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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생태계']사업주체는 현대차·기아, '인증중고차'로 방향 설정④한때 글로비스 거론, 지배구조 개편 이슈 탓…사측 "판매방식 등 세부내용 미정"

유수진 기자공개 2021-10-01 07:39:16

[편집자주]

중고차매매업 진출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오랜 소망 중 하나다. 2013년 이래 단단히 잠겨있던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자 쉼 없이 노크하며 들어갈 기회를 엿보고 있다. 단순히 '30조원'이라는 시장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단 생태계 완성을 위한 하나의 퍼즐이란 점이 설득력있다. 더벨은 현대차그룹을 지속가능하게 할 '자동차 생태계'의 요모조모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9일 14: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고차매매업에 본격 뛰어들 경우 어떤 식으로 사업을 펼칠 지 주목된다. 사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관련 사업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던 건 아니다. 현대글로비스가 도매형태의 중고차 경매 등을 진행하고 있고 현대캐피탈은 인증중고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는 최근 이슈를 그룹 차원에서의 중고차사업 확대, 혹은 완성차업체의 시장 진출로 접근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의미다. 신차만 팔던 현대차·기아가 중고차로 시야를 확대한다는 개념이다. 현재로선 직접 차량의 품질을 검사하고 인증해 투명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대략의 방향성만 정해진 상태다. 그 외 세부적인 내용은 전부 미정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중고차시장 진출 기회가 마련되면 현대차와 기아를 주체로 세워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양사가 각자 할지, 함께 진행할지, 혹은 한 곳만 할지 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현재 단계에서 명확한 건 중고차사업을 현실화할 여건이 마련될 경우 양사 모두 시장 진입을 검토한다는 정도다.

◇사업주체는 현대차·기아, 글로비스 거론 끊이지 않는 까닭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공식적으로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을 당시 현대글로비스가 중심이 될 거란 해석이 많았다. 아직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 신규 사업자의 진출을 막으려는 기존 중고차업계 등에선 좀처럼 이 같은 의심을 거두지 않는 모습이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경매사업을 하는 등 시장과의 접점이 있다는 점이다.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소매업으로 범위를 확장하는 게 아예 신규로 뛰어드는 것보다 용이하다는 것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왼쪽)과 정의선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두번째는 지배구조 이슈다. 중고차사업 확대가 내부거래 비중을 낮춰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는 데 보탬이 될 거란 측면에서다. 특히 정의선 회장의 취임과 맞물려 중고차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나섰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었다.

현재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각각 6.71%, 23.29% 보유하고 있다. 둘이 합해 29.99%다. 이들은 2015년 2월 지분 13.39%를 매각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을 피했으나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다시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올랐다.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낮춰야하니 최소 10%를 추가로 정리해야 한다.

공정위의 사익편취 규제는 오너일가가 부당한 내부거래를 활용해 경영승계 재원을 마련하던 관행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아직 경영권 승계를 매듭짓지 못한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신경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국내만 놓고보면 23.27%, 해외계열사까지 포함하면 69.71%다. 특히 매년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점이 눈에 띈다. 2015년 정 명예회장 부자가 일부 지분을 처분한 후에도 계열사 일감 비중이 줄어들진 않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고차사업 확장은 논캡티브 매출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최근 현대글로비스가 가스 해상운송시장에 발을 들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 가능하다. 계열사 매출을 줄이기 어렵다면 비계열사 매출을 늘려 비중을 낮추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심지어 현대글로비스는 2018년 지배구조 개편 시도에서 현대모비스 분할부문과의 합병이 추진되는 등 핵심역할을 담당했던 계열사다. 추후에도 어떤 방식으로든 적극적인 활용이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조만간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계기로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에 시동을 걸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사업주체를 '완성차업체'로 못박는다. 현대차 아니면 기아로 글로비스는 선택지에 없다는 의미다. 물론 두 회사가 다 할 가능성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완성차업체인 현대차나 기아가 직접 중고차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현대글로비스와는 전혀 무관하다. 지배구조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차량 매입·검수해 '품질' 인증, 브랜드 이미지 제고 '기대'

현대차와 기아가 주체라는 건 사업방식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보인다. 아직 어떻게 사업을 전개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으나 그간 보여온 의지와 최근의 업계 추세 등에서 대략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큰 틀에서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증중고차' 개념으로 보면 무리가 없다는 해석이 많다. 자동차의 구성부품과 정비 등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제조사가 직접 차량을 매입하고 검수해 품질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수 차례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 받아온 '정보 비대칭'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완성차업체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큰 명분은 '소비자 보호'다. 가격 산정과정과 차량 정보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오픈 플랫폼'을 통해 중고차업계와 정보를 공유하면 '상생'의 의미도 있다.

혼탁했던 중고차시장이 맑아지면 완성차업체 역시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중고차 거래 확대가 신차 수요 증가로 이어져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의 결정만 남은 상태다. 하지만 최종결정 전후로 중고차업계와의 추가적인 논의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수개월 동안 합의안 마련에 주력해왔고 추후 시장 연착륙과 국민여론 등을 고려할 때 상생의 가치를 저버릴 순 없기 때문이다.

그간 양측은 완성차업계의 시장 진입비율을 순차적으로 늘려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신차 소비자가 기존 차량을 팔길 원할 경우 이를 점유율에 포함시킬지 여부 등에 대해선 의견 합치를 이루지 못했다. 이 같은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이 밖에 판매방식 등을 놓고 노조와 협의하는 과정도 필요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국내에선 오프라인 직영점·대리점을 통해서만 신차를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 대비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지만 판매채널 다양화가 판매직원 고용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 등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완성차업체가 중고차의 신뢰성을 담보해 직접 판매한다는 커다란 방향성만 정해졌을 뿐 판매방식 등은 전혀 구체화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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