일종의 멘토 역할을 했던 셈이다.

구 상무가 맡은 업무는 지주의 경영기획담당이다. 계열사 전반의 신사업 발굴 등을 맡는다. 다만 LX그룹은 최근 출범 이후 야심차게 도전했던 한샘 M&A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한샘을 인수키로 한 사모펀드와 파트너십을 맺을 전략적 투자자 자리를 놓고 마지막까지 롯데그룹과 경쟁을 벌였으나 결국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다.

LX그룹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6조248억원, 영업이익 4025억원으로 LX홀딩스를 포함한 자산총액(공정자산)은 8조원 안팎(재계 50위권)으로 추산된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 구 상무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LX홀딩스 실적(연결기준)
구 상무는 LG그룹 가풍의 영향을 받아 조직에서 튀지 않는, 조용하고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윗사람에게 깍듯하고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도 적정선을 잘 지키는 것으로 전해진다.

LX그룹 관계자는 "구형모 상무는 임원 타이틀을 단지 5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대외활동을 하는데 조심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구형모 보유 ㈜LG 지분 가치 900억 달해..향후 승계 재원 ‘눈길’

구본준 회장은 슬하에 아들 구 상무와 딸 구연제 씨를 뒀다. 연제 씨는 1991년생으로, 구 상무와는 4살 차이다. LG가문의 장자승계 원칙과 여성의 경영 미참여 전통을 감안할 때 LX그룹의 경영권은 구 상무가 승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재계 경영권 승계 관건은 언제나 승계 재원 마련으로 귀결된다. 구 상무는 3년 전인 2018년 12월 독립 경영 토대 재원으로 꼽히던 개인회사 ‘지흥‘을 매각했다. 지흥의 최대주주는 2008년부터 지분 100%를 보유해 온 구 상무였다. 구 상무는 최대주주가 된 지 딱 10년째 되던 해에 지흥 지분 100%를 IBK투자증권 등으로 구성된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자금 153억원을 확보했다.

지흥은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을 생산·판매하던 업체다. LG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덩치를 키워왔기에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다. 공정위의 타깃이었음에도 꿋꿋이 버티던 구 상무가 지흥을 매각한 것은 부친 구 회장의 독립 선언과 맞물린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이에 앞서 2018년 6월 구 회장은 새롭게 출범한 구광모 회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33년간 몸담았던 LG그룹을 떠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단행된 구 상무의 지흥 매각은 부친과 함께 분리 독립 수순을 밟을 때 필요한 재원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됐다.
*LX그룹 지배구조
다만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에 앞서 구본준 회장과 구광모 회장 간 지분 맞교환이 선행돼야 한다. 구광모 회장과 구본준 회장은 LX홀딩스가 ㈜LG로부터 독립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LG 지분만큼 LX 지분도 보유하게 됐다. ㈜LG와 LX홀딩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LX홀딩스 지분 15.95%(1217만주)를, 구본준 회장은 ㈜LG 지분 7.72%(1214만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LX그룹은 여전히 LG그룹의 산하에 있다. LX그룹의 완전한 분리 독립을 위해서는 지분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 현재 주가를 감안할 때 구광모 회장의 LX홀딩스 주식 보유 가치는 약 1200억원, 구본준 회장 부자의 LG 주식 평가가치는 약 1조1400억원이다. 구광모-구본준 회장이 주식을 전량 맞교환할 경우 구광모 회장은 약 1조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구 상무도 ㈜LG 지분 0.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3일 종가기준 구 상무의 ㈜LG 지분가치는 902억원에 달한다. 이 역시 향후 LX그룹 경영권을 물려받는데 핵심 재원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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